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에 바라는 장애인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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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에 바라는 장애인 정책
  • 편집부
  • 승인 2013.01.25 00:00
  • 수정 2014-04-15 10: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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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사무총장

주간칼럼

새 정부는 갈등과 격차를 해소한 완전한 통합사회를 표방하고 있다.
미국의 통합사회는 1960년대에 나온 말로, 다민족 국가로서 인종간의 통합을 말하는 것이었다. integration(통합)을 내세우며, 서로 주거지가 다르고, 생활환경의 격차가 다르고, 서로 감정적 갈등을 해소하여 화합과 통합을 구현하려고 노력하였다. 통합의 기준을 백인사회에 두었기에 흑인들은 그 중심에 대한 반감과 문화적 차이를 수용하지 않았던 것이다.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자, mainstream(주류화)라는 슬로건으로 바꾸고, 흑인 사회의 주류화로 그 문화를 인정하는 가운데, 통합을 시도하였다. 흑인의 문화와 인종의 정체성을 인정하여 주류화에 동반시키려는 것이었다. 그러나 부분적 성과가 있기는 하였지만, 차별이 없어지거나 생활의 향상이 나타나고 격차가 없어지지는 않았다. 그러자, full inclusion(완전한 포괄, 융합) 정책으로 전환하였다. 서로가 서로를 인정하며, 하나가 되게 하는 정책인데, 여기에 하나로 만들어주는 매개체가 없고 문화적 환경이나 배경, 경제적, 정치적,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기에는 장기간의 생활과 교육 등 하루아침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음을 인식하게 되었다.
그래서 포괄적 정책과 당사자주의, 유니버설 디자인 등의 개념이 강조되게 되었는데, 모든 정책을 수립할 때에 소수자의 입장을 포함하도록 하여 검토하고 시행한다는 것, 인류 문화적으로 스스로 자치적 역량강화를 통한 정치적 권력을 인정한다는 것, 누구나 모든 사람이 접근 가능하고, 사용 가능하며, 안전한 설계를 제품이나 정책, 개발에 적용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회 리더의 비전은 교육정책에도 반영되어 전체주의적 성과가 아닌 개별화 교육이 자리잡게 되었으며, 통합의 이념은 장애인의 정책에도 적용되었다.
이것은 개인을 중시하고 행복추구권을 인정하며,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민주주의의 새로운 시대를 여는 서막이라고 말할 수 있다. 새 정부에서도 새로운 시대를 선언하고 있다.
인구의 15%에 해당하는 장애인, 그들의 격차는 결국 사회적 부담이며, 국가와 국민의 재건축에서 통합의 가장 핵심적 주제일 수밖에 없다. 장애인 정책에서 통합을 실현하려면 가장 먼저 장애인의 당사자성을 인정하고 주류화로 나올 수 있는 길을 열어야 한다. 시혜와 동정의 대상화는 결코 통합을 이룰 수 없다. 정치는 권력의 배분과 상호 협력이다. 집중화로 된 한 인물됨이 시대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이 시대를 이끌어야 하고 각자의 위치에서 당사자가 그 역할을 맡아야 한다. 최소한 인수위원회에 장애인 당사자가 포함되기를 기대하였으나, 그것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러한 상징성은 없어졌지만, 실제 정책 입안에서는 당사자성이 인정되기를 기대한다.
다음으로 모든 정책에서 포괄적 접근을 해야 한다. 경제성장 등 여분의 재원으로 복지를 하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의 복지는 국민의 삶을 결정짓고 고통에서 해방시키는 국가의 책임으로서 비중 있는 하나의 주제라야 한다. 그리고 모든 정책에서 장애인의 영향평가가 포함되어야 한다. 복지부가 아닌 대통령 산하의 장애인위원회 구성을 요구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고 장애인지적 예산을 요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획재정부의 예산 집행에서부터 각 부처의 행정과 정책에 골고루 장애인의 정책이 포괄되어야 한다. 기초생활수급자가 아니면 혜택을 받을 수 없고 출구가 없이 소액의 혜택으로 만족을 요구하는 정책으로는 수급자만 양산하고 국가의 비생산적 부담만 늘게 된다는 사실을 알고 복지와 노동 정책이 시행되어야 한다.
다음은 유니버설 디자인이다. 먼저 모든 국민은 제외됨 없이 접근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건물에서 접근성이 되지 않는 건물을 지어 놓고 다시 개보수하면 많은 비용이 들거나, 구조변경이 불가능한 것처럼, 제도나 정책도 마찬가지이다. 공간적 접근성, 욕구해소의 정책 접근성, 디지털과 인터넷의 접근성, 방송언론의 접근성, 지식의 접근성, 이러한 접근성의 장애가 장애인을 만드는 것이며, 사회적 제약이 된다.
법은 시대를 앞지르지 못하고 사회현상의 문제를 뒤따라가며 해결한다. 성폭력 사건이 여론의 도마에 오르고 강력한 처벌 조문이 담기지, 미리 예방하기 위해 먼저 법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복지는 시대에 뒤따라가면 희생자가 많으며, 그 고통은 통합을 방해하게 된다. 법적으로만 저촉되지 않으면 편의시설을 갖추었다고 베리어프리 건물이라고 우긴다면, 그 베리어 프리 건물 대부분은 실제로 장애인은 이용 불가능할 것이다. 이용자의 편의성과 복지 소비자의 만족을 고려해야만 한다. 차별은 차이가 차이 되지 않게 하지 않는 모든 행위를 말한다. 적극적 조치를 하지 않는 것 또한 차별이다.
새 정부 설계에 장애인의 의견을 반영하고, 모니터링하지 않으면 결코 새 시대는 열리지 않으며, 통합은 달성할 수 없다. 통합은 상호작용인 것이지, 한쪽의 화해의 손으로 결코 이룰 수 없다. 또한 마음을 열고 손을 잡아도 그 손은 얼마 가지 않아 다시 놓게 될 것이다.
권력은 억압을 낳는다. 억압은 누르는 것이 아니라, 누르고 있는 것을 걷어주지 않는 것이다. 결국은 권력을 나누어 역할을 부여할 때에 대통합의 새 시대는 열릴 것이다. 새 정부는 무늬만 새 정부이고 그 안에서 일하는 공무원과 정치인들은 기득권을 놓지 않거나, 새로운 편제로 줄서기를 하려 할지도 모른다. 고질적 권력투쟁의 무기로 통합이 내세워지는 것이 아니라 통합을 위해 권력이 배분되어야 한다. 통합은 목표이지 결코 도구가 아니다.
통합은 조화이며, 조화는 각자의 역할이 서로 어울려야 한다. 그런데 새 정부에서 장애인을 주류화의 이슈로 생각하거나, 중요하게 포괄적 접근의 이슈로 인식한 흔적은 현재 어디에도 나타나 있지 않다. 적은 양의 서비스나 권력을 서로 가지려 피나는 싸움을 준비하는 전야처럼 고요만이 흐를 뿐이다.
가장 불편한 사람에게 편한 사회는 누구나 살만하고 편한 사회라는 인식, 불편을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문명이 오히려 더 불편함을 주어 장애인이 소외되는 격차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인식, 정치가 모든 국민 개인의 행복과 평화를 위한 것이라면 불행과 파괴를 거부하고 필요한 욕구를 아낌없이 줄 수 있는 행복 접근성을 보장해야 하는 국민이 장애인이라는 인식, 새 정부에 오직 이것 하나만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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