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관 재개관은 코로나19의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다
상태바
복지관 재개관은 코로나19의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다
  • 김호일/인천시시각장애인복지관 사무국장
  • 승인 2020.07.24 10:42
  • 수정 2020-07-24 10: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2월 24일 ‘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하여 당분간 복지관을 휴관합니다’라는 공고문을 복지관 출입구에 게시할 때만 해도 길어야 2~3주 정도면 이용인분들을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었다. 이후 지상의 모든 이들을 공포 속으로 몰아넣은 코로나19의 확산 속에서 국가적으로는 살신성인의 자세로 임한 의료진의 헌신과 관계 공무원 및 방역 관련 민간봉사자 등의 피땀 어린 수고로 인해 전 세계에 방역 모범국으로 알려지며 K-방역이라는 또 하나의 신조어를 낳기도 했다.

한편 우리 복지관을 비롯한 사회복지시설들은 몇 차례에 걸쳐 수정된 방역 지침에 따라 매일매일 방역과 소독을 반복하고 인천광역시의 지원을 통해 열화상 카메라 설치 운영으로 기관 출입자들을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다. 기관종사자들은 오전, 오후 하루 두 차례에 걸친 발열 체크는 물론 의심증상이 있는 경우 공가 처리 등의 선제적 대응을 해 왔다. 여러 기업들의 후원을 통해 마스크와 소독제 등의 물품을 이용인들에게 찾아가는 비대면 서비스를 통해 배부하기도 하였다. 그사이 잡힐 듯 잡힐 듯하다가 또 다시 불씨가 살아나듯 지속된 안타까운 상황으로 인해 빛바랜 공고문만이 무려 5개월의 시간이 흘렀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다.

다행히 코로나19가 진정 기미를 보이는 가운데 보건복지부는 사회적 거리 두기 등의 적절한 방역지침 준수를 전제로 조심스럽게 사회복지시설의 운영을 7월 20일부터 재개해도 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인천광역시는 섣부른 개관으로 다시금 감염의 위험이 현실화되지 않도록 조금 더 세심한 준비를 위해 조만간 복지관 운영을 재개하기로 하되 1차적으로 1대1 소규모 프로그램과 10인 미만의 관외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약 2주간 사태추이를 지켜보고 문제가 없으면 본격적으로 복지관을 정상 운영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내부적으로는 복지관 재개관 이후 효과적인 운영을 위해 다양한 상황을 설정해가며 복지관을 정상 운영할 방법에 대한 최선의 아이디어를 찾기에 매우 분주한 상황이다.

사실 코로나19 이전에도 사스와 메르스 등 호흡기 질환의 유행을 우리는 이미 경험했음에도 안타깝게도 이에 대한 주의를 기울이지 못해 오히려 더 큰 문제로 다가왔는지도 모를 일이다. 특히 대표적인 사회적 약자인 시각장애인들에게 코로나19는 그 상황을 듣는 것만으로도 커다란 공포감이 밀려온다. 정확한 정보전달이 전제되어야 안전이 담보되는데 코로나19 상황에서 가장 대표적인 안전 수단인 공적 마스크 구매단계에서부터 섣부른 정보가 혼란을 부추기고 그로 인해 우리 모두 우왕좌왕하며 극심한 혼란을 겪은 바 있다. 이러한 어려움은 시각장애인에게는 더 큰 무게로 다가온다. 시각장애인은 일상생활에서 생존에 필수적인 생필품 구매조차 녹록지 않은 것이 우리 사회 구조이며 오늘의 현실이다. 거기에 주변 상황을 보지 못함으로 인한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공포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의 어려움을 호소한다. 특히 시각장애의 특성상 이동 및 일상생활에서 활동지원서비스를 받아야 하는데 극히 일부이기는 하지만 밀접 접촉에 대한 막연한 공포감으로 인해 활동지원사가 서비스 지원을 거부하는 경우는 더 큰 마음의 상처로 남게 된다.

이러한 어려움은 가정을 중심으로 한 일상생활뿐만 아니라 곧 이어질 복지관의 개관에서도 문제로 대두된다. 코로나19 상황은 우리 사회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고 실제로 필자도 지난 학기에 출강하는 대학수업 과정을 비대면 방식으로 수업했는데 두 과목을 수강한 수강생 모두 강의평가에서 비대면 수업에 따른 어려움을 호소한 바 있다. 평소 대면을 통한 쌍방향 의사소통 방식의 수업에 익숙했던 우리 모두는 일방향의 녹화된 동영상 방식의 수업이 불편했고 이에 대한 대안으로 다양한 방식의 쌍방향 의사소통이 가능한 실시간 수업으로 전환되었지만 이 또한 많은 문제가 있었다. 가정 내 컴퓨터 보유대수가 학습하기에 충분치 않은 경우, 각종 기기조작에 익숙지 않은 점 등 시각장애가 없음에도 우리들이 겪은 다수의 문제점은 시각장애인들에게 고스란히 기존의 문제에 문제만을 더해 주고 있다. 대면 내지는 접촉을 중심으로 한 시청각 중심의 기존교육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교육방식은 무엇일까? 어떻게 하면 시각장애인이 마음 편하게 원하는 물건을 구매할 수 있을까? 우리가 익숙해져 있는 기존방식에서 한 걸음 더 나갈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거듭 계속되는 질문 속에서 시각장애인들이 그동안 지내온 하루하루의 일상이 얼마나 불편했을까를 다시금 공감하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곧 있을 복지관의 재개관은 코로나19의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