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가니 이슈로 본 여성장애인의 성폭력피해 현주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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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가니 이슈로 본 여성장애인의 성폭력피해 현주소는?
  • 편집부
  • 승인 2012.01.06 00:00
  • 수정 2013-01-25 14: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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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연표/인천장애인성폭력상담소 소장

힘찬 활에서 튕겨 나온 화살도 마지막에는 힘이 떨어져 비단(緋緞)조차 구멍을 뚫지 못한다는 뜻으로, 아무리 강한 힘도 마지막에는 결국 쇠퇴하고 만다는 의미의 “강노지말(强弩之末)”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이번 영화 ‘도가니’의 영향으로 정부는 장애인성폭력 대책을 발빠르게 발표하였다. ‘도가니’의 흥행으로 장애인성폭력에 대한 분노와 국민적 관심이 높아졌고 그 분노는 이슈화 되었고 그에 따라 우리나라 높은 분들은 경각심을 이제야 깨닫고 서로 대책이 필요하다고 이구동성이다. 이번 장애인성폭력 대책이, 국민적 관심이 강노지말이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참 아이러니하다. 도가니 영화상영 이전에도 수많은 사건들이 있었는데 영화가 흥행하고 이슈화 되니까 관심을 보이니 말이다. 영화가 흥행을 못했다면 어떠했을까? 과연 우리나라 높은 분들이 이렇게 관심을 보였을까?

장애인성폭력은 우리 사회의 큰 문제지만 사각지대에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근래에 도가니 이슈로 연일 매스컴에 오르내리고 있다. 그동안 쉬쉬해왔던 사건들이 하나둘 수면위로 올라오면서 그 추악한 행태들이 밝혀지고 있다. 뉴스를 보면서 눈을 찌푸리게 하고 혀를 차게 하는 사건들이 우리를 경악하게 한다.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을 성폭행하는 현실은 우리 사회의 만연된 장애인에 대한 무시와 차별과 같은 사회 인식의 수준을 말해준다. 장애인을 둔 부모는 “내 죄가 커서 너 같은 자식을 낳았다.”라는 죄의식을 갖는다. 장애를 지닌 형제, 자매가 있는 비장애형제들은 혼인문제 등의 어려움을 겪는다. 모두가 장애인에 대한 멸시와 차별의 오랜 역사에서 기인된 것으로 장애에 대한 올바른 교육의 부재를 원인으로 볼 수 있다. 성폭력 가해자들은 “너 같은 여성장애인 쯤이야”라고 무시하는 경향이 있어 너무나 손쉽게 여성장애인에게 성폭력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 사회적으로 가장 약자의 위치에 있고 열악한 삶의 조건 속에 있는 여성장애인은 우리 사회 곳곳에서 가정폭력, 성폭력, 성매매 등 각종 폭력과 성범죄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인권을 유린당하고 있다.

또 다른 문제로는 가부장제와 남성중심 성문화속에서 여성장애인은 성폭력 피해를 당하고 있다는 현실이다. 장애인성폭력 가해자의 연령이 50대에서 80대까지 차지하는 비율이 비장애여성의 성폭력 가해자 연령에 비해 현저히 높게 나타나고 있다. 이는 남성중심의 성문화와 성욕구를 해결할 적당한 상대를 찾지 못하거나 방법이 없을 때 상대적으로 힘과 방어력이 약한 여성장애인에게 위력, 위계를 행사하며 성폭력을 하게 된다.

한편, 낮은 신고율과 장애인성폭력 관련법의 문제를 들 수 있다. 성폭력피해 유형에서 지적장애인이 70% 정도인 것을 볼 때, 지적장애여성 피해자가 직접 상담하거나 신고하는 사례는 드물고 가족이나 이웃, 주변사람들이 성폭력을 인지하고 신고한다. 장애를 지닌 상태에서 성폭력을 당했다는 수치심이나 무력감에 의해 더욱 신고하지 않아 드러나지 않고 있으며 전체 장애인성폭력 사건의 2~3% 정도만이 신고되고 있을 뿐이다.

이번 정부의 장애인성폭력 종합대책 발표와 아울러 경찰, 검찰, 법정에서의 여성장애인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와 올바른 시각이 필요하다. 경찰과 검찰의 수사와 법원의 재판과정에서 피해자에 대한 보호가 이루어져야 하며, 피해자 진술에 있어서 성폭력피해 장애인은 정신적, 신체적 특성에 맞은 배려가 요구된다. 검찰과 경찰이 개입하여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장애인에 대하여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 수사기관은 피해자에게 합의를 강요하거나 피해자의 과실을 묻는 등, 피해자들의 고통을 증가시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므로 여성장애인에 대한 성폭력 수사기관의 교육이 강화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 사회 최고의 약자에게 가해지는 폭력을 근절시키고 피해자들은 가해자로부터 보호하여 제 피해를 방지하고 여성장애인들의 인간다운 삶을 확보하는 것이 여성장애인 당사자들의 노력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장애로 인한 차이가 차별이 되지 않도록 정책에 실질적으로 반영되어야 하며, 발표된 정책이 ‘강노지말(强弩之末)’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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