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책상 위 사진 두 장, 그리고 감사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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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책상 위 사진 두 장, 그리고 감사의 말
  • 편집부
  • 승인 2013.02.12 00:00
  • 수정 2014-04-15 10: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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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숙/월드비전 인천지부장

사무실 내 책상 여기저기에는 나에게 힘을 주는 몇 장의 사진이 놓여 있다. 그 중 하나가 눈웃음을 치고 있는 한 녀석과 내가 어깨동무하며 찍은 사진이다. 보노라면 녀석과 놀고 있는 나를 보게 된다. 녀석과의 만남은 몇 년전으로 올라간다. 그러니까 녀석이 초등학교 입학했을 그 해 어린이날 행사장에서 우리는 처음 만나게 되었다. 녀석은 줄넘기를 선물로 받아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 녀석보다 어린 아이들이 줄넘기를 하고 노는데 녀석은 줄넘기를 할 줄 몰라 머쓱해 한다. 내가 다가가 줄을 앞으로 내리고 두다리로 뛰어보라 하니 녀석은 신중하고 조심스레 줄을 넘었다. 얼마 후 녀석은 내게 달려와 자신이 줄을 넘는 모습을 보라고 성화였다. 그야말로 천천히 줄을 넘어가는데 12번씩이나 하는 것이 아닌가. 나는 주변의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잘한다며 박수를 쳐주었다. 그 뒤 녀석과 만날 때마다 우리는 줄넘기 대화를 했다. 어떤 날은 이제 잘한다 하더니 어떤 날은 빨리 두 번 돌리기를 한다고 자랑스러워했다.
4년이 흐른 어느날 내게 편지가 왔다. “…1학년 때 어린이날 행사를 할 때 줄넘기를 가르쳐 주어서 정말 고맙습니다.…” 감사를 말할 수 있는 녀석은 지금 빛나는 청년으로 커가고 있다.
또다른 사진은 내가 살아 있는 닭을 끌어안고 눈이 빛나는 아이와 손잡고 환하게 웃고 있는 사진으로, 볼 때마다 내 가슴을 뜨겁게 한다. 아이와의 만남은 6년 전 쯤으로 기억된다. 나의 딸아이가 초등학생 때부터 동생삼은 아프리카 콩고에 사는 아이인데 내가 콩고로 출장을 간다 하니 내 딸이 선물꾸러미를 준비하여 내게 주었고 아이와의 만남은 그렇게 이루어졌다. 아이는 8명의 가족과 흙바닥에 거적을 깔고 잠을 자야 하는 열악한 환경에서 살고 있었지만 아이와 가족 모두 어찌나 환하게 맞이해 주던지 지금껏 그보다 감동적인 환영은 없었다. 이날 아이는 살아 있는 닭을 들고 나와 나에게 선물로 안겨주었다. 아이의 집을 나올 때 나는 살며시 닭을 놓고 나왔다. 헌데 다음날 그 닭은 잡혀 식탁에 올라왔다. 선물은 반드시 가져가야 한다는 마을의 에티켓으로 그 닭은 요리가 되어 식탁에 올라왔던 것이다. 난 한 점도 먹을 수 없었다. 그러나 아이와 가족의 메시지가 지금도 나를 일하게 한다. “감사합니다. 우리 가족을 도와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고마워요.” “감사해요.”는 역경을 극복했거나 커다란 성취를 이룬 사람들이 자주 하는 표현이다. 매일 감사의 일기를 쓰는 사람들의 공통된 이야기는 감사를 말할수록 감사한 일이 많이 생각나고, 실제로 감사할 일이 많이 생긴다는 것이다. 오프라 윈프리는 힘겨웠던 어린 시절부터 감사한 일을 찾아내는 습관을 들였다고 한다. 고인이 되었지만 여전히 많은 감동을 주는 강영우 박사도 장애를 축복의 도구로 여기고 감사하였다고 한다. 감사는 그 자체로 힘을 갖는다. 본인은 물론 다른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에너지를 발산한다.
곧 설날이 다가온다. 유난히 춥기도 하고 눈도 많았던 올 겨울, 경기마저 어려워 많은 사람들이 설을 앞두고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지 모르겠다. 이제 다시 시작하는 2013년 새해, 일상 속에서 감사를 말하는 한 해를 살아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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