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단절 여성장애인, 공예강사로 교단에 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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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단절 여성장애인, 공예강사로 교단에 서다
  • 편집부
  • 승인 2010.11.19 00:00
  • 수정 2013-01-28 11: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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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연 /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인천지사 고용촉진부장

“저는 대학을 졸업했지만 시력에 문제가 있어서 전산작업은 불가능합니다.” “보육교사 자격증이 있어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은데 마흔이 넘은 장애인이라고 취업이 안돼요.” “정신장애가 있는데 단순작업이 아닌 전문직 여성으로 평생일자리를 찾고 싶어요.”

공단에 구직상담을 신청하는 여성장애인의 수는 매년 전체 구직자의 30%에 달하고 이중 고졸 이상의 학력자는 45%에 이른다. 또한 이중의 50% 이상은 40대 이상의 고령이지만 그나마 사무전산 능력이 있는 소수를 제외하곤 원하지 않는 생산직 알선만 반복될 뿐이다. 그녀들이 꼭 하고 싶어 할 만한 일자리를 어떻게 찾을까 고민한 끝에 지난해 말 공단 인천지사는 인천시교육청에 ‘방과후 공예강사’를 제안했다. 전국의 방과후 강사는 50만명 규모로 점차 확대되고 있는 반면 정보의 부재와 편견 등으로 장애인이 진출한 적이 없는 분야였다. 장애인들이 교단에 서는 상상…. 그것은 여전히 생소하고 불편한 일이었기에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제대로 된 일자리 한번 만들어보자’는 순수함에 뜻을 같이 한 시교육청은 2010년도 성인장애인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공단의 제안을 과감히 받아들였다. 현대공예인협회, 인천시여성인력개발센터 등의 전문기관의 도움을 얻어 칼라클레이, 스텐실 등을 비롯한 12가지의 토털공예 양성과정 프로그램이 설계되고 결혼과 자녀양육으로 경력이 단절되어 괜찮은 일자리를 찾기 어려웠던 고령의 고학력 중증여성장애인들이 모였다.

방과후 공예강사는 ‘공예’라는 정서적 측면과 유연한 시간 활용의 가능성 측면에서 투석이나 약물관리가 필요한 신장, 호흡기, 정신 등 특정 유형의 중증장애인에게 적합한 직무이기에 의미가 크다. 실제로 올 한해 호흡기?정신?시각?뇌병변 등 중증장애인을 포함한 29명의 여성장애인 강사가 배출되어 관내 25개 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다. 장애인 강사를 채용하고 있는 학교에서도 “반신반의하며 시작했는데 열정과 책임감이 기대 이상이다.”라는 긍정적 반응이다. 공예강사 양성프로그램은 경력단절 중증여성장애인 새로운 일자리 창출의 의미뿐만 아니라 ‘장애인 선생님’을 바라보는 불편한 사회인식에 맞서며 장애인 진입이 가장 어려웠던 ‘학교’에 진출한 감동적인 사례이다.

최근 사교육 의존도를 줄이고 방과후 학교를 충실하게 운영하겠다는 정부 방침과 더불어 전문 외부강사에 비해 현직교사의 방과후 강사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도 많아 향후 특기?적성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다양한 분야로의 장애인 강사 진출 가능성은 크다고 판단된다. 공단의 직업능력개발원의 체계적인 훈련을 통해 전문강사를 양성하고 교육과학기술부의 협조를 얻어 각 교육청에서 방과후 수업에 장애인 강사들을 배치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면 장애인들은 어쩔 수 없이 할 수 밖에 없는 일을 하며 사회의 배려와 보호를 받는 대상에서 벗어나 꼭 하고 싶은 행복한 일을 하며 사회에 당당히 기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6차례에 걸쳐 교육을 진행하면서 순조롭지만은 않았다. 적은 예산으로 강사를 양성해내고 채용하는 기관운영 입장도 어려웠고 강의 경험도 조직생활 적응력도 부족한 장애인들은 좌충우돌했다. 그럼에도 끊임없이 함께 고민하고 교단에 서기를 반복하면서 우리 선생님들은 당당한 자신감과 배려심을 배우며 성장하고 있다고 믿는다. 그녀들은 점차 경쟁력 있는 공예전문가로, 매력적인 강사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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