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속에 그린 악보로 감동을 연주하는 시각장애인 관현악 오케스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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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속에 그린 악보로 감동을 연주하는 시각장애인 관현악 오케스트라
  • 편집부
  • 승인 2012.01.05 00:00
  • 수정 2013-01-25 14: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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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욱/인천혜광학교 교사

 

뜨거운 여름 불볕더위를 뚫고 매미가 우렁차게 울어댔지만 그와 더불어 교정을 울리는 소리가 있었다. 사람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며 주님을 사랑하라는 의미의 삼애관 강당에서는 130여명의 교직원과 학생, 강사들이 모여 위풍당당 행진곡을 힘차게 연주하고 있었다. 앞을 볼 수 없는 학생들과 선생님들. 그들이 연주하는 관현악은 감동 그 자체였다. 손끝으로 지휘하는 것이 아니라 박수를 치고 발을 구르는가 하면 직접 가서 자세를 잡아주고 어깨를 두드리며 박자를 잡아 주는 KBS열린음악회 이경구(인천시향 부지휘자) 지휘자의 이마에서는 땀이 송글송글 맺혀 있었다. 자신의 악보에 집중하여 연주를 이어가는 것뿐만 아니라 바로 옆에 있는 친구와 선생님들의 연주를 귀 기울여 들어가며 박자를 맞추고 화음을 만들어 내는 학생들의 표정 역시 진지했다.

경인지역 유일의 시각장애 특수학교인 인천혜광학교(교장 명선목)는 50여년의 전통을 지닌 시각장애 교육기관이다. 학교를 들어서면 보이는 ‘할 수 있다’라는 구호는 이들이 매사에 어떻게 전념하는지 알 수 있는 상징이다. 여름이면 국토순례, 겨울이면 스키캠프 등을 통해 비장애인들도 쉽게 접할 수 없는 일들에 도전하며 학교생활을 하는 혜광학생들은 오케스트라를 통해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다. 지난 2008년 관악부를 구성한 이래 시각장애인들이 현을 켤 수 없다는 편견을 깨고 초, 중등부 현악부도 창설되어 방과 후는 물론 방학 중에도 캠프를 하며 음악의 세계에 빠져 들었다.

어려움도 많았다. 저가의 바이올린이나 15년도 넘은 트럼펫, 구비조차 못된 악기들로 인해 연습이 곤란한 지경에서도 학생들은 열정을 다했고 특히 이번 여름방학에 있었던 ‘썸머 오케스트라’에서는 강사비와 진행비가 부족하여 캠프 자체가 어려운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언제나 지역사회와 이웃들의 관심으로 난관을 극복했고 이번 방학에는 이건창호에서 비용 전부를 지원하는 등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꿋꿋하게 이겨 나갔다. 처음 음도 못 맞추고 활 잡는 법도 알지 못했던 학생들이 이제 교향악을 연주하며 호흡을 맞출 수 있게 되었다. 그리하여 인천 시민의 문화 향상을 위해 연주하고 있는 인천시립교향악단과 인천혜광학교가 문화 벨트를 맺어 금난새 지휘자와의 만남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2010년 12월에는 KBS 열린음악회 지휘자인 인천시립교향악단의 이경구 부지휘자의 지휘에 우리 인천혜광학교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인천시립교향악단 단원들이 함께 공연을 하는 영광스런 자리까지 발전하게 되었다. 현재 6명의 인천시립교향악단 단원들이 강사로 지도해주고 있으며, 최근 인천시향의 악기를 지원받아 연습에 전념할 수 있게 되었다.

땀과 열정으로 3년 가까이 달려 온 혜광학교의 오케스트라는 이제 9월 28일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인천혜광학교 심포니 오케스트라 창단 연주회’를 연다. 인천시교육청이 주최하고 광명복지재단과 인천혜광학교에서 주관하는 이번 음악회는 그동안 함께 연습에 매진했던 시각장애 학생과 교직원, 강사 등 130여명이 혼연일체가 되어 감동의 무대를 선사한다. 오후 3시 30분부터 진행되는 이번 시각장애인 오케스트라 창단식은 엘시스테마로 유명한 베네수엘라에서 대사가 참여하며 여러 나라의 문화원과 대사관에서도 귀빈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음악을 통해 세상을 밝히겠다는 혜광학교는 이번 공연을 시작으로 세계 곳곳의 열악한 교육 여건에 있는 나라들을 방문, 초청하여 다양한 시각장애인 교육 지원에 나설 방침이기도 하다. 이번 창단 연주회를 시작으로 2014년 인천장애인아시안게임 공연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후 세계 각지에서 아름다운 선율을 전할 포부를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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