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봉사자와 함께 보내는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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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봉사자와 함께 보내는 하루
  • 편집부
  • 승인 2010.10.25 00:00
  • 수정 2013-01-28 12: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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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기은 / 둘로스 효 봉사단장

자원봉사자와 함께 하는 시간은 너무 빨리 지나간다. 봉사자들과 아침부터 보내는 시간은 하루에 8시간 정도 된다. 아침 일찍 집안일을 하고 출근도장을 찍는 봉사자들이 30명 정도 된다.

도시락 배달을 하기 위해 반찬을 만들면서 눈빛 하나로 필요한 재료와 도구를 척척 알아서 다 챙겨준다. 말을 하지 않아도 도구를 전해주고 양념을 건네주는 봉사자들이야말로 달인급 봉사자들이다.

아침부터 점심까지는 도시락으로 시간을 보낸다. 도시락 전달까지 정오를 넘기며 수혜자들로부터 혼이 난다. 이도 없는데 고기는 어떻게 먹어 하면서 야단을 친다. ‘그럼 고기는 갖고 갈까요’라고 말하면 죽일놈이란 말을 어르신들은 많이 하신다.

그렇게 오전을 보내고 오후에는 발 마사지 봉사를 하기 위해 나선다. 발 마사지 봉사를 하는 봉사자들은 10명 정도 된다. 물리치료기계와 손으로 봉사를 하는데, 발을 안 씻고 오신 어르신들은 발 냄새가 장난이 아니다. 크림 냄새, 발 냄새가 짬뽕으로 나면 머리도 아프고 눈도 시릴 뿐 아니라 머리가 삐쭉삐쭉 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얼굴은 웃음을 잃지 않으시는 봉사자들. 지금은 요령이 생겨서 물수건으로 발을 깨끗하게 닦고 발 마사지를 하기 시작한다.

우리가 발 마사지를 하는 동안에 한켠에서는 어르신들이 10원짜리 화투를 치시며 ‘나 비약했어, 초약했어’라는 말과 ‘왜 20원 안줘, 돈 없으면 치지마’하며 싸우신다. 10원에 목숨을 거시는 어르신들이 발 마사지를 다하고 나면 음료수, 과자, 사탕 등등의 간식거리를 사주신다. 참으로 감사하면서도 죄스런 마음으로 간식을 먹는다. 안 먹으면 어르신들이 화를 낸다. 그래서 맛나게 먹고 봉사자들과 봉사센터로 와서 그날에 대한 결과를 보고한다.

내일부터는 이런 실수도 안해야겠다는 말과, 저런 것들은 어르신들이 좋아한다는 말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나서야 집으로 돌아가신다.

그 다음부터는 그날에 대한 일지와 내일에 대한 자원봉사자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해 내일 봉사 여부를 확인한다. 그 다음에는 나의 생업에 종사한다. 발 마사지 학원에서 수강생들에게 발 마사지 강의를 하고 또 그 중에서 잘하시거나 시간이 여유로운 분들을 모시고 봉사자 팀을 구성해 봉사의 길로 안내한다.

우리 봉사단은 주로 노인분들을 대상으로 하는 봉사활동이 많다. 그 이유를 꼽자면 미래의 우리 모습이기 때문이다. 독거 노인분들은 손을 잡아 드리고 말벗이 돼 드리면 참 좋아하신다. 지금의 심정은 어르신들이 돌아가시는 그 시간까지 외롭지 않게 옆에서 아들처럼 보살펴 드리고 싶은 심정이다.

몇 해 전이었을까. 하지정맥류가 심해 다리가 휘었던 할머니가 발 마사지 봉사를 나가 매일 석 달을 주물러 드렸더니 놀랍게도 완치가 되셨다. 그때 나는 봉사가 이런 것이구나 하고 느꼈다.

기쁠 때도 있지만 마음이 아팠던 적도 있다. 노인정에 봉사를 하기 위해 들르면 늘 계시던 어르신이 보이지 않을 때가 있다. 환절기에는 특히 돌아가시는 분들이 많아 늘 걱정이 된다.

앞으로도 항상 부모님을 모시듯 봉사를 할 것이다. 그리고 늘 성심을 다해 봉사를 함께 해주시는 봉사단 회원분들에게도 감사하다. 앞으로도 더욱 봉사가 내 길이라고 여기고 의미 있는 봉사를 함께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봉사는 쉬운 것도 아니지만 결코 어렵지도 않다. 마음을 다하는 봉사를 많은 분들이 함께 하고 그 보람도 함께 느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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