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지난 40년의 세월은 누가 보상해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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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지난 40년의 세월은 누가 보상해주나…”
  • 편집부
  • 승인 2011.03.11 00:00
  • 수정 2013-01-25 11: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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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욱자(60, 지체장애2급)씨는 하루하루가 피가 마른다고 말했다. A씨 종중 측에서 집을 비우라고 한 기한인 3월말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 씨는 지난 1972년 아버지와 함께 김포에서 이곳 논현동으로 이사를 왔다. 당시 ××-7번지 논과 ××-5번지 주소로 되어 있는 논을 사서 새롭게 터전을 이루겠다는 꿈에 부풀어 있었다고 한다.

“이 곳이 간척지 땅이다 보니 농사가 생각보다 잘 안됐어요, 그렇게 한해 두해 지나다 보니 빚만 늘게 됐고 결국 논을 다 팔고 A씨 종중 땅을 대여해 포도나무도 심고… 하면서 살았지요. 물론 대여의 몫으로 중종 묘 관리뿐 아니라 당시에는 300만 원이 넘는 비용을 들여 전통방식 그대로 시제를 지냈었어요.”

그렇게 조금씩 빚을 갚으며 김 할머니와 그 부친은 열심히 살았다고 한다. 그러다가 1993년 부친이 돌아가시면서 김 할머니는 모든 농사일과 시제 일체를 물려받아 더욱 성심을 다했지만 그 지역이 개발이 되면서 김 할머니의 일상도 무너졌다.

김 할머니 말에 따르면 A씨 종중 측에서, 개발이 돼 땅 값이 오르자 논을 전으로 바꿨고 계속 논농사만 지어오던 할머니는 더 이상 농사를 지을 수 없게 됐다면서 자연스럽게 수익도 없어져 갔다고 한다.

“처음에는 전보다 많이 규모가 축소되긴 했어도 시제를 올리고 했는데 점점 수익이 없어지니까 그것조차 못하게 됐어요. 그렇게 몇 해가 지나니 A씨 종중에서 내게 나가라고 압력을 가하기 시작했죠. 처음에는 2,500만 원을 줄 테니 나가라, 근데 내가 갈 곳도 없고 그 돈으로는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 거예요. 그렇게 버티니까 나중에는 5,000만원을 줄 테니 나가라고 하더군요. 더 이상 버텨도 법의 힘으로는 해결할 수 없으니까… 난 5,000만원을 받고 나가겠다는 계약서에 사인을 하면서 대신 포도밭은 계속 관리할 수 있게 해달라고 구두로 약속을 받았는데, 이제는 그런 일이 언제 있었냐며, 발뺌하고 있어요.”

이렇게 말하면서 김 할머니의 목소리는 더욱 격해졌다. “나 같은 장애인은 법도 모르고 아무것도 모르지만 자신들 조상을 3∼40년간이나 예를 갖춰 모신 내게 돈 몇 푼에 나가라고 하니, 세상 천지에 말이 됩니까? 물론 대여한 땅이었지만 내 아버지와 내가 수십 년을 거쳐 이뤄 놓은 곳인데….”

이 말을 끝으로 김 할머니는 눈물을 흘리며, 여기서 나가면 아무 곳도 갈 곳이 없다고 하소연을 했다.

A씨 종중 측에서는 3월말까지 김 할머니가 나가지 않으면 법적 절차를 밟겠다고 통보한 상태라고 한다.

유난히도 길고 추운 이 겨울 김 할머니는 오늘도 혼자의 힘으로 무료 법률공단과 장애인권익단체 등을 찾아다니며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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