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금자리주택과 ‘핌피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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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금자리주택과 ‘핌피 현상’
  • 편집부
  • 승인 2012.01.05 00:00
  • 수정 2013-01-25 14: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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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우/ 국토해양부 주택토지실장

세계 많은 나라가 부러워하고 배우려 하는 대한민국 경제성장 이면의 부끄러운 모습 중 하나가 ‘노블레스 오블리주’ 결핍이다. 세계 역사상 유례없는 단기 초고속 성장이라는 놀라운 업적에 뿌듯함과 자랑스러움을 느끼다가도 이 부분만 나오면 가슴이 허전해진다.

지난 5월 발표된 5차 보금자리지구 일부 후보지에서는 보금자리주택을 유치했다는 이유로 지방자치단체장 소환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보금자리주택으로 동네 집값이 하락하고 재건축·재개발 사업성이 악화돼 추진이 거의 불가능한 것처럼 비춰지면서 지역주민이 반발하고 있다.

물 공급 문제에 있어서도 지역 간 갈등이 불거져 논란이 되고 있다. 수질 여건이 열악한 지역은 새로운 취수원 개발을 원하는 반면, 취수원 후보지로 언급되는 곳에서는 수량 부족, 각종 규제 강화를 이유로 반대한다.

쓰레기매립장, 하수처리장 등은 어떠한가. 지역 내에 꼭 필요한 시설임에도 불구하고 입지를 선정할 때면 매번 통과의례처럼 진통을 겪는다. 이런 반대는 공기업 본사 이전, 과학비즈니스벨트 등에서 보였던 소위 ‘PIMFY(please in my front yard) 현상’과 함께 지역 이기주의의 또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 정책의 본래 취지와 목적이 아닌 소모적 논쟁에 여론을 집중시킨다.

지역에서는 반대하지만 대다수 국민들은 취지와 필요성, 내용에 대해 이해하고 동의하는 경우가 많다. 보금자리주택은 무주택 서민의 주거안정을 위한 사업이며, 먹는 물의 경우 지역민의 건강과 안전 문제와 직결된다. 쓰레기매립장, 하수처리장은 환경 기초시설인 만큼 국가와 지역사회를 위해 반드시 추진해야 한다는 점에 이의를 제기할 수는 없을 것이다. 사업 대상지 역시 충분한 내부 검토와 전문가 자문 등을 거쳐 최적의 입지를 선정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지역 집값이 하락할까 봐, 새로운 규제가 생길까 봐, 주변 환경이 악화될까 봐 지역 또는 집단 이기주의에 발동이 걸리면서 사업이 삐걱거리고 국가적인 낭비가 초래되고 있다.

대상 지역 주민들은 무조건적인 반대보다는 국책사업 추진에 따른 문제점과 해결책에 대해 지자체, 사업시행자, 정부 등과 함께 더 나은 대안을 모색하고 현명한 요구를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기피시설의 경우에는 적절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정부도 해당 지역을 최대한 배려해야 함은 물론이다. 경주시의 경우 89.5%의 주민 찬성에 따라 방사성폐기물처리장을 유치했고, 대규모 국비 지원과 방폐물관리공단, 한국수력원자력 이전 등을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를 기대하고 있다.

세계 최빈국에서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우리나라는 이제 한강의 기적을 넘어 다 같이 행복하고 따뜻한 성장으로 나아가야 한다. 현재 성장의 고점에서 맞닥뜨리고 있는 한계를 넘어서려면 민간과 공공, 모든 국민들이 조화롭게 상생하는 경제를 만들어야 한다. 이해관계가 다르더라도 서로를 배려하며 조금씩 양보하면 더 큰 성장으로 나아갈 수 있다.

지난 7월 남아공 더반에서 평창 겨울올림픽을 유치한 쾌거는 지역 단위의 사고방식을 넘어 더 큰 목표를 위해 온 국민이 하나가 된 결과다. 상생과 배려로 이루어내는 따뜻한 성장이 우리 가슴의 허전함을 채우고 더 큰 기쁨을 낳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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