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특집]무장애 어린이놀이터 조성방안_“통합놀이터 시작은 ‘아동 놀이 이해’가 먼저”
상태바
[이슈특집]무장애 어린이놀이터 조성방안_“통합놀이터 시작은 ‘아동 놀이 이해’가 먼저”
  • 차미경 기자
  • 승인 2023.06.22 14:00
  • 수정 2023-06-22 11: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5월 25일 인천지속가능발전협의회 포용도시분과위원회 주관으로 ‘무장애 어린이놀이터 조성방안’에 관한 토론회가 개최됐다. ‘장애인생활신문’은 지난 2018년부터 통합놀이터와 관련한 다양한 토론회와 현장취재 등을 보도한 바 있다. 당시 ‘휠체어 그네’ 등 시설물에 대한 안전관리(기준) 법의 부재 등 제도적 한계점으로 통합 놀이터는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고 관심이 희미해져 갔다. 그러던 중, 인천에서 다시 한번 ‘통합 놀이터’에 대한 관심의 불씨가 살아난 것이다. 이날 토론회는 보다 유연한 법 해석과 궁극적으로 나아갈 방향 등을 기반으로 ‘통합 놀이터’의 현실적 접근에 대한 이야기가 오고 갔다._차미경 기자

 

‘무장애 놀이터’가 아닌

‘통합놀이터’로 개념 정리가 먼저

 

이날 토론회 제목은 ‘무장애 어린이놀이터’에 관한 것이었지만 토론회에 앞서 어느 곳에서는 ‘무장애’, 또 어느 곳에서는 ‘통합’이라고 쓰이는 용어를 하나를 통일시키는 필요성에 대한 의견이 먼저 오갔다.

이날 발제를 맡은 이완정 인하대 아동심리학과 교수는 지난 2016년 무장애통합놀이터 지원사업이 처음 시작됐을 당시를 이야기하며, “일반 놀이터에 턱을 제거해 장애어린이의 접근성을 높이기에만 집중했던 기존의 무장애 놀이터와는 달리, 야외놀이터 특성을 살려 장애/비장애 어린이 구분 없이 모두가 함께 활동적으로 재미있게 놀 수 있는 놀이공간을 만들고자 한 것이 첫 목표이고 시작점이었다. 하지만 ‘무장애 놀이터’라는 용어가 쓰이면서 자칫 장애아동을 위한 놀이터라는 의미로 해석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우리 모두의 일이라는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서라도 ‘통합놀이터’라는 단어로 그 의미를 공고히 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부천대학교 실내건축디자인학과 소준영 교수 역시 ‘통합놀이터’라는 단어를 지향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무장애 놀이터라고 생각하면 장애인만 노는 놀이터라고 용어적 오해가 있을 수 있으며, 접근과 안전만을 강조해 재미없는 놀이터라고 인식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맹기돈 (사)걷고싶은도시만들기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장애아동의 ‘놀 권리’ 실현이라는 목표는 서서히 무장애에서 통합으로 전환되는 분위기라며, 통합놀이터와 기존의 무장애 놀이터와 무엇이 다른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개념적으로 무장애 놀이터가 장애아동의 접근성을 바탕으로 사용 가능함에 초점을 맞췄었다면 통합놀이터는 장애아동과 비장애아동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이라는 가치를 담고 있다. 무장애 놀이터에서 통합놀이터로의 전환은 접근성 보장을 위한 장벽의 제거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동등한 주체로서의 참여를 보장하는 것을 의미한다.”

 

‘어린이놀이시설 안전관리법’ 개정 제자리

시설물 안전성 유연한 시선 필요 VS

장애 이유 안전치 않은 기구사용 안돼

 

정부, ‘안전인증 대상 어린이제품 안전

기준’ 개정안 행정예고

 

서두에서도 언급됐듯이 통합놀이터의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한 시점은 지난 2016년 전후다. ‘놀이에는 장애가 없도록’이라는 목표 아래 언론과 전문가들의 관심이 집중됐지만 추진력은 이를 뒤따르지 못했다. 여러 가지 사정이 있었지만, 그중 현실적인 발목을 잡은 것은 바로 ‘안전’과 관련한 제도적 장치의 부재였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경우 어린이 놀이시설에 대해서는 ‘주택법’이나, ‘유아교육진흥법’, ‘아동복지법’ 등에서 놀이터의 면적, 놀이시설의 배치, 재료 등을 규정하거나 아동용품에 대한 안전기준을 다루고 있다. 다만,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에서 공원시설의 설치·관리 기준에 ‘신체장애인·노약자 또는 어린이의 이용을 겸하는 시설에 대하여는 그 이용에 지장이 없는 구조로 하거나 장치를 하여야 하며, 해당 시설로의 접근이 용이하도록 해야 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또한, 놀이터 설치에 가장 관련이 깊은 법률은 ‘어린이놀이시설 안전관리법’과 ‘어린이 제품 안전특별법’이 있는데, 이 두 법률에 따라서 어린이 놀이시설의 시설 기준과 기술기준, 안전인증 등의 관리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들 법률과 이하 관리체계는 비장애어린이를 위한 놀이기구의 설치와 관리에 대해 다루고 있을 뿐, 장애어린이를 위한 놀이터 접근이나 놀이시설물 설치기준 및 기술기준 등은 전무한 상태다.

