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od Listen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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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od Listening!
  • 편집부
  • 승인 2011.01.12 00:00
  • 수정 2013-01-25 16: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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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환 / 부평장애인종합복지관 사회복지사

 

장애인복지관에 근무하면서 많은 장애인을 만났다. 그런데 그 많은 장애인과의 만남 속에 스스로에 대한 회의감이 들 때가 있다. 특히 평소 알고 지내던 장애인이 자살했다는 소식을 접할 때는 회의감 이상의 자괴감이 밀려와 이곳을 뛰쳐나가고픈 생각이 숫하게 들기도 하였다. 그러면서 떠오른 생각은 내가 진심어린 마음으로 장애인과 마주했다면, 좀 더 함께 아파하며 곁에 있어 주었다면 아마 자살까지의 나락은 피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미하엘 엔데의 소설 「모모」에서 모모처럼 상대방이 좋은 생각을 하도록 귀 기울여 주고, 가만히 앉아 마음으로 상대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상대가 사려 깊은 생각을 할 때까지 기다려주는 그런 동료이자, 공생자가 되었다면 부정적 찰라에 빠진 장애인의 생각을 변화시킬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했다.

전에 김혜남 정신과 의사의 책을 읽던 중 이런 대목이 있었다. “내가 아는 선배가 미국에서 레지던트 과정을 밟을 때이다. 레지던트마다 담당 환자가 있는데 백인 미국 의사들에 비해 한국 의사는 예후가 낮은 환자들만 배정받았다. 낮선 나라에서 온 동양인 의사라는 것 때문이었다. 6개월 뒤 모든 스텝들이 모여 환자들을 평가하는 자리가 열렸는데 놀라웠다. 상태가 안 좋았던 선배의 환자들이 가장 많이 호전 된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사람들은 믿을 수가 없었다. 그 때 미국인이었던 과장이 책상을 치면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Good! Listening", 선배는 영어가 유창하지 못했기 때문에 환자의 말을 한 마디도 놓치지 않으려고 더 집중하여 들었고 모르는 단어는 사전을 일일이 찾아가면서 환자가 말한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려고 애썼다. 그런 동양인 의사의 정성에 환자들은 한국인 의사를 믿고 치료를 열심히 받았다.”라는 내용이다.

이 대목을 읽고 ‘내가 만약 자살을 선택한 장애인을 위해 좀 더 진심어린 마음을 갖고 그들의 이야기를 마음으로 공감하고 들어주었다면 아마 자살까지의 극한은 벗어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깊게 남는다. 물론 경청은 마음먹은 대로 쉽게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경청하겠다는 진심어린 마음을 간직하고 지속적으로 상대와 대화한다면 분명 상대는 긍정의 변화를 보일 것이며, 난 이런 경청의 위대한 힘을 믿는다.

끝으로 김혜남 정신과 의사가 얘기한 경청의 8가지 방법을 소개하며, 이 글을 맺을까 한다.

첫째, 경청하되 중간 중간 숨을 고를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라.

둘째, 상대방이 말하는 도중에 비판하지 마라.

셋째, 바디랭기지에 더 주목하라.

넷째, 때때로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보라.

다섯째, 배우기 위해서만 질문하라.

여섯째, 피곤하고 지쳐 있을 때는 양해를 구하라.

일곱째, 듣는 것을 즐겨라.

여덟째, 결정적인 순간에만 말하라.

“경청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큰 힘을 가지고 있다. 진실로 궁금한 것은 듣는 것을 통해 말하는 사람에게 전달되는 것이다. 듣는 사람은 말하는 사람을 통해 배우고 말하는 사람은 듣는 사람을 통해 치유된다. 그러므로 경청이야말로 가장 좋은 대화법이다.”(「심리학이 서른 살에게 답하다」, 김혜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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