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할 수도 미워할 수도 없는 그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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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할 수도 미워할 수도 없는 그 곳
  • 편집부
  • 승인 2012.01.06 00:00
  • 수정 2013-01-25 11: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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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김영희/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사무국장

 

탄성이 터진다. “작년에 우리가 서울의 공공근린시설 모니터링한 것 인권위에 집단진정 했었잖아요. 그것의 결과가 나왔어요. 기억나세요? 왜 지하철 남영역, 1호선 시청역과 동대문역, 3호선 안국역, 4호선 서울역, 회현역, 충무로역, 7호선 중곡역의 장애인화장실 남녀 구분하여 설치 안 되어 있는 것을 진정했죠?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가 조사한 후, 권고를 내렸네요. 내용은 관할하는 모든 역사의 장애인 화장실 설치 실태를 점검하여, 남녀 구분이 되어 있지 않은 역사의 화장실에 대해서는 남녀 구분 설치를 위한 시행 계획을 수립할 것을 권고했네요. 그리고 국토해양부장관과 서울시장에게 지하철 역사의 장애인화장실 남녀 구분 설치공사에 소요되는 예산을 지원할 것을 권고하였어요. 근데, 이것을 작년 6월 25일에 한 것인데 이젠 기억도 희미한데 이제야 결과가 왔네요.”라고 재경씨가 말한다. 그럴만도 한 것이 작년 서울의 공공근린시설들 모니터링하고 인권위에 집단진정하기까지는 너무 힘들었는데 이제야 결과가 나왔으니….

몇 차례 인권위에 문의했었다. 작년 집단진정한 것뿐만이 아니라, 그 전의 진정건들은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물어보면 돌아오는 대답은 일할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진정했던 사건들이 미결로 쌓여가고 있다. 인권위의 인력 부족이라는 대답을 들을 때마다 화가 난다.

장애인차별금지법(장애인 차별 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부터, 장애유형 또는 장애의 정도와 상관없이 장애를 이유로 차별하여서는 안 된다는 것을 지켜내기 위해 인권위에 인력충원이 필요하다고 강력하게 요구하여 왔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차별 상황에서는 상담하고 조사와 대응이 필요하다면 인권위에 진정하는 것까지이다. 나머지는 인권위가 해야 할 일이다. 인권위는 조사하는 과정에서 장애정도와 장애특성을 충분히 고려하여 조사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장애유형에 따른 차별이 다르기 때문이고 섬세한 조사를 위해서라도 인권위의 인력이 보강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여 왔던 것이다.

그러나 MB정부가 집권하면서 인수위에서 인권위를 말살하려고 하였다. 이에 장애계와 인권단체들과 적극 대응을 하였다. 우리 입장에서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시정기구인 인권위의 위기는 우리가 힘겹게 제정한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위기이도 했다. 결국 인권위 축소라는 결말이 나면서 원래 약속 되어 있던 27명의 인력충원은 날아가버리고 말았다. 그래서 인권위는 폭주하는 장애인 진정건을 감당하지 못하는 지경까지 되었다.

국가인권위원회 설립 이후 2008년 4월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 이전까지 접수된 진정건수는 모두 630건에 불과했으나, 2008년 4월부터 12월까지 총 645건, 2009년 한 해에만 총 745건이 접수되었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 이후 진정사건이 거의 9배에 해당된다.(국가인권위원회 2010)

최근에 우리의 요구는 더욱 가열찼다. 인권위에서 진정건의 상황을 고려한 인력충원을 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충원되는 인력은 장애전담 인력이 되어야 한다. 우선 우리의 요구 때문이었다. 그런데 인권위가 이것을 현병철 위원장의 치적으로 만들어서도 안 되고, 또 엉뚱한 곳에 인력을 배치하지 않아야 한다.

우리의 요구는 분명하다. 충원되는 인력은 채용에서부터 투명하고 공개적이며, 장애를 충분히 알고 있는 활동가들이 국가인권위원회에 배치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비장애인을 채용하는 건강한 몸, 학력, 경력 이와 같은 일반기준과는 다르게 해야 한다고, 그래야 인권위다운 채용이라고 우리는 말하고 있다.

현재, 인력충원 예산이 기획재정부에서 결정되지 못하고 있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시정기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장애인의 차별을 정확하게 판단하기 위한 인력은 우리가 요구해왔었던 것을 놓치지 말고 그 인력들이 충분히 장애인차별에 대응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 그래서 우리가 자주 탄성을 지르고 싶다. 기쁨의 탄성이 많이 나오길 바란다. 진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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