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성범죄, 사후약방문 아닌 예방을 위한 형사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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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성범죄, 사후약방문 아닌 예방을 위한 형사정책
  • 편집부
  • 승인 2013.05.27 00:00
  • 수정 2014-04-15 09: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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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정 / 경기대학교 대학원 범죄심리학과 교수

 아동과 청소년이 성범죄의 대상이 되는 연유는 보호환경의 결핍과 인터넷을 통한 음란물 유통과 온라인 성매매가 이전보다 훨씬 쉽고 빠르게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08년도 성매매로 검거된 청소년들의 94%가 인터넷을 통해 성매매를 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특히 서로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들 사이의 랜덤채팅이 청소년 성폭력의 피·가해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나아가 스마트폰을 이용한 채팅앱이 등장하면서 청소년음란물 유통 및 아동·청소년 성매매의 온상은 인터넷에서 스마트폰으로 이동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현재 스마트폰으로 다운받아 사용할 수 있는 채팅앱은 100여개가 있다고 한다. 그 중 회원수가 약 60만 명인 A채팅앱을 대상으로 수사한 결과 한 달간 ‘조건만남’, ‘원조교제’ 등으로 성매매를 암시한 메시지를 전송한 성인남성은 약 1만여 명이나 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아동·청소년 성매매 인터넷→스마트폰 이동, 검거 어려워지고 있어 

 하지만 스마트폰 앱을 이용한 매매춘 시스템이 번성함에도 불구하고 경찰청은 이에 대해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이유인즉슨 인터넷 성매매는 성매매 알선 사이트에 남은 IP 주소를 추적해 알선책과 성매수 남성을 검거할 수 있지만 랜덤채팅은 채팅앱 개발업체를 적발하더라도 그 서버엔 접속자 관련 기록이 거의 남아 있지 않아서 검거가 어렵다는 것이다. 이는 스마트폰 기기의 고유 주소가 통상 10일~1개월만 지나면 삭제되기 때문과 관련이 있다.
 최근 더욱 문제가 되는 점은, 이 같은 성매매 시스템에 노출된 적이 있는 청소년들이 처음에는 피해경험으로 성매매에 유입이 되지만 점차 성매매 가해자로서 변신해간다는 사실이다. 10대 소녀들이 간단한 앱으로 유흥업소 같은 성매매 업체의 도움 없이도 직접 성 매수 남성을 모집한 뒤 자신보다 더 어린 아동들을 내보내 포주 노릇을 하기도 한다고 알려졌다.

성매매 노출 청소년,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변해 

 2013년 4월 6일 SBS에서 방송된 <그것이 알고 싶다>는 가출한 청소년들이 성매매 피해자가 되고, 연이어 성매매 가해자로 변모해가는 과정을 보여주었다. 하룻밤 묵을 곳을 찾아 청소년들은 소위 가출‘팸’을 구성하여 인터넷 채팅 사이트나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소위 성을 구매할 남성을 물색하고 또 성매수를 한 상대 남성을 협박하여 금품을 갈취하는 등 2차 범죄를 저지른다. 이렇게 얻은 범죄수익은 가출팸의 유지를 위해 재투자된다.
 현재 정부는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을 통해 ‘성매매’와 ‘성매매피해자’를 규정하는 조문을 두고 윤락행위를 하는 여자 청소년들에 대하여 보호처분을 적용하고 있다. 이렇게 처벌조항을 두게는 되었으나 인터넷 성매매를 근본적으로 어떻게 근절할 것이냐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은 전무한 실정이다.

미국·영국 등 인터넷 미성년자 성착취 시도만으로도 처벌

 그러나 미국과 영국, 호주 등의 경우에는 인터넷으로 미성년자의 성을 착취하려는 시도만으로도 처벌을 한다. 즉 인터넷 상의 대화내용 등이 처벌 대상이 되는 것이다. 이를 위하여 특히 제한적으로 유도(誘導)수사를 허용하는 등 청소년 성보호에 대해 적극적인 공세를 취하고 있다. 최근 여성가족부가 유도수사를 법제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 역시 외국의 이 같은 제도들과 맥을 같이 한다.
 이런 논쟁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할 점은 바로, 이미 발생한 성범죄를 추적하여 입증 방안을 확보하는 것이 아니라, 그에 앞서 아동과 청소년이 피해자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안이 있을 것인가에 대한 모색이다. 사회 전반에 만연되어 있는 성에 대한 왜곡된 인식의 문제를 어떻게 수정할 것이냐가 사실은 보다 근본적인 문제라는 점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발생한 성범죄 추적보다 아동·청소년 피해 막기 위한 예방방안 모색이 더욱 중요

 이런 차원에서 보면 아동음란물에 대한 철저한 단속은 보다 근본적인 사회규범을 제시하는 대안이라 판단된다. 즉 아동이 음란행위의 대상이 되는 음란물을 단속함으로써 단순소지자들에 대하여서도 아동은 성의 도구가 아니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계기를 제공한다. 이와 함께 최근 선진국에서 입법하기 시작한 ‘아동유인방지법(Anti-Grooming Law)’도 범죄행위를 처벌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함축한다.
 현재 한국의 아동성폭력에 대한 수사는 이미 사건이 일어난 후 혹은 성폭력 행위 중에 증거를 확보하여야만 범죄자 검거가 용이하다. 이 경우, 범죄를 예측할만한 정보를 미리 입수했더라도 사건이 발생하기 전에 아동을 보호하기는 힘들다.

최근 선진국 ‘아동유인방지법’ 입법 시작, 사전정보 입수만으로도 범죄행위 증거 채택

 그러나 미국과 영국, 호주, 스웨덴, 싱가포르 등은 아동·청소년이 성폭력의 피해자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하여, 범행이 일어날 것이라는 사전정보의 입수만으로도 그 정보가 범죄행위의 증거로서 채택되어, 범인의 검거와 처벌의 이유가 되게 하는 ‘아동유인방지법’을 도입·시행하고 있다.
 이 법은 부모 동의 없이 아동을 유인하는 것만으로도 처벌을 받도록 하고 있기에, 결코 어떤 이유로도 아동은 성인의 유인대상이 될 수 없다는 새로운 사회규범을 제공한다. 스코틀랜드는 최근 16세 이하의 아동을 만나거나, 만나려고 집을 나서거나, 만나기 위한 약속을 한 자 등 아동과의 불법 성행위로 추정되는 행위를 시도한 자를 최대 10년의 구금형에 처할 수 있는 규정을 마련하였다.

사후약방문식 형사정책 아닌 예방적 차원의 법률 도입 불가피

 이와 함께 성행위를 하지 않았더라도 아동성폭력에 이용될 것이라고 여겨지는 피임도구 등 성행위에 관련한 도구가 나왔거나, 성행위 시도 전의 대화내용을 범죄행위의 증거로서 채택할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진술과정에서 16세 이하의 아동을 16세 이상이라고 믿었던 합리적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는 자를 처벌할 수 있게 하여 유죄입증력을 높이려고 노력하였다. 이후 싱가포르와 스웨덴 역시 유사한 형태의 아동유인방지법을 도입하였다.
 아동의 안전을 철저하게 보호하겠다는 의지를 정부가 가지고 있다면 사후약방문식의 형사정책 이외에도 새로운 성적 가치질서 확립에 도움이 되는 예방적 차원의 법률 도입이 불가피하다고 판단된다. 성에 대한 왜곡된 가치관부터 바로잡지 않는 이상 우리의 아이들은 결코 안전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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