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신호등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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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신호등을 기다리며…
  • 편집부
  • 승인 2012.04.26 00:00
  • 수정 2013-01-23 10: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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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열/ 푸른나무선교회주간보호센터

어젯밤부터 봄비가 새색시처럼 살포시 내렸습니다. 두어 번 더 내리면 회색빛 나뭇가지에 파릇파릇 새싹이 돋겠지요. 우리 푸른나무선교회 주간보호에 희망의 가지처럼 말입니다.

작년 이때쯤 은광학교 자모들의 가장 큰 걱정거리는 ‘졸업을 하면 어떻게 하나?’였어요. 그래서 궁리 끝에 교장 선생님과 면담을 해 전공반이 안된다면 주간보호 신설을 요구해 보았지만 학교에서도 딱한 사정을 이해하면서도 현실적으로 쉽게 답을 줄 수 없었습니다.

아이들의 졸업 후가 더욱 깜깜한 것은 우리 아이들이 학교를 다니는 동안은 스쿨버스로 등하교를 하고 점심지도며, 방과 후 학교 프로그램을 등록한 아이들은 하교 시 콜 비용까지 지원해주고 있지만 졸업을 하게 되면 모든 것이 동시에 끝난다는 거예요. 치료나 시설을 이용하게 될 때 국가보조가 전혀 안되지요. 이 모든 것을 부모들이 부담하게 되면서 이로 인해 가정생활의 리듬이 깨지고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아이를 포기하는 등 가정이 해체되는 경우도 많이 보아 왔어요.

장애아이도 사랑 받고 인격적으로 존경 받을 권리가 있는데….

매년 졸업하는 아이들에게 졸업과 동시에 복지의 끝이 아니라 노인복지처럼 무언가 돌파구가 있어야 중증장애 가족의 한숨이 줄어들지 않을까요?

제가 푸른나무선교회 주간보호를 하겠다고 하니 주변에서 돈도 안 되는 중증장애인 주간보호를 왜 하느냐며 노인요양을 해야 돈이 된다고 말립니다.

그러나 평생 밥을 떠 먹여줘야 살 수 있고 기저귀를 갈아주고 씻기고 닦아주고 잠잘 때 이불을 차버리고 추워도 다시 덮을 줄 모르는 이 아이의 24시간 손과 발이 되어 함께 해야 하기 때문에 이익과 관계없이 이 일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누가 때려도 방어할 줄 모르고 말은 못하지만 생각마저 마비된 게 아닙니다. 그동안 한 학교, 한 교실에서 10년을 넘게 만나던 친구들을 그리워하며 전공부에 진학한 친구가 며칠 전 푸른나무에 있는 친구들이 그립다며 전화를 했을 때 들려오는 귀에 익은 친구 목소리를 듣고 얼굴에 밝은 미소와 ‘꺽꺽’ 거리며 소리 내어 웃는 것을 보며 이들에게도 정상인 못지않은 생각과 감정이 있음을 봅니다.

이 아이들이 고등학교 과정을 마치고 졸업을 하게 되면 가정에 홀로 남아 있게 되므로 눈을 마주치며 소리 내어 웃을 수 있는 친구들과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그들만의 공간에서 푸른나무처럼 건강하고 활기차게 뻗어나는 삶을 살도록 이끌어주기 위해 중증장애인 푸른나무선교회는 여러 가지 체험과 찬양을 통해 심신을 즐겁게 해 삶의 질을 높이는데 비전을 가지고 있습니다.

소규모 열악한 시설이어서 여러모로 많은 지원이 필요합니다. 자원봉사의 손길이 많이 필요하고 창살 없는 감옥과 같은 일상에서 가끔은 날고 싶은 욕망을 채워 줄 차량지원도 필요합니다. 많은 분들이 도와주시길 바랄뿐입니다.

우리 푸른나무선교회의 20대 혈기 왕성한 청년들은 오늘도 밖을 향해 외칩니다. “푸른 신호등을 향해 달리고 싶다.”고…….

마지막으로 푸른나무선교회 설립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후원해주신 은광학교 한순복 교장선생님과 자모회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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