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사업법 개정안 또 폐기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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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사업법 개정안 또 폐기할 것인가
  • 편집부
  • 승인 2012.01.06 00:00
  • 수정 2013-01-25 11: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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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계의 올 하반기 최대 화두인 복지법인의 공익이사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사회복지사업법 연내 개정이 무산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나라당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날치기처리로 야당이 국회일정을 전면 보이콧하면서 공익이사제 도입을 위한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안(박은수, 곽정숙, 진수희 의원 대표발의)의 국회 심의가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설사 국회가 정상화돼도 쉽게 통과되리란 보장도 없는 상황이다. 종교계를 앞세운 복지법인들의 저항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국민 83%가 찬성하는 일반의약품 약국외 판매가 골자인 약사법 개정안이 국회 상정조차 되지 못한 전례만 봐도 그렇다. 정치권이 내년 선거를 앞두고 약사들의 눈치보기에 급급하다 약사회 로비에 놀아나지 않았는가.

정치권은 청각장애인 성폭행 및 은폐 문제가 영화 ‘도가니’를 통해 국민의 공분으로 들끓자, 공익이사제를 도입해 제도개혁을 하겠다며 또다시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을 추진해왔다. 광주 인화학교 사태의 핵심이 복지재단의 폐쇄성 때문이란 지적에서였다. 자율이란 미명하에 아무도 간섭할 수 없는 족벌구조가 사회적 약자들의 인권을 유린하는 부패의 온상을 만든 것이다. 이 때문에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인권유린과 복지재단의 비리를 막기 위해서는 법인 운영의 투명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함에 따라 정치권이 법 개정 의지를 밝혔었다. 그런데 또다시 내년 선거에 사활이 걸린 정치권과, 복지시설을 다수 운영하고 있는 종교계란 복병을 만난 셈이다.

이미 2007년 참여정부의 보건복지부는 장애인 성추행과 국고횡령 문제를 일으킨 성람재단 사건을 계기로 공익이사제 도입 등을 담은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을 시도했었다. 그러나 당시에도 각 사회복지법인 시설장들과 복지시설을 운영하는 종교단체들의 강한 반발과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의 반대로 무산되었다. 정신요양원과 장애인요양원 등을 둔 성람재단은 시설 전반에 친인척들을 배치하고 성추행과 국고지원금 27억원을 횡령해 큰 사회문제가 됐었다. 그런데도 여전히 이사장 아들이 대를 이어 운영하고 있는가 하면, 정부는 현재까지 횡령금 환수는 물론 아무런 조치도 없이 흐지부지 끝내버렸다. 인화학교의 우석재단은 이사장을 중심으로 인화원장, 학교장, 시설운영 책임자, 이사회 등의 자리를 친인척이 장악했다. 당시 공익이사만 투입됐어도 도가니 사태는 이처럼 비화되지 않았을 것이란 지적이다. 정치권과 종교계가 일정의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이다.

공익이사제는 일부 사회복지법인 운영의 비리와 족벌경영 등의 폐해를 막고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시·도지사 등이 추천한 사람 중에서 일부를 이사로 선임하도록 하는 제도이다. 현행법은 이사를 대표가 직접 선임하도록 되어 있고 단지 특별한 관계에 있는 사람을 이사회의 1/5 이상을 초과하여 선임하지 못하도록 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어서 공적 감시장치가 없는 실정이다. 공익이사제는 인권침해와 비리를 예방하기 위한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라 하겠다. 이사회가 대표이사나 시설장의 해임과 선임의 권한이 있는 만큼, 구린 재단일수록 외부세력의 개입을 꺼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복지법인 본연의 목적을 위한 사명감으로 설립, 운영되는 복지법인이라면 운영의 투명성을 위한 제도개혁을 반대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정치권과 종교계가 비리법인을 묵인, 비호하려는 의도가 없는 한 제도개혁을 위한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을 저지, 묵살하거나 미룰 명분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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