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등급제 단계적 폐지 석달···무엇이 달라졌나?
상태바
장애등급제 단계적 폐지 석달···무엇이 달라졌나?
  • 이재상 기자
  • 승인 2019.10.25 13: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는 창립 16주년을 맞은 10월 14일 ‘장애인의 권리가 폐지되지 않는,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를 위한 정책토론회’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고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전했다. 특히 이날 토론회에선 장애등급제 단계적 폐지에 따라 도입된 활동지원 등 ‘일상생활영역 종합조사’ 시행 3개월 동안의 모니터링 결과가 최초 공개됐다. - 이재상 기자

 

 

‘일상생활영역 종합조사’ 시행후 기존 보장수준보다 적어

 

수급자격 갱신 대상자

1221명중 79.8% 급여량

증가는 다음 갱신 전까지

한시지원 ‘급여보전’ 때문

신규 활동지원 평균급여

99.9시간에 불과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 방향’이란 발제를 통해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박경석 이사장은 “지난 7월 장애등급제 단계적 폐지에 따라 도입된 활동지원 등 ‘일상생활영역 종합조사’ 시행 3개월이 지난 현재, 기존 보장수준보다 줄어드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이는 보건복지부가 지난 8월 21일 ‘수요자 중심 장애인 지원체계 구축 50일, 장애인의 삶에 변화 나타나다’란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기존 수급자 중 수급자격 갱신대상자 1221명 중 79.8%가 급여량이 증가했고, 단 1%만이 급여량 감소로 나타났다는 발표와 상반되는 것.

박경석 이사장은 “복지부의 발표는 ‘급여보전’ 방안을 적용한 결과다. ‘급여보전’ 미적용시 20%에 해당하는 장애인이 종전 서비스 시간 대비 하락했다. 특히 활동지원서비스를 반드시 필요로 하는 기존 장애등급 1급인 장애인 중 하락된 비율은 21.7%로 더 높게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급여보전’은 기존 활동지원 수급자 중 서비스 지원 종합조사로 수급 탈락되거나 급여가 감소된 경우 다음 갱신 전까지 한시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이다.

박 이사장은 “종합조사의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적용한 한시적 미봉책에 불과하다. 또한 유사한 장애유형이나 상황에 놓인 신규 신청 장애인과의 형평성에도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신규로 활동지원을 신청한 중증장애인의 평균 급여량은 99.9시간으로 기존 수급자의 종전 급여량인 104.5시간보다 낮게 나타났다.

‘조사 영역과 문항’에서도 문제가 있는데, 장애유형(영역)별 차이(특질)가 서로 경합되는 방식으로 합산되는 종합점수 체계라는 점.

기존 인정조사에선 ‘장애특성 고려영역’으로 장애유형과 영역별 조사항목들이 있었으며, 1개 항목의 점수만 산정하는 방식이 아니었다. 즉, 조사항목들이 서로 경합하는(어느 한쪽이 늘면 어느 한쪽이 줄어드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런데 현재는 기능제한 총점 532점에서 모든 항목들이 동일선상에서 합산되는 방식이라 다른 장애유형을 가진 장애인들끼리 종합점수를 두고 경합하는 방식일 수밖에 없다.

종합조사는 또한 하루 최대 나올 수 있는 지원시간은 16.16시간에 불과해 하루 24시간 지원은 불가능하다.

‘활동지원 종합조사’에 따르면 ‘기능제한’ 최고점(532점)인 경우는 직장을 다니고 있으면서 ‘독거’ 또는 ‘취약가구’이고 ‘이동에 제한이 있는 (엘리베이터는 있는) 지하층 또는 2층 이상 거주 장애인이다.

‘사회활동’ 최고점(24점)인 경우는 기능제한 점수 479점 이상이면서 ‘독거’ 또는 ‘취약가구’이고 ‘이동에 제한이 있는 (엘리베이터가 없는) 지하층 또는 2층 이상 거주 장애인이다.

박 이사장은 “기능제한 점수에서 최고점을 받기란 불가능하다. 결국 직장을 다니는 독거 장애인이 엘리베이터가 없는 지하층 또는 2층 이상에서 살아야 기능제한 점수가 479점 이상이 나온다. 상식적으로 기능제한이 높은 최중증장애인이 직장을 다닐 확률이 얼마나 되겠는가”라며 반문했다.

과거 인정조사 추가급여 산정방식과 달라진 것 중 하나는 직장·학교 등 사회활동 영역이 점수에 포함되었다. 이로 인해 기존 인정조사에서는 ‘최중증 독거’와 ‘직장·학교’가 합산되는 것이 아니라 추가급여 시간이 많은 ‘최중증 독거’만 인정된 데 반해 현행 종합조사는 어쩔 수 없이 학교와 직장을 다니지 못하는 최중증장애인은 서비스 시간에서 불리한 상황이다.

‘직장, 학교’ 등 사회생활을 할 경우 사회활동 공간 내에서는 활동지원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고 근로지원인, 특수교육보조원 서비스 등을 이용해야 한다.

박 이사장은 “결국 현행 종합조사는 최중증장애인을 더욱 두텁게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활동의 기회를 박탈당한 채 살아가고 있는 최중증장애인을 더욱 절망하게 만드는 조사방식”임을 주장했다.

