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장애인 부모들은 지금 5월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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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의 장애인 부모들은 지금 5월엡
  • 편집부
  • 승인 2011.05.20 00:00
  • 수정 2013-01-25 15: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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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술/ 전국장애인부모연대 회장

어린이 날, 어버이 날…. 이 나라 모든 세상이 평소보다 더 가족을 생각하며 가족들과 함께 하는 여러 가지 그림을 그리는 달 5월입니다. 봄꽃들은 한 번 가면 오지 못하는 인간의 생로병사를 비웃듯 매서운 겨울을 헤치고 또 다시 태어나 솜털 같은 모습으로 천사의 미소를 보내고 있고 많은 가족들은 꽃과 더불어 누가 누가 더 행복한 가족화(家族畵)를 그려내는가 경연을 하고 있는 듯 합니다. 이러한 때에 장애인가족들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장애 자녀들과 함께 말입니다.

여러 매스컴에 그려지는 5월의 가족 그림 가운데 장애인과 장애인가족들은 숨은 그림이라 생각됩니다. 5월의 그림에서 장애인, 장애인가족의 모습을 찾는 일은 우리 사회에서는 아직 쉽지 않을 것입니다. 모두가 함께 숨은 그림 빨리 찾기 경연대회를 해보면 참 재미있겠습니다.

가정의 달을 맞아 ‘장애인부모 미리 쓰는 유서’라는 제목의 특별 공모전을 구상해 봅니다. 봄과 걸맞지 않은 우울한 이야기라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공모전을 통해 장애인 부모, 가족의 갈등과 애환을 사회에 알려내고 진정한 공동체 만들기를 촉진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에 대해 가늠해 보고 있습니다. 장애인가족들의 일상 이야기들이 담겨질 것이고, 임상적 경험으로서의 가치를 가지고 사회 일반의 인식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습니다.

어떤 이웃과의 대화가 생각납니다.

“이웃에 자폐장애 아이가 있어서 잘 아는데요. 내 그 아이를 보니 이거 이거(팔 다리 절단의 제스추어를 하며) 이런 신체장애는 장애도 아니더만요. 오랫동안 이웃에 살았는데 아이가 어렸을 때, 학교 다닐 때는 엄마가 보듬고 다니기도 하고 잘 모르겠더니 이제 21살이 되었는데 덩치가 태산만한 게 펄쩍 펄쩍 뛰기도 하고 뭘 말하는지, 뭐가 제 마음에 안 들었는지 소리를 지르며 뛰면 엄마 아빠도 감당이 안 되서 쩔쩔매요. 아~ 그 참 부모가 할 짓이 아니다 싶은 게…. 부모들이 하는 말이 내가 먼저 죽으면 안 돼요. ‘내 애가 죽은 다음에 내가 죽어야 하는데’라고 하니 부모 마음이 참…. 이런 건 국가가 책임져야 하는데 말입니다. 지방분권 해버리니 지역마다 편차가 많고, 노인이나 장애인이나 이런 복지 문제는 합리적이지 않아요. 어렵잖아요.”

장애인으로 장애인가족으로 살아가야 하는 우리를 참으로 잘 이해하고 계신 이웃은 행정기관에 근무하시는 공직자이셨습니다. 국가 정책적 현실까지 짚어주시니 가슴 뻥 뚫리는 위안이 남기도 하였습니다. 이웃의 생활 모습에서 참 많은 것을 고민하셨던 분이라 생각되어 감사했습니다. 감사의 인사와 더불어 덧붙인 장애인 부모로서의 애환에 이런 말씀을 붙이셨습니다.

“그래 시설에 보내서….”

네, 이런 것이 이 땅의 장애인과 장애인가족이 사는 현주소이고 장애인가족에게 주어진 5월의 무대이며 21세기 Docu-drama of Korea입니다. 장애와 장애인가족에 대한 이해가 있고 정책의 나아갈 방향에 대한 비전을 가지고 있기도 하지만 결국 중증장애가 이유가 되어 가족으로부터 분리되어 시설에 보내지고 있는 우리의 현실을 그대로 드러내주는 대화였습니다.

그러나 전국장애인부모연대와 장애인 부모들은 우리 아이들이 진정한 시민으로 거듭날 그 봄날을 위해 장애아동복지지원법 제정,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부양의무제 폐지(성인 장애인의 현실적 소득보장을 위함), 인류 최후의 장애가 될 발달장애 관련 정책의 개발 등 장애인이 아닌 시민으로서의 주체적 기본권 향유가 가능한 세상, 우리 자녀들이 각각의 인생드라마에서 연출해야 할 주연으로서의 연기를 잘 살려낼 수 있는 무대를 만들기 위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계절 5월, 가정의 달 그림에서 더 이상은 장애인가족들이 숨은 그림 찾기의 대상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여기에 그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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