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도 우리의 가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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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도 우리의 가족입니다”
  • 편집부
  • 승인 2011.05.20 00:00
  • 수정 2013-01-25 15: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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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남/인천시노인보호전문기관 관장

얼마 전 여론조사를 통해 노인들 중 90%가 자녀와 살고 싶지 않는다는 기사가 나온 적이 있었다. 설문조사를 표면적으로 본다면 자녀에게 의지하지 않으려는 독립심 강한 노인상을 제시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에서 이런 의식에 대한 진위를 파악하기 위해 노인들에게 자녀들과 같이 살고 싶지 않는 속내 내지 본심을 물어보게 되었다. 교육에 참여하신 노인들 속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본인의 생명보다 더 아끼는 자녀를 본인들의 삶에서 분리해서 생각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내 속으로 낳은 자식이지만 그네들의 신세대 생활습관과 문화 속에서 같이 살면서 호흡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며, 더구나 다른 가정환경과 풍토에서 자란 자녀의 배우자와 함께 한다는 것은 더욱 힘든 일이다. 이에 자녀와 같이 살고 싶지 않은 건 바로 그런 그네들의 삶에 걸림돌이 되기 싫은 이유에서 이다. 하지만 자녀와 같이 살고 싶지 않은 90% 중에 42%가 자녀와 가까운 곳에서 살고 싶다는 전제를 하고 있었다. 이는 몸은 비록 떨어져 있지만 정서적으로 함께 하고 싶은 노인들의 의식과 마음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네 노인들은 부모를 봉양하는 마지막 세대이며, 자녀로부터 부양받지 못하는 처음 세대인 것이다. 그런 우리 어르신 세대를 누가 보살피며 돌볼 것인가를 생각하면 마음이 씁쓸해온다.

필자가 살고 있는 인근 동네에는 가족 단위로 이용하기 좋은 대형 스파가 있다. 가족들과 함께 이용하고픈 마음에 그곳을 찾아갔고 그곳에서는 가족단위로 연간 회원권을 등록했을 때 할인까지 해주는 좋은 기회였다. 하지만 특이한 점은 맨 밑줄에 ‘노인들은 가족권에 한함’이라고 쓰여 있었다. 이상한 호기심에 그곳에 전화를 해보게 되었다. 가상으로 주위에 독거노인이 스파를 이용할 경우를 물었을 때, 보호자가 동반해야지만 입장이 가능하다는 말만 반복하는 것이다. 어르신이 독거노인이라 돈이 없을까 봐 그러냐며 되물었고, 가족권 할인혜택 없이 개인적으로 이용할 수 있냐고 재차 물었을 때, 돌아오는 답변은 노인은 개인적으로 입장이 안 된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세상에 이런 차별이 있나’라고 생각이 들게 되었고, 노인을 입장 못하게 하는 스파의 대표를 원망하게 되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노인에 대한 안전문제와 개별적 거부의사가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그 원인을 제공했다고 보았다. 노인들과 같이 수영장을 이용하는 걸 꺼려하는 우리들이 바로 공범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지난해 텔레비전방송에서 휴먼다큐멘터리로 방영된 두 다리가 없는 로봇다리 세진이가 수영장을 이용하려 할 때, 주위 사람들이 물이 더러워진다며 소독과 청소를 해놓고 가라며 구박받을 때, 수영장 바닥을 매일 청소해야만 했던 세진이 엄마를 떠올리면서, 우리나라에서 노인으로 살아간다는 게 정말 고통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아무리 많은 노인복지예산을 투입한다 해도 노인을 사회의 구성원으로 인식하고 배려하는 사회연대의식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예산만 지원하는 노인복지는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처럼 의미 없는 행동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얼마 전 취학아동을 대상으로 가족 범주에 대한 여론조사에서 강아지는 가족의 범위에 들어가지만 조부모가 가족범주에 들어가지 못하는 걸 보면서 결코 웃을 수 없는 우리 사회 노인의 현재를 보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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