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들의 또 다른 숙제, 입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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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들의 또 다른 숙제, 입학
  • 편집부
  • 승인 2010.12.14 00:00
  • 수정 2013-01-28 11: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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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숙 / 인천시 연수구 옥련동

산들산들 가을바람이 부는가 싶더니 어느새 겨울의 문턱을 넘어서고 있다. 차가운 바람에 옷깃을 여미게 되고 어깨는 자연스럽게 움츠려진다. 그리고 장애를 가진 자녀를 둔 나와 같은 엄마들은 이미 찾아올 줄 알았던 숙제가 갑작스럽게 다가온 것처럼 느껴져 몸도 맘도 참 복잡스럽기 만한 겨울이다. 숙제라… 다들 무얼 이야기하나 싶겠지만 그 숙제란 다름 아닌 ‘입학’이라는 녀석이다. 장애아이를 가진 나와 같은 엄마들한테는 입학이 숙제다.

우리 혜미가 1년을 유예해 지금 초등학교 5학년이니까 딱 5~6년 전 이맘때였던 것 같다. 이미 1년을 유예한 우리 혜미의 입학을 두고 주위의 조언도 들어보고 여러 학교에 찾아가 상담도 해봤지만 우리가 살던 동네 학교에는 특수학급이 없어 막막하기만 했다. 결국 차로 15분을 이동해서 지금의 학교를 다녀야만 했다. 이 말은 내가 움직이지 않으면 혜미가 학교를 다닐 수 없다는 것, 매일 차로 등하교를 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가지고 시작한 학교생활은 녹록치 않았다. 혜미가 입학할 당시 유치원에 다니던 작은 아이는 다른 아이들보다 유치원에 빨리 가야만 했고 나는 혜미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수업이 다 끝날 때까지 학교주변을 맴돌며 5분 대기조를 해야 했다. 다행히 사회성이 좋았던 혜미가 학교에 잘 적응해주었고 특수학급 담당교사가 의욕이 넘치는 신임이었던지라 혜미에게 좋은 선생님이 돼 주었다.

1학기를 잘 마치고 2학기 말쯤 또 한 가지 고민이 찾아왔다. 둘째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 집 근처 학교로 입학시키자니 엄마로서의 관심이 분산될 테고 많은 시간을 작은 애 혼자서 집에 있어야 하는 상황이 자주 생길 것 같아 작은아이와 상의 끝에 결국은 혜미가 다니는 학교로 입학을 시켜야만 했다. 다행히 작은 아이가 이해해주어 내릴 수 있는 결정이었다. 작은아이는 언니의 치료시간에 맞춰 이 학원 저 학원을 다니며 시간을 보내야 했고 원치 않는 양보도 기꺼이 해야만 할 때가 생기다보니 마음과 생각이 또래보다 커져버린 것 같다. 그래서 미안한 마음이 든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바쁘게 살다보니 벌써 시간이 이만큼 지나왔다. 집 근처 학교에 특수학급만 있었더라도 수고스러운 일들이 좀 줄었을 텐데 가끔은 억울하고 속이 상한다. 그리고 화가 날 때도 있다.

얼마 전 인천광역시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부모연대와 협력하여 취학설명회가 있었다. 우리 아이들을 위한 좋은 선택이 무엇인지 조금이라도 해답을 얻고자 모인 엄마들의 눈빛은 강렬했다.

보통 아이들의 학습기간은 초등학교에서부터 고등학교에 이르기까지 최소 12년, 유치원과 대학을 더한다면 그 이상이 된다. 그리고 그 후에는 몇 십 년을 성인기로 지내야 한다. 몇 십 년의 성인기를 잘 준비하기 위해서는 학습기간이 매우 중요하다. 학습기간 동안 자립심을 키워야 한다. 자립심을 키우기 위한 기본은 등하교를 스스로 하는 것. 그러려면 집에서 가까운 학교가 좋다. 그래야 자주 친구들과 어울릴 수도 있고 그러다보면 사회성도 길러진다.

특수반 인원도 너무 많아서는 안 된다. 아이들에게 교사의 손길이 필요하다. 특히 여자 아이라면 신체적 변화에 대한 교사의 손길이 더해져야 한다.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로 옮겨 생활해야 하는 아이들의 경우는 같은 학년 친구들이 어느 학교로 많이 가는지 알 필요가 있다. 그래야 아이가 잘 적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누구도 우리 아이들을 위해 준비해주지 않는다. 아직 우리나라는 그렇다. 이 나라와 이 사회가 해주기만을 기다리고 가만히 앉아 있기에는 시간이 자꾸만 흘러간다. 그래서 우리 엄마들의 힘이 요구된다. 엄마는 위대하다 하지 않던가. 걱정 없이 원하는 학교에 입학할 수 있고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춘, 비장애아동과 장애아동의 진정한 통합교육이 이루어지는 교육현장이 마련되어지도록 계속 노력해야지. 으라차차 힘을 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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