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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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시선
  • 편집부
  • 승인 2012.09.21 00:00
  • 수정 2013-01-21 11: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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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은 짧고 인권은 영원하다”

 

 

이명박 대통령은 당선자 시절 김대중 대통령 시절 만들어 놓은 국가인권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으로 둘 것을 추진했지만 여론의 강력한 반대로 무산됐었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시행된 2008년 4월 이후 인권위는 장애인차별시정기구로서 업무가 급증했는데도 MB정부는 하위법인 행정안전부 직제령이 상위법인 인권위법을 개폐한 법률하극상까지 저질러가며 기존 5국 22과의 조직을 3국 10과로 줄이고 인원도 208명에서 164명으로 축소시켰었다.

“인권위는 정부의 간섭을 받지 않는 법적으로 독립된 기관이므로 행정안전부의 인력 30% 감축안에 협력하지 않을 것”이라며 살아있는 권력과 외롭게 싸웠던 안경환 전 인권위원장은 임기 4개월을 남겨둔 채 지난 2009년 7월 “정권은 짧고 인권은 영원하다”는 말을 남기고 사퇴했다.

그 후 인권분야에서 연구 및 사회활동 경력이 거의 전무한 민법학자 출신의 현병철 씨가 신임 인권위장이 됐고 지난 16일 이 대통령의 연임 내정을 받아 후보자 자격으로 국회 인사청문회장에 앉았다.

인권위의 독립성을 강조하며 청와대에 업무보고를 하지 않았던 전 위원장과 달리 현 위원장은 임기 3년 동안 인권위는 검찰의 MBC PD수첩 수사, 한진중공업 사태, 용산참사, 주한미군 만행 등 대한민국 국민의 인권에 심각한 침해를 받은 사건에 대해서도 직권조사를 하지 않고 침묵으로 일관한 반면 민간인 불법사찰과 관련해서는 직권조사 상황을 청와대에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청문회에서 민주통합당 송호창 의원은 “현 후보자가 지난 5월 청와대에 들어가 북한인권 관련 보고를 하는 과정에서 청와대와 인권위가 민간인 불법사찰 조사에 대해 조율한 의혹이 있다.”며 추궁하자 현 후보자는 “청와대를 나올 때 하금열 대통령실장이 ‘(직권조사를) 하고 있죠?’라고 묻자 ‘예’ 했을 뿐이라고 간단히 얘기했다.”고 답했다.

새누리당 박대출 의원도 “현 후보자는 청문회 자료에서 모두 8차례 청와대를 찾았다고 밝혔다.”면서 “그러나 관용차 운행 기록을 확인한 결과 3차례 청와대 방문이 누락됐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내용에 비춰봤을 때 4년 반 전 이 당선자와 인수위가 인권위를 대통령 직속으로 두려는 이유와 임기 반년도 안 남은 상황에서 대통령이 오기 인사란 비난을 무릅써가면서까지 강행한 이유를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기자의 짧은 생각으론 보수, 우익정권 특유의 입막음과 소통의 단절을 통해 4대강 사업과 같은 짜고 치기 고스톱을 하기 위해선 민감한 사안에 대해선 침묵으로 일관해 위원회의 논의조차 무산시켜버리는 능력을 가진 현 후보자 스타일이 제격이라는 것이다.

이 대통령의 임기는 6개월 정도 남았지만 인권이란 거대한 물결은 지금 이 시간에도 계속 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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