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보호사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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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보호사님, 감사합니다”
  • 편집부
  • 승인 2012.01.06 00:00
  • 수정 2013-01-25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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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 한국재가노인복지협회장

2008년 7월 첫발을 내디딘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이제 시행 4년째를 맞고 있다. 급속히 진행되는 고령화 추세로 노인인구의 증가뿐만 아니라 늘어나는 노인성 질환자의 수발과 요양의 문제를 ‘효(孝)의 세대 간 품앗이’로 미리 대비하고 풀어내고자 마련되었던 것이다. 십시일반 함께 내는 보험 재원을 바탕으로 정부의 지원과 합하여 도움이 필요한 어르신은 재정상태와 관계없이 신청할 수 있고, 판정을 통해 장기요양급여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제도이다.

지역사회에서 홀로 생활하기가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면 요양시설에 입소할 수도 있고, 집으로 요양보호사나 간호사의 돌봄을 받거나 낮 동안만 보살펴 드리는 지역내 주간보호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비용의 80% 이상을 보험재정에서 부담하고 15∼20%를 이용자가 부담하면 되는 것이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서 가장 기뻐했던 사람 중의 한명이 필자이다. 직접 수혜를 받아야 하는 대상이 집안에 있어서가 아니었다. 20여 년 동안 집에서 모시는 어르신들을 위한 재가노인복지사업을 해오면서 가족이 혼자 힘으로 해결할 수 없고 조언을 구해도 해결책을 알려 줄 수 없는 안타까운 경우가 너무나 많았었기 때문이다.

한 친구는 노인장기요양보험이 도입된 이후 필자를 만나기만 하면 고맙다는 인사를 한다. 그럴 때면 마치 내가 제도를 만든 양 흐뭇해진다. 그 친구의 어머니는 시골에 살고 계신데 이남 삼녀를 두셨지만 모두 도시에 나와 있고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어머니 혼자 고향집에서 생활하셨다. 자식들이 함께 살자고 해도 익숙한 환경을 벗어나 새롭게 적응 하시는 것이 어렵고, 새삼 함께 살면서 불편하기가 싫었던 탓이다. 그런데 노환으로 시력도 떨어지고 걷기도 어렵게 되자 집안에서 주로 앉은 채 몸으로 밀며 식사만 간신히 해결하시고 청소 같은 건 엄두도 못 내셨다. 말씀이 없어지시고 전화를 하면 귀찮으니 끊자고 하시고 명절에 내려가 보면 방이고 부엌이고 온통 쓰레기와 먼지에 둘러싸여 사시는 걸 보면 가슴이 메어지는 것 같았단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고향집은 깨끗이 정리되고 어머니는 말씀도 다시 많아지고 자주 웃기도 하시는 어머니를 뵙게 되었다며 자랑이다. 일주일에 세 번 요양보호사가 방문하여 식사수발과 주변 청소도 해주고 한 번씩 목욕차량이 와서 목욕도움을 받으시게 된 것이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이 멀리 있는 자식보다 나은 효자라며 함박웃음을 짓는 그 친구를 보며 내가 행복해졌다.

제도시행 3년 만에 시행 초기에 요양시설 확충이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4천여 개소가 운영되고 있으며, 재가시설도 2만여 개소에 달하여 오히려 노인장기요양기관의 과잉공급을 우려하고 있는 상황으로 바뀌었다. 서비스공급기관 뿐 아니라 요양보호사 경우도 3년만에 자격 취득자 100만 명을 넘었고 이중 요양시설의 종사자는 약 25만 명으로 과잉배출의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장기요양보험 이용자는 현재 노인인구의 5.8%인 33만여 명이 대상자로 인정되었으며 그 중 89%의 이용률을 보이고 있다.

가벼운 질병으로도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건강보험에 반하여 요양보험은 최중증질환 노인에 초점을 맞추어 설계되어 수혜 대상자의 확대와 서비스 다양화라는 큰 숙제가 남아 있다. 수혜 대상자 확대는 재정확대를 위한 요양보험료 인상과 맞물려 있어 이해 당사자 간의 노력과 국민적인 합의가 필요하다. 특히, 오늘의 우리 경제를 선진국 대열에 올리는데 일익을 담당하였던 노인세대에게 빈곤과 질병의 고통 속에서 잠시 기다려 달라고 부탁할 문제가 아니기에 더욱 더 대상자 확대가 시급한 것이다.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3년의 시행 고개를 넘어섰다. 이제부터는 부족함에 대한 논란과 비판 보다는 지속가능하고 예측가능한 제도로서 도약하기 위한 긍정적 방안들을 논의해야 할 시점이다. 그 간 정부가 주도적으로 운영해온 면이 있었다면 이제는 정부, 수혜자, 공급자가 3인4각 달리기를 위한 균형 맞추기 노력이 필요할 때다.

먼저 정부는 장기요양급여 제공기준을 정비하고 구체화 하는데 더욱 노력하여야 한다. 노인과 가족은 물론 우리 모두가 앞으로 이 제도의 수혜자가 될 것이므로 요양보호사 등 돌봄 인력에게 부당한 서비스 요구나 부당한 대우를 방지하여 요양보호사가 전문인으로서 자리 잡는데 일조해야 한다. 아울러 서비스 공급기관은 노인에 대한 안전관리와 서비스의 수준 향상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현 제도에 담기지 못한 다양한 서비스의 부재를 보완하고 의료서비스와 분리체계로 운영되고 있어 통합적 보호체계가 미흡한 부분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성공적으로 안착되었다는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의 이면에는 많은 요양보호사 등 장기요양기관 종사자들의 눈물과 땀이 있었다는 것이 기억되었으면 좋겠다. 이들의 지속적인 노력이 앞으로 이 제도의 발전에 큰 힘이 될 것이므로 많은 격려와 성원을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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