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선 전문기자의 정신장애 이해와 치료효과 높이기 시리즈] ③병이 되는 잠 다루기 2부- 몸이 방해하는 잠 다루기
상태바
[이창선 전문기자의 정신장애 이해와 치료효과 높이기 시리즈] ③병이 되는 잠 다루기 2부- 몸이 방해하는 잠 다루기
  • 이창선 기자
  • 승인 2024.03.23 10:00
  • 수정 2024-03-21 14: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누구나 걸릴 수 있고, 치료해 갈 수 있는 정신장애. 제대로 앎이 대처에 필요하다. 아동, 청소년, 성인, 노인 모두 걸릴 수 있는 다양한 정신장애들의 가장 특징적인 증상 및 주로 적용되는 치료 전략 개관 시리즈를 총 16가지 주제로 연재한다. 본 시리즈 기획특집 기사를 집필하는 이창선 전문기자는 심리학과 치료약학 전공자로서 이상·임상심리학, 정신의학 문헌 분석, DSM-5와 ICD-10, 정신장애 학술자료 분석을 기반으로 기사 내용을 제시한다. _편집국

 

잠들기까지 어려운 어린이들, 진단을 도와주세요

“마치 벌레들이 피부 속에 기어 다니는 것 같아요. 가렵고 으스스하고, 근질근질한데 피부병은 없거든요.” 전에 우울증 진단을 받은 정** 씨는 이런 기묘한 느낌 때문에 3개월이 넘도록 잠자는 것에 방해를 받아 매우 괴롭고, 자신이 진짜 미쳐가는 것 같다고 걱정한다. 그러나 정 씨는 감각 신경성 질환인 ‘하지불안 증후군’이란 진단명과 치료방법을 듣고서는 정신의 문제가 아님을 알고 일단 안심했다.

하지만 이 질환은 어린이에게는 수면뿐 아니라 기분과 인지 기능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평가되어 왔다. 학교생활의 어려움과 행동문제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어린이는 증상을 표현하는 능력이 미숙해서 진단이 쉽지 않은 것이 문제이다. 단지 가만히 앉아있지 못한다거나 잠들기 어려워한다는 정도로만 파악되거나, 성장통 등으로 오진될 수 있다. 또한 ‘하지불안 증후군’은 주의력결핍 과잉행동 장애가 동반되는 경우가 많기에 공존 질환 진단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어린이가 잠들기까지 시간이 길어지거나, 자다가 깨는 증상이 있다면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하지불안 증후군 가족력이 있다면 수면다원검사를 받음이 권고된다. 검사에서 주기적 사지운동 지수가 5 이상으로 증가된 양상을 보이는지 점검한다.

 

ADHD와 비슷한 증상, 인지능력 저하가 잠 때문에?

#7세 경준이(가명)는 밤에 긴 시간 동안 잤는데도 낮에 졸린다고 짜증을 내며, 깨어 있을 때는 산만하다. 잘 때는 심하게 코를 골며 땀을 많이 흘리고 자주 몸을 뒤척인다. 수면다원검사에서 시간당 5회 이상의 저호흡증 양상을 보였다.

‘심각한 코골이’가 왜 산만함, 인지능력 저하와 연관될까? 수면 중에 깨어남과 저산소증이 반복되면서 전전두엽 기능 저하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코에서 후두까지 공기가 유입되는 길을 ‘상기도’라고 한다. 자는 동안에 상기도가 좁아지거나 막혀서 공기의 흐름이 막히거나 줄어듦이 반복되면, 저산소증과 고이산화탄소증이 동반되고, 수면중에 깨어남이 반복되고, 교감신경계의 활성도가 높아진다. 결과적으로 혈압 상승 등 심혈관계 및 뇌혈관계의 이상이 일어난다. 이는 수면과 관련된 호흡장애의 가장 심한 형태인 ‘폐쇄성 수면무호흡 증후군’의 결과이다.

