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대종상 영화제 시상식 밖에서 청각장애인들이 한국영화에 대한 개선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대종상 영화제 레드카펫 무대에 뛰어든 청각장애인들은 “한국영화에도 자막을 넣어달라”고 시위했다. 본지 기자도“농아인에게도 한국영화를 볼 권리를 달라”는 피켓을 들고 한국영화에도 자막을 넣어달라는 의견을 강하게 피력하는 장면을 뉴스를 통해 확인했다.
정말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시각장애인인 주인공이 연쇄살인범과 대립을 이루는 ‘블라인드’는 흥행에도 성공했을 뿐 아니라 시각장애인 역을 맡은 김하늘 씨는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또 세상을 뜨겁게 했던 ‘도가니’ 역시 청각장애인을 주인공으로 앞세웠다.
이처럼 장애인들의 인권과 그들의 특별함에 대한 작품은 근래 들어 영화와 드라마 등을 통해 영역을 넓혀 제작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장애인들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볼 수도 들을 수도 없다는 현실이야말로 ‘fiction(픽션)’같은 이야기 아닐까.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한 영화제에서 시각장애인 역할을 한 배우는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그 밖에서는 청각장애인들이 시위를 하는 모습이 우리 사회의 현주소다.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만 그들의 목소리를 보여주는 허구가 아닌 영화 밖에서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주는 성숙한 문화로 거듭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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