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활동지원사 임금 청구 사건. 전부 승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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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활동지원사 임금 청구 사건. 전부 승소
  • 편집부
  • 승인 2021.11.04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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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영/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

장애인활동지원사들을 대리해 임금을 청구한 사건에서 항소심 법원은 원고들의 항소 및 청구를 전부 인용했다. 이번 사건은 단순히 임금 미지급 사실을 다투는 것이 아니라, ‘미지급한 임금을 포기하고 민형사상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합의서의 무효를 확인받은 것이기 때문에 감회가 남다르다. 어쩔 수 없이 임금 포기 각서, 부제소합의서(이하 ‘부제소합의서’)를 작성하는 노동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장애인활동지원사들 사이에서 부제소합의서 작성은 관행이었다. 그간 대법원은 당사자의 서명 날인이 있는 이상 이러한 문서는 그대로 효력이 있다고 판시해 왔다. 이번 판결로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기를 바란다. 동시에 법률구조공단이 1심에서 대리하여 패소한 사건을 항소심에서 뒤집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원고들은 장애인활동지원사들이다. 장애인활동지원사는 혼자서 생활을 하기 어려운 장애인들을 위해 활동보조, 방문목욕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이다. 정부는 장애인의 자립생활을 지원하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장애인활동지원제도를 만들고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관련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원고들의 사용자는 중증장애인활동지원사업을 하는 사회복지재단법인인데, 법인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받는 지원금 등으로 장애인활동지원사들에게 임금을 지급해 왔다.

그런데 법인은 정부 지원금이 적다는 이유로 2016년 6월부터 장애인활동지원사들에게 부제소합의서를 징구했다. 부제소합의서에는 “법인은 매년 보건복지부 지침에 따라 정해진 활동지원인 인건비 기준에 의거하여 인건비를 지급하였으며, 근로자는 이를 확인하고 이외에 더 이상 어떠한 금품채권(주휴수당, 시간외근로수당, 연차휴가 미사용수당, 근로자의 날 수당 등 법정제수당)에 대하여 진정 및 민형사상 이의제기를 하지 않으며, 법인(대표자)의 형사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적혀 있다.

장애인활동지원사들은 매달 부제소합의서에 서명을 해서 법인에 제출했다. 2017년 7월 원고들은 노동조합에 가입하고, 노조 활동가로부터 부제소합의서에 대한 설명을 듣고 나서야 그 의미를 알게 됐다. 이후 원고들은 부제소합의서의 작성을 거부했다. 그러자 법인은 원고들의 근무시간을 주당 15시간 미만으로 제한하고 계약해지 통보까지 했다. 이후 원고들은 임금 체불을 이유로 법인 대표를 노동청에 고발했다. 이후 지금까지의 진행 과정은 다음과 같다.

2017. 11. 22. 원고들, 고발장 접수

2019. 3. 29. 원고들, 임금 청구의 소 제기

2019. 6. 5.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법인 대표 기소

2020. 2. 18. 근로기준법 위반 형사사건 1심, 법인 대표 유죄 판결

2020. 3. 10. 법인 대표, 근로기준법 위반 형사사건 항소장 접수

2020. 8. 13. 임금청구 민사사건 1심, 원고들 패소 판결

2020. 9. 10. 원고들, 임금청구 민사사건 항소장 접수

2021. 4. 8. 근로기준법 위반 형사사건 항소심, 항소 기각 판결

2021. 4. 30. 법인 대표, 근로기준법 위반 형사사건 상고장 접수

2021. 7. 15. 근로기준법 위반 형사사건 상고 기각 판결

2021. 8. 19. 임금청구 민사사건 항소심, 원고들 패소 부분 취소, 청구 전부 인용

법인은 임금 미지급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나 부제소합의서를 근거로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사실이 없고, 임금청구의 소는 각하, 청구 기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형사사건 1심 재판부는 부제소합의서는 효력이 없다며 법인 대표에게 근로기준법 위반의 유죄 판결을 선고했다. 그러나 민사사건의 1심 재판부는 부제소합의서는 효력이 있다며 원고들의 청구를 일부만 인용하고, 소를 각하했다.

이에 공감은 민사사건 항소심에서 원고들을 대리함과 동시에 형사사건 항소심에도 피해자 변호사로 참여했다. 부제소합의서에 대한 설명이 없었다는 점, 이에 원고들은 부제소합의서의 내용을 알지 못했다는 점, 장애인활동지원사들은 법인의 지시로 형식상 부제소합의서를 작성하였다는 점, 원고들이 부제소합의서 작성을 거부하자 법인은 원고들에게 보복조치를 취했다는 점을 주장하였고, 특히 항소심 단계에서는 부제소합의서가 임금 지급일보다 먼저 작성되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형사사건 항소심 재판부는 이러한 주장을 모두 인용하였고, 이후 대법원도 법인 대표의 상고를 기각했다. 그리고 드디어 민사사건 항소심 재판부도 1심 판결을 뒤집고 원고들의 청구를 전부 인용했다.

재판부는 “원고들이 부제소합의서를 작성할 당시 부제소합의 대상인 임금채권은 아직 산정되지도 않아 구체적인 지급청구권이 발생하기 전이었으므로 원고들과 피고의 부제소합의는 합의 당시 예상할 수 없는 임금청구권을 사전에 포기하는 것에 해당해 강행법규인 근로기준법에 위반되어 무효”라고 판시했다. 더 나아가 “원고들의 임금 산정은 주 40시간제 근무를 기준으로 산정한 포괄시급제로서 약정 시간당 인건비에 기본시급 및 법정제수당이 포함되어 산정하는 것에 동의하는 것으로 합의한 사실은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원고들의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등의 사정에 대한 피고의 주장 및 증명이 없는 이상, 근로시간 수에 상관없이 일정액을 법정수당으로 지급하는 내용의 위 포괄임금제 합의는 근로자인 원고들에게 불이익하여 무효”라고 판시했다.

불리한 것을 알면서도 임금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노동자들, 어떤 내용인지도 모른 체 임금 포기 확인서, 부제소합의서를 쓰게 되는 노동자들, 무엇보다 지금도 부제소합의서에 서명을 하고 있는 대다수의 장애인활동지원사에게 이번 판결이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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