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인이 말하는 휴먼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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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인이 말하는 휴먼스토리
  • 편집부
  • 승인 2013.04.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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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회 장애인의 날 특집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이승복 박사는 하반신 마비를 이겨내고 미국 존스홉킨스대 병원 재활의사가 된 인물이다. 그리고 2012년 런던 패럴림픽을 목표로 새벽부터 물살을 가르고 있는 로봇다리 김세진 군, 전동휠체어와 보조공학기기를 이용해 강단에 서는 이상묵 서울대 교수, MBC 나가수에서 천사의 연주라는 평가를 받으며 유명 가수들과 호흡을 맞추고 있는 재즈하모니카 연주자 전제덕 씨 등. 이들은 모두 장애를 딛고 일어서 각 분야에서 성공하며 당당하게 살아가고 있는 인물들이다. 이들의 공통적 특징은 장애를 인정하되 그 안에 머물지 않고 꿈을 향해 끝까지 달리며 장애는 시간의 차이일 뿐 결코 능력의 차이가 아니라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준 우리 시대의 영웅들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 자폐성 발달장애를 안고 세상으로 발을 내딛은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어느덧 사회인으로 성장하며 단지 장애를 극복한 삶을 넘어 사회 각 분야에서 당당히 자신의 이름을 떨치고 있는 그들. 현재 자신들의 삶과 오늘이 있기까지 그들이 겪었던 삶의 이야기는 기적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니고 있었다. 얼마 전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에서 개최됐던 ‘자폐인이 말하는 자신들의 삶 이야기’는 그들의 생생한 삶의 스토리와 메시지로 희망과 감동을 전했다. 그 아름답고 진한 감동의 휴먼스토리 속 두 주인공들을 만나봤다. <이상미 기자>

 

어머니가 아들의 음악적 소질 발견하고 홀로서기 가르쳐

대통령상 수상한 조상협 오티스타 디자이너

 

지난 19일, 제33회 장애인의 날 기념행사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하기도 한 조상협(발달장애3급) 씨는 지난 2009년 자폐성 발달장애인 최초로 한국재활복지대학 컴퓨터영상디자인과에 합격하며 화제를 낳았던 주인공이다. 현재는 오티스타(AutiSTAR) 소속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동시통역까지 가능한 일본어 실력을 소유하고 있다.

이렇듯 화려한 재능을 자랑하고 있는 그 역시도 5살이 돼서야 세 마디를 기점으로 말문이 트여 초등학교 입학 때까지 단 두 단어를 구사하는 것이 전부였다. 또 중학교에 입학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학업을 중단해야 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세상의 잣대 속에 자폐라는 장애를 딛고 살아온 상협 씨의 지난날 세월 속에는 그의 어머니 오현옥 씨가 있었다.

오랜 시간 수많은 시행착오와 갈등을 겪으며 상협 씨의 교육을 위한 그녀만의 원칙을 세워나갔던 그녀는 아이의 눈높이를 체크하고 자유로운 의지로 순응하는 과정을 중시했다. 먼저 음악과 예술을 통한 시각적인 요소를 발달시키기 위해 문화적인 접근을 쉬지 않았다. 이런 노력들은 상협이가 가지고 있는 음악적 소질을 발견하고 신경계를 자극하는 계기를 마련하기도 했다.

또한 식습관이나 생활태도 등을 개선시키기 위해 혹독한 훈련을 통한 훈계도 빼놓지 않았다. 대부분 자녀를 혼자 두거나 멀리 떠나보내지 못하는 자폐성 장애 자녀를 둔 부모들과 같았던 오현옥 씨는 상협 씨의 자유의지를 일찌감치 인정하고 홀로서기를 가르치기 원했다.

그녀는 중국집 스티커를 집집마다 부착하는 아르바이트를 통해 상협 씨 스스로 소득을 얻는 훈련을 시키기도 했다.

또한 우연히 알게 된 놀이치료를 통해 스스로의 상처를 풀어내고 치유하는 과정을 바라보며 오현옥 씨는 그렇게 끊임없이 상협 씨를 관찰하고 권유하며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물꼬를 열어갔다.

어린 시절부터 음악이나 미술 쪽에 관심이 많았던 상협 씨는 현재 오티스타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다. 순수 디자인보다는 애니메이션과 게임 관련 디자인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상협 씨는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결과물을 만들 때 가장 기쁨을 느낀다.

자신의 능력을 발견하고 사회생활의 기술과 사회성을 키워나가고 있는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는 그는 자신과 같은 발달장애를 갖고 있는 후배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미칠 수 있도록 끊임없는 노력과 배움을 지속해나갈 것을 다짐하기도 했다.

 

“책이 적극적 사고와 행동장애 극복에 가장 큰 역할”

윤은호 인하대학교 문화경영학과 박사과정

 

현재 인하대학교 문화경영학과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윤은호(발달장애3급) 씨는 자폐 그리고 장애라는 울타리에서 벗어나기 위한 끝없는 용기와 노력으로 지난 2005년 대학수학능력시험 정시모집을 통해 인하대학교에 입학했다. 상위 11% 안에 드는 성적으로 정시모집에 합격하고 인하대 정석학술정보관에서 가장 책을 많이 읽은 학생으로 뽑히기도 하면서 현재 박사 4학기 과정을 이수중에 있다.

하루에 3시간 이상 책을 읽는데 시간을 할애하는 은호 씨는 적극적인 사고와 행동장애를 극복하는데 있어서 가장 큰 역할을 한 부분이 바로 책이라고 말한다.

그 역시도 장애를 딛고 세상 밖으로 당당히 서기까지 여느 자폐성 발달장애인들이 겪게 되는 아픔과 시련을 겪었다.

서번트 증후군과 유사한 자폐성 장애를 갖고 태어난 은호 씨는 4살 때부터 재활치료를 받았다. 그리고 은호 씨의 부모님은 그를 특수학교가 아닌 일반학교에 입학시켰다. 물론 악몽 같은 날들의 연속이었다. 외톨이로 시작한 학교생활은 집단 따돌림과 폭행으로 단 하루도 몸 곳곳에 상처가 아물 날이 없었고 결국 전학을 가게 되었지만 그곳에서도 같은 시련은 기다리고 있었다.

지금은 당당히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은호 씨는 대학 입학 때도 또 한 번의 좌절을 겪어야만 했다. 장애인 전형을 치르기 위해 입시서류를 접수했지만 입시 거부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돌발행동을 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결국 그는 자신의 성적으로 당당히 대학수학능력시험 정시모집을 통해 대학교에 입학했고, 학부에서 문화콘텐츠학을, 석사에서는 문화경영학을 전공했다.

윤은호 씨는 얼마 전 국립특수교육원과의 인터뷰를 통해 특수교육 선진국의 콘텐츠들이 우리나라에서도 만들어지길 바라며 선진국의 특수교육을 통합적으로 관리, 제공할 수 있는 센터가 운영된다면 발달장애 아이들의 미래를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리고 자폐성 장애를 가진 아이들의 특성인 집착하는 부분을 잘못된 것이라고 단정 짓지 말고 아동이 가진 흥미라는 것을 인정하고 존중해 그 부분을 긍정적으로 개발해준다면 그들이 가진 고유의 재능을 발견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얼마 전 ‘리프라이프’라는 주제로 첫 개인전을 열기도 한 윤은호 씨는 음악이나 미술을 표현할 수 있는 사진, 동영상 등을 제작해 전시하며 ‘자폐아동의 문화콘텐츠를 통한 치유’라는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얻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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