“관심 갖고 바라보는 것에서부터 변화는 시작되는 거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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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 갖고 바라보는 것에서부터 변화는 시작되는 거 아닐까요”
  • 차미경 기자
  • 승인 2021.06.10 13:18
  • 수정 2021-06-10 14: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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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내마을 소확행 아이디어 찾기 공모전’ 장려상 수상
김채언 / 프리랜서 강사

인천시가 인천시민의 행복‧편익증진을 위한 생활밀착 아이디어를 뽑는 ‘제3회 내 마을 소확행(小確幸) 아이디어 찾기 공모전’을 통해 18건의 우수제안을 선정했다.

본지는 이번에 선정된 18건의 제안 중에 장애인을 대상으로 ‘휠체어용 체중계 설치’와 ‘들리는 초록색의 활성화(음향신호기의 개선)’를 제안해 각각 장려상과 노력상을 수상한 김채언 씨와 김한나래 씨를 만났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사는 행복한 인천을 위해 관심을 갖고 모두에게 유익한 아이디어를 제안한 두 멋진 시민을 만나보자.

김채언 씨는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들이 휠체어에 앉은 채로 체중을 잴 수 있는 체중계를 설치하는 아이디어를 출품해 ‘장려상’을 수상했다.

비가 내리다 말기를 반복하던 습한 날씨에 만난 김채언 씨는 날씨로 인한 불쾌함을 싹 날려 보낼 정도로 유쾌하고 긍정적인 분위기를 뽐냈다.

현재 사회복지 공부를 하고 있다는 그녀는 아들이 초등학교에 다닐 때부터 장애가 있는 친구와 함께 어울리는 모습을 자주 봤을 뿐 아니라 거주하고 활동하는 근처에 장애인단체 등이 가까이 있어 자연스럽게 오래전부터 장애인에 대해 친근한 이미지와 관심이 있었다고 했다.

“공모전 공고를 보고 어떤 아이디어를 제출할까 고민하다가 예전에 여성장애인과 관련한 토론회 진행에 참여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만났던 장애인 당사자분들 했던 얘기들이 생각나더라고요. 그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것이 한 여성분이 임신하셔서 산부인과를 갔는데, 처음 들었던 이야기가 축하한다나, 아기의 상태가 아니라 ‘낳으실 거예요?’라는 질문이었다는 거에요. 여성으로서 자연스러운 현상을 겪으면서도 전혀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회의 단면을 본 것 같아 가슴이 아팠던 기억이 났어요. 그러면서 이번 공모전 아이디어를 장애인들을 위한 부분으로 고민하고 제출하게 됐어요.”

특히 지체장애인들의 경우 휠체어에 의존하다 보니 전문병원을 가지 않는 한 건강관리를 받는 것부터 힘들다는 것을 알게 된 김채언 씨는 건강관리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는 체중을 재는 일만이라도 편하게 할 수 없을까 하는 고민 끝에 ‘휠체어용 체중계’ 설치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설명했다.

▲ 김채언 씨는 휠체어를 탑승한 채로 체중을 잴 수있는 체중계를 거주지 주민센터, 또는 보건소에 설치해 장애인의 건강권을 보장하는 내용의 아이디어를 제출했다.

실제로 임산부의 경우 출산 전 병원을 방문할 때마다 가장 처음 하는 일이 체중을 재고 혈압을 재는 일이다. 하지만 대다수 병원의 체중계는 비장애인이 신발을 벗고 올라서야 하는 형태로만 존재하고 있어, 휠체어 장애인에게는 ‘그림의 떡’과 같은 존재로 여겨져 왔다.

“아이디어를 처음 생각했을 때는 임신한 여성장애인을 떠올린 거였지만, 꼭 여성이 아니어도 우리 주변에는 휠체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잖아요. 어르신들도 계시고, 저 역시 어느 날 다리의 상처를 입게 되면 사용할 수도 있고요. 단순히 장애인을 위한 것이라기보다 휠체어를 사용하게 되는 모든 사람이 그와 상관없이 체중을 재고 건강을 점검할 수 있는 만큼 최소 거주지 주민센터나 보건소 등에는 휠체어용 체중계가 설치되는 것이 바르다고 생각했어요.”

공모전 당선 이후 체중계에 대해 우연히 검색을 해보다가 생각보다 비싼 가격에 놀랐던 것도 사실이지만, 건강권은 인간의 기본권리 중 하나인 만큼 단순한 가격으로 측정하면 안 되는 부분이라는 게 그녀의 생각이었다.

“요즘 유니버설디자인이 주목받고 있잖아요. 휠체어 체중계는 앞서 말씀드렸듯이 꼭 장애인을 위한 특수한 형태의 그것으로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휠체어, 또는 유모차에 의지하는 장애인, 어르신, 영유아, 또 일시적인 부상 또는 몸이 아픈 모든 사람이 이용할 수 있는 거라는 시선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인터뷰 동안 김채언 씨는 공모전에 채택된 휠체어 체중계 외에도 다양한 장애인 불편사항과 개선방법에 관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가족이나 친한 지인 중에 장애인이 있는 것이 아님에도 장애인에 관한 관심과 고민을 이어가고 있는 그녀에게 그 원동력에 관해 물었고, 그 답은 바로 ‘관심을 가지고 바라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관심을 가지면 더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잖아요. 거기서부터 시작인 것 같아요. 저 역시 휠체어 체중계를 생각한 후에는 유독 길을 가면서도 휠체어 탄 분들이 눈이 들어오더라고요. 그분들이 눈에 들어오니, 인도의 턱이나, 횡단보도 신호등의 점멸 시간, 점자블록 등 모든 것들이 하나둘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왔어요. 그렇게 눈에 들어오고 나니 그냥 지나쳐지지 않더라고요. 다가가서 그분들에게 도움이 필요한지 묻게 되고, 또 이번 공모전처럼 기회가 있으면 그분들의 불편함을 대신 전달할 수도 있고요. 거창한 것이 아니라 ‘관심 가지고 바라보기’ 이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채언 씨는 국제표준화기구(ISO)에서 제정한 공공 안내용 그래픽 표지 디자인의 휠체어 앉은 사람 디자인과 우리나라에서 널리 사용되는 디자인에 관해 이야기했다.

우리나라의 휠체어 앉은 사람은 팔을 앞으로 뻗고 가만히 앉아있는 디자인인 것에 비해 국제표준화 디자인은 앞으로 나아가는 역동적으로 보이는 디자인을 하고 있다.

채언 씨는 개인적으로 국제표준 디자인을 더 선호한다면서 “장애인을 단순히 도움이 필요한 수동적인 모습이 아닌 스스로 나아가는 능동적인 모습으로 표현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제가 낸 아이디어를 비롯해 우리가 변화해야 하는 것들이 그들을 더욱 능동적인 생활을 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들이라고 생각하고요. 조금만 시선을 바꾸면 나는 물론 다른 사람 누구나 편안한 사회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라며 환하게 웃었다.

차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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