그렇다 보니 통합놀이터에 메인이라고 불리는 ‘휠체어 그네’의 경우 ‘어린이제품법’에 의해 놀이터에 설치할 수 없다. 그래서 ‘휠체어 그네’는 어린이 놀이터와 별도의 공간에 안전을 위해 울타리를 두른 채 장애시설로 설치됐었다.

실제로 <장애인생활신문>이 취재했던 지난 2019년 5월 30일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 조성된 ‘팝업통합놀이터’에서도 ‘휠체어 그네’는 놀이터 옆 공간에 울타리를 설치하고, ‘장애인 전용’이라는 문구와 함께 별도로 설치돼 있었다. 일반시설물이기 때문이다.

이뿐만 아니라 지난 2014년 성악가 조수미 씨가 특수학교와 복지관 등에 휠체어를 이용하는 사람도 탈 수 있는 ‘휠체어 그네’를 기증했다. 하지만 위와 같이 법적인 문제로 철거와 재설치를 반복해야 했으며 최근 그네 설치 6개월 만인 2017년 초 그네를 철거했고, 이후 창고에 방치돼 있다가 2019년 11월 고철로 처분됐다는 소식이 전해져 공분을 사기도 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이와 관련해 또 다른 시선의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조경작업소 울의 김연금 소장은 안정성에 대해 조금 유연한 시선을 보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사실 ‘휠체어 그네’를 법적으로 놀이기구로 두지 않는 나라가 우리나라만은 아니다. 미국과 독일에도 이를 관할하는 법은 없다. 그럼에도 많은 놀이터에 ‘휠체어 그네’ 등이 설치되어 있다. 유럽 대부분 국가가 놀이시설에 관해서는 법이 아닌 산업기준을 바탕으로 운영한다. 그렇기 때문에 시설물에 대한 시선과 기준이 우리보다 유연하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유독 안정성에 대해 강직함을 가지고 있다. 물론 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이 부분이 너무 강조되다 보니 책임을 져야 하는 부분 때문에 대다수 놀이터에 법으로 보장되지 않는 시설물을 설치하는 것에 대해 반감을 갖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와 관련해 조금 유연한 시선을 보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이완정 교수는 반대 입장을 내놨다.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안전이 보장받지 못한 기구를 사용해도 된다는 생각에는 반대다. 무엇보다 제도적 가이드라인이 정해져야 시설물 제조와 설치, 안정성에 대해 전국적으로 공통되는 기준안이 생길 수 있다. 과거 통합놀이터가 관심에서 끝나고 나아가지 못했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관련 법 부재였던 만큼, 다시 시작하려는 이번 시도가 과거를 답보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안전과 관련한 관련 법 제정은 꼭 필요한 사안이라고 생각한다.”

다행히 이와 관련해서는 희망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 6월 2일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은 ‘안전인증대상 어린이 제품의 안전기준’(이하 고시) 개정안에 대해 재행정 예고했다. 이번 고시 개정안은 장애어린이가 휠체어 또는 유모차를 타고 그네에 탑승하여 이용할 수 있는 ‘기구이용형 그네’(이하 휠체어 그네)에 대한 안전기준을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비장애어린이의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기 행정 예고했던 안전기준(안)이 보완됐다.

세부내용을 살펴보면 ‘휠체어 그네’를 이용하는 장애어린이의 안전 확보와 함께, 비장애어린이 오용 사고 방지를 위해 그네 미사용 시 비장애어린이가 이용하지 않도록 고정하며, 그네 하단과 지면 사이 끼임사고 방지를 위해 일정 간격(230mm)을 확보하도록 했다. ‘휠체어 그네’ 모서리에 충격흡수 물질을 추가하고, 주의경고 표시도 강화한다.

이번 고시 개정안은 수요자 발주, 업체 제작과 인증 준비 등에 차질이 없도록 7월에 확정·고시한다. 아울러, 행정안전부는 안전인증을 받은 ‘휠체어 그네’의 설치 및 관리를 위해 안전기준(안)을 반영해 ‘어린이 놀이시설의 시설기준 및 기술기준’ 개정을 진행 중이며, 오는 10월 안전기준과 동시 시행할 예정이다.