뇌병변 전동휠체어 구입,

기초수급 기준 적용…

최하제품 선택구조 바꿔야

청각장애인 정보권-소통권

보장 등 주서비스 마련돼야

발달장애 주간활동 이용시

활동지원 획일적인 차감

개인맞춤형서비스 지원제도

도입 의지 자체가 의심돼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최명신 사무처장은 “31년만의 장애등급제 폐지는 단순히 1~6급의 장애등급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개인별 맞춤형지원서비스라고 복지부는 얘기한다. 그런데 몸에 맞는 맞춤형 전동휠체어 보조기기, 하루 24시간 활동지원 등은 등급제 폐지 전 서비스와 다를 바 없이 신청자격만 모든 등록장애인으로 확대하는 것이 과연 장애등급제 폐지인가”라고 반문했다.

최 처장은 “뇌병변장애인들은 개인별 장애특성에 맞춘 전동휠체어가 필요함에도 전동휠체어 건강보험 급여가 10년이 넘도록 209만원이다, 등급제가 폐지돼도 보조기기 지원은 변한 것이 없다. 지원 기준을 500만 원대로 변경해야 한다.”며 “장애인의 몸에 맞는 보조기기 지원을 급여기준 금액으로 잘라서는 안 될 것”임을 주장했다.

특히 뇌병변장애 특성상 기존 3급~5급 장애인들도 걸을 수 없는 시점에 전동휠체어를 수급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걸을 수 없는 장애인이 사용할 수 있는 보조기기는 전동휠체어밖에 없는 데도 건강보험 적용은 안 되고 있다.

성인에게 확대된 자세유지보조기기의 경우 보조기기 완전체가 휠체어를 포함해야 하지만 현재는 지원품목에서 빠져 있다. 즉 휠체어는 지원품목에서 제외돼 단일 자세유지보조기기 같은 경우 이용 중인 전동, 수동휠체어가 있어야 지급요청을 할 수 있다.

최 처장은 “최중증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 하루 24시간 보장에 대해 정부는 하루 최대 16.8시간만을 제공하고 나머지는 응급안전/야간순회서비스로 보충하겠다는 입장이다. 진짜 개인별 맞춤형 지원이라면 모든 활동지원 이용 장애인에게 하루 최소 16시간의 서비스 제공 등 중증장애인들이 일상활동을 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기본권 보장 차원에서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장애의벽을허무는사람들 김철환 활동가는 “정보접근이나 의사소통에 제약을 받는 청각장애인에게 종합조사는 무용지물”이라면서 “일상생활에 수어통역사를 요구하고 싶어도, 문제를 지원받고 싶어도, 생계를 위해 의사소통 서비스를 요구하고 싶어도 이야기조차 할 수 없다.”면서 장애인정책에서 소외되고 논의조차 안 되는 청각장애인들의 현실을 알렸다.

정부는 장애등급제 폐지 연착륙을 위한 단기정책으로 활동지원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청각장애인 등 감각장애인의 주서비스에 해당하는 정보권이나 소통권 정책은 없다.

복지부의 6월 발표에 따르면 활동지원서비스의 경우 평균 지원시간이 120.56시간에서 127.70시간으로 증가한다고 발표했다. 반면 중증청각장애인들이 현재 받을 수 있는 서비스는 월 1시간에도 못 미친다.

김 활동가는 “전달체계 과정에 감각장애인 전문가를 배치하는 등 청각장애인의 욕구를 올바르게 파악해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청각장애인에 맞는 주서비스를 개발하고 예산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윤진철 국장은 “등급제 폐지 이후 발달장애인의 활동지원서비스는 수치적으로 증가했다. 또한 주간활동서비스가 도입되면서 제한적 인원이긴 하지만 서비스가 늘어난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하루 30분 정도 증가했다고 발달장애인의 삶에 긍정적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윤 국장은 “특히 주간활동 이용 시 활동지원서비스를 획일적으로 차감하는 조치는 장애등급제 폐지 이후 복지부가 구현하겠다는 새로운 판정체계는 물론 개인 맞춤형 서비스 지원제도의 도입 의지 자체를 의심하게 만든다.”고 주장했다.

 

종합조사표 문제점 개선

장애유형별 서비스 확충

수요자 중심 지원체계로

다양한 서비스 발굴 연구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과 정순길 팀장은 “장애등급제 폐지 관련해서 주로 논의됐던 것이 활동지원서비스와 종합조사인데 많이 미흡했던 부분이 있다. 복지부에서 결정할 수 있는 예산의 범위, 기존 수급자들의 급여량, 자격 등이 연결돼 있어서 다소 보수적으로 검토하고 개편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정 팀장은 “제도적으로 구상했던 활동지원 하루 최대 16.16시간, 한 달 480시간 수급자가 없지만, 현재 월 450시간으로 하루 15시간 받는 분들이 나타나고 있고, 지원 시간에 대해서는 확실히 증가했다.”면서 “종합조사표가 최중증장애인을 덜 보호한다는 것은 아니다. 종전보다는 지원시간이 증가했고, 최대 시간이 나타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제도 개선을 검토하겠다.”며 일정 부분 개선되고 있음을 강조했다.

향후 추진 계획과 관련, “단기적으로 종합조사에 대한 고시개정위원회를 통해 시행된 부분에서 나타난 문제점들을 개선해 나갈 예정”임을 밝혔다.

그는 “등급제 폐지 이후 수어통역서비스를 시범사업하고 본사업을 준비했지만 지자체 사업과 중복돼 이뤄지지 못했다.”면서 “장애유형별 서비스 확충은 보건사회연구원을 통해 수요자 중심 지원체계 발전 위한 다양한 서비스 발굴 관련 연구가 진행 중”임을 밝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