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과 비만
순서
1. 장애인의 비만 현황
2. 장애인의 비만 원인
3. 신체장애인을 위한 비만관리 요령
4. 정신장애인을 위한 비만관리 요령
5. 장애인 비만관리를 위한 정책적 보완점들
2. 장애인의 비만 원인
박종헌 / 서울대학교 의료관리학연구소 연구교수
세계보건기구는 비만의 원인을 과도한 고열량식이 섭취와 과소한 신체활동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장애인의 비만율이 비장애인보다 높다는 사실은 우리 사회에 장애인을 위한 식이관리와 운동시설이 충분하게 제공되고 있지 못하다는 점을 반증하는 결과입니다. 한국에서 장애인이 쉽게 비만하게 되는 원인들을 정리해 봅니다.
첫째, 장애인을 위한 생활체육시설이 매우 부족합니다. 2007년 장애인 생활체육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장애인 전용 체육시설은 30곳뿐이고 대부분 대도시에 몰려 있어서 지방 소도시 장애인들이 이용하기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지역사회 내 공공 및 민간 체육관이나 수영장 등을 이용해야 하는데, 장애인용 운동시설이나 장비, 편의시설, 전문 프로그램 등을 갖춘 곳도 많지 않습니다. 복지관 및 생활시설 담당자들의 의견에 따르면, 가장 기본적인 셔틀버스조차 운영하지 않는 주변 체육시설이 74%나 된다고 합니다.
이러한 결과 생활체육을 실천하고 있는 장애인은 전체의 4.4%에 불과합니다. 특히 지체 및 뇌병변장애인의 생활체육 실천율은 각각 2.9%와 1.3%로 다른 장애유형보다 더 낮습니다. 한 지체장애인은 차량이 없고 운동기구들을 사용할 수 없으며, 트레이너를 믿지 못하고 샤워도 할 수 없기 때문에 체육시설을 이용하지 못한다고 응답하였습니다.
둘째, 장애인들이 건강한 식이습관을 갖추기 위한 사회적 지지가 부족합니다. 장애인은 기본적으로 비장애인에 비해 일상적인 활동량이 적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비장애인보다 더 적은 양의 음식을 섭취해야 합니다. 그러나 장애인 스스로 재료를 구입하고 음식을 조리하기 어려운 환경이며, 가족이나 주변에서도 스트레스를 먹는 것으로 해소하려는 장애인의 식이습관에 관대한 경우가 많습니다.
한 시각장애인은 ‘대형 마트에서도 참치 캔 하나 사기 힘들다’며 점자 및 음성안내가 필요하다고 얘기하였습니다. 또한 한 지체장애인도 스스로 식사를 준비하는 것이 쉽지 않고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 주변 식당도 없어서 굶거나 인스턴트식품, 술 등을 불규칙하게 섭취하게 된다고 응답하였습니다.
셋째, 장애인 스스로 비만에 대한 경계심을 갖지 못하고 있습니다. ‘장애인은 무조건 잘 먹어야 한다’는 생각들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장애로 인한 심리적 위축과 스트레스 때문에 외부활동을 꺼려하게 되고 집에서 혼자 지내면서 자기도 모르게 비만에 빠지곤 합니다. 이러한 경향은 장애아동을 둔 부모님들에게서도 많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지적장애인 아들을 둔 한 어머님은 ‘아들이 약하게 태어났기 때문에 건강하게 하기 위해 많이 먹도록 하였다’고 하셨습니다. 다른 어머님도 ‘애들이 낙이 뭐가 있겠어요, 먹는 거라도 잘 먹어야지’라고 하시며 칭찬의 뜻으로 라면, 피자, 치킨 등 아이들이 원하는 음식들을 용인해왔다고 하셨습니다.
넷째, 정신장애나 지체장애 등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먹게 되는 약제의 부작용으로 비만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약물 그 자체의 효과보다도 약물에 의한 진정작용 때문에 신체활동량이 줄어들게 되고 또한 그런 진정감을 떨쳐내기 위해 커피나 콜라 등 자극적인 음식을 계속 찾게 되는 악순환이 나타납니다.
한 정신장애인은 약물을 복용하면 ‘마치 두꺼운 갑옷을 입은 것 같다’고 표현하였습니다. 스스로 멍해지는 것 같고 자꾸 움츠려드는 것 같은 느낌이 들게 되면서, 입이 쓰고 목이 말라서 아예 콜라를 들고 산다고 응답하였습니다. 거의 모든 정신장애인들이 앞 다투어 약물로 인한 비만을 경험하였다고 하였으며, 심지어 30kg까지 몸무게가 늘었다는 분도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장애인의 비만율이 비장애인보다 높게 된 원인들을 네 가지 정도 살펴보았습니다. 다음 2회에 걸쳐서 신체장애인과 정신장애인을 위한 비만관리 요령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