▲2016년 소프라노 조수미 씨가 세종의 한 특수학교에 기증한 장애인용 놀이기구 ‘휠체어 그네’가 2017년 철거된 이후 창고에 방치됐다가 2019년 고물로 처분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당시 ‘휠체어 그네’는 장애인용 놀이기구에 대한 관련 기준이 없어 안전인증을 받을 수 없다는 이유로 철거와 설치를 반복됐었다. 사진은 지난 2016년 9월 세종누리학교 교정에서 열린 휠체어 그네 기부식에서 성악가 조수미(오른쪽)씨와 당시 세종시교육감이었던 최교진 교육감(왼쪽)이 휠체어 그네를 밀고 있는 모습(사진=세종시교육청)

 

일반놀이터와 구분되지 않도록

모든 놀이터 ‘통합놀이터’로 조성돼야

 

이날 토론회에서 나온 토론 주제 중 또 하나는 ‘통합놀이터’를 찾아 거주지가 아닌 다른 지역으로 놀러 가는 현상에 대해 어떻게 바라봐야 할 것인가였다.

토론회에 참석한 장애자녀를 둔 어머니는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놀이터에서 놀기 위해 차량으로 이동하는 것이야말로 불평등이라고 생각한다. 놀이터는 놀이공원이나 휴양지가 아니지 않냐, 검색을 하고 계획을 세워 가야 하는 곳이 아니고 누구든 놀고 싶을 때 찾는 곳인 만큼 모든 놀이터가 통합놀이터화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아동인구 중 장애아동은 1% 남짓이지만, 전체 어린이놀이터 가운데 ‘통합놀이터’의 비율은 전국적으로 0.04% 정도에 그치고 있다.

김연금 소장은 “놀이터의 개념을 ‘기구’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놀이’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통합놀이터 설치기준이 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통합놀이터 또는 무장애 놀이터라는 단어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휠체어 그네’, ‘휠체어 뺑뺑이’를 제일 먼저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가 궁극적으로 통합놀이를 만들기 위한 이유는 아이들에게 그네를 타고 뺑뺑이를 태워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놀 수 있게’ 해주기 위해서라는 것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시설물 보다 공간의 접근성이야말로 통합놀이터의 기본이어야 한다.”

소준영 부천대학교 실내건축디자인학과 교수 역시 ‘공간 접근성’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해외 통합놀이터 디자인 기준을 살펴보니 ‘접근성’을 우선시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 공공시설의 접근성과 관련한 가이드라인 ‘ADA’ 중 놀이공간에 대한 내용을 살펴보면 시설물의 구성 외에도 다양한 놀이시설물에 접근 가능한 경로에 대해 기준을 정하고 있으며, 일본의 어린이 놀이공원 대한 시설 가이드라인에도 배리어프리 디자인과 유니버설디자인의 기준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이처럼 누구나 놀이터 안으로 들어올 수 있는 접근성을 기본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소 교수는 이어 “해외의 경우는 통합놀이기구를 연구 개발하거나 디자인을 제작하는 기업들이 생각보다 많다. 우리가 알고 있는 그네, 뺑뺑이 외에도 회전목마와 스릴을 즐길 수 있는 기구 등 폭넓은 기구를 연구한다. 우리도 정형화된 그네, 뺑뺑이에서 벗어나 보다 다양한 기구에 관한 연구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제언했다.

마지막으로 이완정 교수는 인천시가 향후 통합놀이터를 설치, 운영하면서 고려할 점에 대해서 제안했다. “먼저 통합놀이 설치 운용의 단계별 전략을 수립한다. 놀이터 설치를 위해서 우선 장애아동과 부모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또한 개소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통합놀이터가 순조롭게 이용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법에 대한 것도 설계단계부터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또한, 통합놀이터뿐만 아니라 모든 아동이 통합놀이를 즐길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 이를 안내, 홍보함으로써 장애통합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이 증진될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기구에 의존하는 놀이터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통합놀이터에 놀이지원가 혹은 놀이전문가를 배치하는 방법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세이브더칠드런에서는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간 장애아동 놀이교사 지원사업을 실시한 바 있다. 이는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발달장애아동이 가정 내에서 안전하게 발달권과 놀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주 1~3회 놀이교사가 방문하는 것인데, 사업에 참여한 발달장애아동의 놀이시간이 증가했으며, 혼자 놀던 아동이 타인과 함께 노는 등 놀이대상이 확대된 결과를 보였다. 통합놀이터에 놀이지원가를 주기적으로 파견해 아동의 안전지원, 놀이 모니터링 등을 통해 통합놀이터의 지속발전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