초등학교 입학 전의 어린이가 이 질환을 겪고 있다면, 차츰 집중력이 떨어지고 산만해져 마치 ADHD와 비슷한 양상을 보이기도 한다. 영아기부터 초등 입학 전 어린이가 폐쇄성 수면 무호흡증을 겪는다면 발달이 지연되는 증상을 보인다. 이 질환이 지속되면 성장호르몬 분비 장애가 발생해 성장장애를 겪을 수 있다. 사춘기 이후 청소년들은 낮에 졸림이 심해져 학업 저하와 더불어 공격적인 성향을 보일 수 있다. 이 질환은 소화기에도 좋지 않다. 흉곽 내 음압이 증가해 식도-위 역류가 조장될 수 있기 때문이다.

‘폐쇄성 수면무호흡 증후군’에 대해 DSM-5에서 제시한 진단기준은 이러하다. 수면다원검사에서 수면 시간당 무호흡이나 저호흡이 최소 5회 이상이면서, 밤에 잠잘 때 호흡장애가 있거나, 충분히 잤어도 낮에 개운하지 않고 졸립고 피곤함이다. 신체질환이나 정신질환에 의한 것이 아니어야 한다. 또는 다른 증상이 없더라도 수면다원검사에서 수면 시간당 15회 이상 폐쇄성 무호흡 또는 저호흡이면 이 질환에 해당한다.

 

신경학 및 정신의학이 권하는 치료 전략은?

(1)하지불안 증후군의 치료를 위해 먼저 철 결핍성 빈혈이 있는지 확인한다. 진단되면 식이요법과 함께 약물치료를 해서 빈혈을 교정한다. 이 방법이 유용하지만, 하지불안 증후군 치료로서의 장기적인 효과평가 연구는 부족하다는 견해도 있다.

증상이 심할 경우 약물치료를 할 때 성인에게 사용되는 약물은 도파민 효능제인 로피니롤 등이다. 18세 미만에게는 로피니롤의 안전성과 유효성이 확립되지 않아 복용이 권고되지 않는다. 복용 때 미리 알아둘 점은 이 약은 갑작스러운 잠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복용 중에 만약 낮에 크게 졸립거나, 대화나 식사 중에 갑자기 잠드는 경험을 했다면 운전을 하지 말고 의사와 약의 중단이나 감량 등에 대해 상의해야만 한다.

빈혈이나 약물치료 여부와 별도로 하지불안 증후군의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주말과 주중에 관계 없이 늘 같은 시간에 자고 일어나는 습관을 갖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충분한 양의 수면을 취하는 것도 중요하다. 정상적이고 규칙적인 수면 리듬을 가질 수 있도록 수면에 대해 교육하고, 생활습관을 관리하는 지원이 치료에 중요하게 포함된다.

(2) 폐쇄성 수면무호흡 증후군의 치료 전략은 비만관리, 잠의 자세, 특수도구와 수술이다. 첫째, 청소년의 체중이 증가하며 목이 굵어지고 혀가 커져 상기도를 압박하면 공기 흐름 저항이 증가해 수면무호흡이 심해진다. 따라서 과체중이나 비만이면 체중 감량이 필요하다. 둘째, 등을 대고 똑바로 누우면 수면무호흡증이 악화될 경우가 많으므로, 옆으로 누워 잔다. 잠옷의 등 쪽에 주머니를 달고 테니스공이나 불편한 물건을 넣어 입고 자면 옆으로 누워 잘 수밖에 없는 환경이 될 수 있다고 간호학에서 조언한다.

셋째, 증상이 중등도 이상의 심한 경우 및 청소년기 이후는 ‘지속적 상기도 양압술’(CPAP)이 추천된다. 특수마스크를 사용해 일정하게 적절한 압력으로 공기를 상기도로 불어넣어 기도를 열리게 만드는 장치이다. 얼굴구조에 잘 맞는 마스크 사용으로 압력이 새지 않게 고정함 및 적절한 압력을 찾는 것과 습도를 잘 맞추어 줌이 중요하다. 효과가 확인된 방법이지만, 착용이 불편한 것이 보완점이다. 성장기 어린이 경우는 얼굴 변형을 유발할 가능성도 있다.

넷째, 상기도의 폐쇄를 줄이기 위해 수면 중 막히는 기도 특정 부위의 수술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