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극복은 내부 통합이 선행되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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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극복은 내부 통합이 선행되어야
  • 편집부
  • 승인 2013.06.07 00:00
  • 수정 2014-04-08 11: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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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진 / 시각장애인

 작년 대선을 앞둔 시점부터 유권자의 득표를 의식한 듯 정치권의 과잉된 복지 공약이 홍수처럼 번져갔다. 이런 공약의 허와 실 때문에 장애인계의 기대와 염려가 커지는 것 또한 무리가 아니었다. 그 일례로 장애인등급제 철폐 같은 내용이 우리를 긴장시킨 것이다. 외형상의 논리는 합리적으로 보이지만 우리나라에서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목표를 두고 진행되어 온 현실을 무너뜨릴 수도 있는 발상이라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측면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에서는 이미 그 실현을 재촉하는 것만이 선진으로 향하는 것이라는 목소리를 높여 당사자들의 염려를 자아내게 했다.
 이와 비슷한 현상이 우리 시각장애인계에도 계속 진행되고 있다. 근대에 들어 장애인에 대한 복지제도가 도입?시행될 때마다 시각장애인들은 타 장애인에 비하여 불평등한 처지에 놓이고 있다는 복지 이방인 같은 서글픔을 맛보곤 했다. 그 이유야 많겠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서구 사회의 경우 시?청각장애인의 교육과 사회 원호제도가 먼저 수립된 후, 일반 신체장애인에 대한 복지제도가 ‘심신장애인복지제도’라는 이름으로 법제화됐지만, 우리나라는 장애 정책 입안 과정에서 시각장애인의 자활 기반이 미미하다는 것을 무시한 채 서구의 ‘심신장애자복지제도’를 도입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에 누락되었다고 생각되는 시청각장애인의 내용을 끼워주는 방향으로 제도를 마련한 것이다. 그러니 자연히 시각장애인의 소외감은 보상될 방법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범위를 좀 더 좁혀 시각장애인에게 세계적인 유례가 드물게 공인되었다고 하는 안마사 제도의 흐름을 살펴보자. 광복 이후, 우리나라 시각장애인들은 침안업이 재활할 수 있는 가장 알맞은 직종이므로, 이를 제도화할 것을 요구했다. 이들의 강력한 요구에 따라 안마사제도를 마지못해 허가하기는 했지만, 정부는 장기적인 안목의 발전 모델은 접어둔 채 그때그때마다 미봉책으로만 일관해왔다. 이로 인해 일부 안마사들의 피나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명예 안마시술소가 범람하고 변태 영업이 성행하여 퇴폐 향락산업의 주역이라는 오명을 면치 못하게 되었다. 이에 더하여 안마업이 사설강습소와 시술행위 등으로 좋은 돈벌이 수단이라고 인식한 정안인 무자격 안마 행위자들이 금력과 정치권력 등을 업고 이 업계를 긴장시킨 사례는 그 얼마였던가?
 이런 소용돌이와 정부의 무자격 안마행위에 대한 미온적 처벌과 단속에 대한 무관심이 헌법재판소가 시각장애인 안마사제도가 위헌이라는 판결을 내리게 하는 빌미를 낳게 한 것이다. 다행히 안마업계의 결사 투쟁과 이를 본 국민들의 동정적 여론, 시각장애인계의 대변자로 나선 국회의원들의 노력으로 위기를 극복했다. 그렇지만 그 여파로 헌재의 위헌 심판 청구는 수차례 계속되어 현재까지 그 무거운 짐에 허덕이고 있다. 안협은 지난 4월부터 앞으로 있게 될 헌재판결을 위한 1인 시위 등 다각적인 로비활동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런데 근자에 와서 우리 모두를 불안하게 하는 일들이 진행되고 있다.
 민주당 최동익 의원이 정부 예산으로 시행하는 안마사파견사업의 금년도 추가분에 대한 실무 집행을 시각장애복지전문기관에 위임해야 한다고 주장해 안협과 갈등을 빚고 있다. 최 의원은 그 때문에 안협이 국가 예산으로 집행하는 사업에 회비를 결부시키고, 선정 과정에서 지인에게 특혜를 주는 등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안협 측은 최 의원이 현직 대표로 있거나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진 기관들이 운영권을 행사하게 할 목적을 갖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또, 최 의원이 헬스키퍼 등 일반 기업에 안마사의 일자리를 합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공동 발의한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해 안협 측은 이는 ‘안마의 시각장애인 전업제도’의 근간을 위태롭게 할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러한 양측의 행태가 서로간의 타협과 조정없이 미루기 설전을 되풀이해 오다가 드디어 안협은 지난 5월 24일부터 최 의원을 규탄하는 민주당사 앞 시위에 나서고 말았다. 시각장애인계를 위하여 서로 끌어안고 혼신을 다해도 힘이 모자랄 이 순간에 도대체 무슨 작태란 말인가?
 한발 물러서서 생각해 보면 회원의 회비에 의해 운영되는 안협이지만 생계형 일자리 특히 국가가 집행하는 일자리 창출 사업에서는 유연성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또 선정 과정에서 간간이 들려오는 불공정 사례에 관한 이야기가 헛소문에 불과한 것인지 확인되어야 할 것이다.
 최 의원은 누가 뭐래도 시각장애인을 대변하여 활동해야 하는 책무가 무거운 선량이다. 내부의 약점을 의정 단상에서 여과 없이 말하는 것이 과연 시각장애인계에 이익이 되는지를 성찰해야 했다. 더욱 그가 겸직하고 있는 한시련과 관여 중으로 알려지기 쉬운 복지관이 경로당 안마사업에 참여하고 있으니, 속담에 ‘배밭에선 갓끈을 고쳐 매지 않는다’는 교훈을 누구보다 염두에 두어야 할 처지가 아니었는가?
  이제 그간의 갈등은 봇물 터지듯 터졌다. 이를 내부의 이권 다툼으로 보는 외부의 시각을 어떻게 수습해야 할 것인가? 6월 보훈의 달을 맞아 우리 시각장애인계에도 후진들의 길을 열어 주기 위해 몸 바쳐 희생한 분들이 많았음을 기억할 때다. 오늘 이 분쟁의 길목에 선 당사자들은 선배들이 이룩해 놓은 위업 앞에 경건하게 사죄하는 뜻에서라도 겸허한 자세로 돌아가 내부의 통합을 이루어야한다. 이 길만이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현재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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