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변화만큼 큰 힘은 없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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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변화만큼 큰 힘은 없는 것 같아요”
  • 차미경 기자
  • 승인 2021.06.10 13:11
  • 수정 2021-06-10 1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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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내마을 소확행 아이디어 찾기 공모전’ 노력상 수상
김한나래/ 동국대 법학과 4학년

인천시가 인천시민의 행복‧편익증진을 위한 생활밀착 아이디어를 뽑는 ‘제3회 내 마을 소확행(小確幸) 아이디어 찾기 공모전’을 통해 18건의 우수제안을 선정했다.

본지는 이번에 선정된 18건의 제안 중에 장애인을 대상으로 ‘휠체어용 체중계 설치’와 ‘들리는 초록색의 활성화(음향신호기의 개선)’를 제안해 각각 장려상과 노력상을 수상한 김채언 씨와 김한나래 씨를 만났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사는 행복한 인천을 위해 관심을 갖고 모두에게 유익한 아이디어를 제안한 두 멋진 시민을 만나보자.

시각장애인을 위한 횡단보도 ‘음향신호기’의 현재 문제점을 지적하고, 친근하고 보편화될 수 있는 디자인을 접목한 ‘음향신호기’에 대한 아이디어를 출품한 김한나래(25) 씨는 공모전에서 ‘노력상’을 수상했다.

‘들리는 초록색의 활성화’라는 제목으로 출품한 김한나래 씨의 아이디어는 기존의 음향신호기가 눈에 띄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그 역할을 축소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이번 아이디어를 구상하면서 횡단보도 근처에 가면 자연스럽게 음향신호기를 찾게 됐는데, 제가 거주하고 있는 논현동 근처에서는 단 한 대의 음향신호기를 찾아볼 수 없었어요. 사실 이렇게까지 한 대도 설치되어 있지 않다는 부분에서도 충격을 받았던 것 같아요. 시각장애인들에게는 안전과 직결되는 꼭 필요한 것인 만큼 신호등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선택적으로 설치되어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해요.”

다음으로 김한나래 씨가 문제점으로 지적한 부분은 눈에 띄지 않은 작은 크기와 딱딱해 보이는 디자인이다. 현재의 음향신호기는 마치 비상벨처럼 작은 크기여서 각종 광고물에 가려지거나, 눈에 띄지 않아 제대로 된 역할을 다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음향신호기가 버튼이 설치된 바로 윗부분에 생활정보지를 담아 놓는 박스가 설치되어 있어, 무심히 지나치면 찾을 수 없는 곳들도 많더라고요. 비장애인인 제게도 눈에 띄지 않는데, 시각장애인분들이 이 신호기를 찾을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어요.”

이러한 문제점을 바탕으로 김한나래 씨는 음향신호기의 수량 확보와 디자인 개선 등의 아이디어를 내놨다. 우선 가장 시급한 문제는 수량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말하며, 모든 신호등과 횡단보도마다 음향신호기를 설치하는 데에 한계가 있다면 최소한 큰 사거리, 역 주변, 주거지 바로 옆, 학교 주변 등에는 필수적으로 설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으로 디자인 부분에 대해서는 신호기의 버튼의 크기를 확대하는 것과 비장애인도 자연스럽게 이를 인식하고, 먼저 시각장애인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정도로 친화적인 디자인을 접목시키는 것에 대해 의견을 전달했다.

▲ 기존 음향신호기(좌)는 사이즈가 작고 다소 차가운 이미지였다면 김한나래 씨는 시각장애인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버튼의 사이즈를 확대하고, 인천시만의 디자인을 접목시켜 친근한 이미지로 제작하는 아이디어(우)를 제출했다.

“현재 음향신호기는 전체적인 크기도 작을 뿐 아니라 작동 버튼 자체도 너무 작아 시각장애인들이 인식하기에 어려움이 있을 것 같아요. 전체적 크기를 키우는 것은 물론, 무엇보다 작동 버튼의 크기를 키우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고 생각해요. 다음으로는 디자인 부분인데요. 저는 음향신호기를 단순히 시각장애인이 사용하는 것이라고 특정해 디자인에는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에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시각장애인이 직접 찾아서 버튼을 눌러 사용할 수도 있지만 낯선 장소에서라면 그곳이 익숙한 비장애인들이 먼저 도울 수도 있잖아요. 누구에게나 음향신호기가 눈에 띄고, 작동시키는 것에 어려움이 없도록 디자인과 문구로 표현한다면 자연스럽게 비장애인들이 도울 수도 있고 나아가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키는 데도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김한나래 씨와 인터뷰 중 가장 반복해서 나온 단어는 바로 ‘인식’이었다. 중·고등학교를 호주에서 유학생활을 했다는 김한나래 씨는 그곳에서 봐왔던 환경과 우리나라의 모습에는 많은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호주의 모든 버스는 저상버스이기도 하고, 휠체어를 타거나 몸이 불편한 분들이 버스에 탑승할 때는 기사분께서 직접 내려 경사로나 발판을 내려주시고 탑승을 도우세요. 물론 시간이 걸리긴 하지만 탑승객 중에 그것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요. 휠체어를 타고 버스를 타는 분들을 하루에 한 번 이상은 마주할 정도로 장애인분들의 대중교통 이용도 너무 자연스러운 현상이고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그러한 모습이 낯설게 느껴질 정도로 일상생활에서 비장애인분들과 장애인분들의 삶이 분리된 느낌이에요.”

이러한 차이에 대해 김한나래 씨는 무엇보다 ‘인식의 차이’가 가장 큰 원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우리가 익숙한 것에 대해서는 따로 이유를 붙이지 않는 것처럼 장애인과 그들을 위한 복지에 대한 생각이 자연스러워지기 위해서는 인식의 변화가 가장 중요하고, 그것을 가장 간단하고 쉽게 도울 수 있는 것이 바로 캠페인과 홍보, 또 자신이 낸 아이디어처럼 디자인을 통한 친근함 전달하기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지금 저희 또래들은 기성세대보다는 복지나 배려에 대해 관심도 많고, 깨인 생각을 하고 있어요. 그래서 저는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현재의 장애인식 개선 캠페인과 교육을 보다 젊은 세대들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SNS나 유튜브 형태로 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자주 눈에 띄면 아무래도 관심이 더 생기니까요. 그리고 너무 딱딱하고 교육적인 방법보다는 친근한 이미지 유쾌한 느낌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이 많이 생겨났으면 좋겠어요. 장애친화 도시, 누구나 살기 좋은 인천이라는 것을 말로 하는 것보다는 친근한 시설물의 디자인, 안내표지판을 노출 시키는 것이 더 큰 효과가 있지 않을까요?”

법을 전공하고는 있지만 법으로 사회를 바꾸는 것보다 사람들의 인식이 변하는 것이 오히려 빠르고 영향력이 더 클 것이라 생각한다는 김한나래 씨의 말에서 결국 모든 일은 사람의 마음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한나래 씨의 바람처럼 법과 제도보다 사람의 따뜻한 인식으로 살기 좋은 사회로 한 발 더 다가갈 수 있는 그 날이 오길 기대해 본다.

차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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