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의 ‘캠프힐’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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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의 ‘캠프힐’을 가다
  • 편집부
  • 승인 2012.06.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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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mphill(캠프힐)은 아주 심각한 장애나 질병으로 인해 문제시 되서는 안되며 공동체 내에서 치유한다는 커다란 인본주의적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세계 각국의 캠프힐 사례를 통한 한국 장애인 거주 서비스 환경 변화를 모색하기 위한 ‘2012 국외 전문가 초청 춘계세미나’가 지난 14일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 주최로 서울 대방동 여성플라자에서 열렸다. <정리= 이재상 기자>

 

캠프힐, 인간 존재에 대한 새 지평 열다

독일 칼 쾨니히 박사에 의해 스코틀랜드 캠프힐 지역에서 최초 설립

갈 곳 없는 성인장애인 공동생활하며 교육과 일자리 제공 사례 소개

 

독일 사례 발표자로 나선 레헨호프 캠프힐 슈테판 지겔-홀쯔 대표이사는 “단지 장애인을 위한 시설이나 기관이 아니라 그들과 함께 사는 공동체인 캠프힐은 지금부터 70여년 전 독일의 칼 쾨니히 박사에 의해 처음 시도됐다.”면서 캠프힐의 역사에 대해 설명했다.

1928년 쾨니히는 독일 그다덴프라이 근처 동쪽에 있는 장애아동, 행동장애아, 학습지체아들을 위한 시설을 맡아달라는 제안을 받았고 그곳에서 의사로서 특수교육자로서 근무하게 된다.

1933년 독일에서 나치즘(국가사회주의) 세력이 강점한 이후 유대인으로서 장애아동을 돌보는 일을 하던 쾨니히는 폭력의 위험에 처하자 스코틀랜드로 망명했으며 비인에서 같이 망명한 친구들과 함께 캠프힐이라는 이름의 지역에서 곤궁에 빠져 있던 아이들과 히틀러 정권의 박해를 받았던 사람들을 위한 보호소로서 성격을 띤 최초의 공동체를 설립하게 된다.

칼 쾨니히 이후 캠프힐은 하나의 사회운동 명칭이 되었으며 다양한 운명, 특별한 능력, 그리고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삶을 공유하고 있다.

인간성 회복을 위한 장소로서 캠프힐은 제2차 세계대전 후 영국, 스칸디나비아반도, 미국, 남아프리카 등지에 설립됐고 쾨니히는 마지막으로 독일에 레헨호프 캠프힐을 설립하게 된다.

슈테판 대표는 “독일 남부에 위치한 레헨호프 캠프힐은 장애가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 노인, 자녀들과 함께 하는 가족, 전 세계에서 모여든 젊은이, 실습생 등 300명 이상이 각자 능력에 따라 낮에는 유기농 빵을 굽는 제빵실이나 양탄자 등의 상품을 생산하는 직조실 등 각자 자신의 일터로 가서 일을 한다.”고 소개했다.

저녁엔 피크닉이나 디스코장 가기, 그림그리기, 조형물 만들기, 음악, 춤, 서커스 관람, 운동, 축구나 농구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공동체 안에서 제공되며 레헨호프 캠프힐 내부엔 크고 멋진 대강당이 있어서 외부 예술가들이 음악회를 열고 결혼식과 피로연을 하며 대단위 연극공연을 위한 연습도 이뤄진다.

또한 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참석한 가운데 일종의 의회인 레헨호프 정기총회를 열고 주요 문제들을 다루고 있으며 지역사회와도 다양한 교류를 하고 있다.

오늘날 서구 국가에서는 머리를 깎기 위해 미장원에 가거나 전기기술자에게 수리를 맡기는 다른 고객과 마찬가지로 장애인을 생활에 필요한 도움을 자율적이고 자발적으로 구매하는 현대사회의 고객으로 인식하게 됐으며 장애인을 위한 특수기관들은 문을 닫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회공동체는 동반한다는 개념의 과제설정을 새롭게 변화할 것을 요구받고 있으며 생활공동체는 요양보호시설로서 이해되는 것이 아니라 특별한 지원을 목적으로 세워진 공동단체로서 이해받기를 원하고 있다.

캠프힐 공동체 또한 더 많은 제도화가 이뤄지면서 공동체 직원들의 전문화도 점점 더 많이 요구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특수교육 등의 전문교육을 받지 않고 인간애만을 갖고 돕는 이와 동반해주는 역할을 하는 직원은 더 이상 허용되지 않고 있는 추세다.

 

영국 뉴튼 디 성인장애인들 직업케어 통해 80만 파운드 연매출액 달성

 

영국 뉴튼 디 캠프힐의 하우스 메니저인 아스트리드 래디쉬 씨는 “전 세계 캠프힐 중에서 2~3번째로 큰 규모인 뉴튼 디 캠프힐은 스코틀랜드 북동쪽에 위치한 애버딘에 있으며 80~90명 정도의 성인지적장애인들과 100여명의 자원봉사자 및 그들의 가족이 모여 살고 있다.”고 말했다.

생활시설과 직업재활시설이 한 곳에 존재하는 캠프힐의 구성원은 마을주민으로 지칭되는 장애인과 자원봉사자인 코워커(Co-worker), 어느 정도 각 분야에서 전문성을 띠고 있는 담당자인 워크마스터 등으로 구성돼 있다.

그는 “공동체의 규모가 작았을 때에는 모든 구성원들이 모든 회의에 참석했지만 13년 전부터 약 200여명으로 규모가 커지자 운영 구조의 틀 또한 바꿔야 했다.”면서 공동체를 운영하기 위해 필요한 의사결정권을 부여한 몇 개의 위임단을 소개했다.

뉴튼 디 전체회의= 한 달에 한번 수요일 저녁에 모든 구성원들이 참여한다. 회의의 의장은 장애인이며 안건은 새 강당 건축계획, 가로등 전구 교체, 한 지역공동체에서 준비하는 축제행사준비, 공동체 내 변경사항 등이다.

총괄회의= 의사결정권은 없지만 공동체를 운영하는 코워커들이 한 달에 한번 공동체 내 안건을 논의하며 위임단에서 더 큰 단위의 회의로 넘겨야 중요사항들을 선별하게 된다.

책임회의= 정부 정책 개정안과 같은 전체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사안들이 논의된다. 이 모임은 장기 코워커로 구성돼 있으며 단기 코워커나 새로운 공동체 구성원의 참여는 제한된다.

복지담당위원회= 지방정부 의원들과 담당 사회복지사들이 참석해 장애인 취업 등 장애인과 관련된 모든 사안들이 총괄적으로 논의된다.

교육담당 위원회= 응급처치 교육, 물건을 옮기는데 자기 신체보호를 위한 방법 습득 등 장애인과 함께 생활하기 위해 받아야 할 기본적인 교육과정을 관리하는 부서다.

평생교육담당위원회= 장애인, 비장애인, 은퇴한 노인 등 전체 공동체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1년 2번 8주 동안 열리는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지역주민 중 국제적 기업의 회계사로 일하던 사람도 자원봉사로 수업을 진행하기도 하고 에버딘대학 강사들도 수업에 참여해 실크페인팅, 합창, 탁구, 연극, 식물연구 등의 교육 프로그램이 이뤄진다.

또한 레디쉬 메니저는 “뉴튼 디의 성인장애인들은 채소 재배, 제빵, 생산기술이든 특별한 직업을 가지고 일상생활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케어가 중점이 돼 진행되고 있으며 공동판매망의 카탈로그를 통해 그들의 생산물을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지역에서 석유가 발견되자 에버딘은 조그만 어촌에서 유럽의 석유수도로 변했으며 뉴튼 디는 케이크와 음료수, 스프를 판매하는 카페와 선물가게를 운영했고 장애인들은 가게점원이 되는 것, 계산원으로 일하기, 식기세척기 사용법, 보건위생법 등 필요한 것들을 배웠다.”고 말했다.

뉴튼 디 구성원들은 그 지역이 필요로 하는 것들을 공급하기 위해 먼 곳에 배달을 가기도 했고 그 일에 함께 매달린 결과 지역사회에 이전보다 더 많이 통합됐고 80만 파운드(한화 약 16억 원)의 연매출액을 달성했다.

 

베트남, 1990년대 들어 지적장애인 대상 특수교육 시작

 

베트남 딘촉자 캠프힐 민 칸 트랜 메니저는 “베트남은 1975년에 독립했지만 빈곤과 보건, 교육 등의 문제로 지적장애인에 대한 특수교육은 스위스의 하빈 교수와 특수교육 전문가들이 지적장애아동의 사회성 교육을 목적으로 한 Eurasia(유라시아) 협회를 설립한 1990년대에야 시작됐다.”면서 베트남의 특수교육의 현주소를 소개했다.

베트남은 그 전부터 100년간 프랑스의 식민지였고 30년간 미국과의 전쟁을 통해 국토는 황폐화됐으며 오늘날까지 다이옥신 즉 고엽제로 인해 사람과 환경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베트남의 특수교육 대상자들은 평균보다 늦은 나이에 교육을 시작하는 경우가 대부분임에도 18세 이상의 성인지적장애인들은 환경적응 및 직업훈련 교육 대상에서 제외돼 갈 곳이 없는 상황이다.

트랜 메니저는 “딘측자 캠프힐은 베트남 성인장애인들이 원하는 공부와 일을 하면서 서로 도움을 주면서 생활하는 공간의 모델로 자리메김하고 있다.”면서 “매년 유라시아 협회가 주축이 돼 국내 및 국외의 능력 있는 경력자와 전문가를 베트남으로 초청해 교사와 실무자를 대상으로 1년에 1~2번 정도 전문보수교육을 실시하며 딘촉자 캠프힐의 교사들을 유럽의 캠프힐로 사회치료와 교육치료 교육을 목적으로 연수를 보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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