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송파 세모녀 10주기…복지사각지대 여전 빈곤층 죽음 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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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송파 세모녀 10주기…복지사각지대 여전 빈곤층 죽음 반복
  • 이재상 기자
  • 승인 2024.03.21 09:22
  • 수정 2024-03-21 09: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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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4년 2월 서울 송파구의 반지하에서 살던 세 모녀가 큰딸의 만성질환과 어머니의 실직으로 인한 생활고에 시달리다가 ‘정말 죄송합니다’라는 메모와 함께 갖고 있던 전 재산인 현금 70만 원을 집세와 공과금으로 놔두고 번개탄을 피워 자살한 ‘송파 세모녀’ 사건이 발생한 지 어느덧 10년이 지났다. 빈곤사회연대 등 시민단체로 구성된 기초법바로세우기공동행동은 2월 26일 ‘송파 세 모녀 10주기 좌담회’를 서울 용산구 반(反)빈곤운동공간 아랫마을에서 열고 ‘송파 세 모녀 법’의 문제점과 개선과제 등을 논의했다. _이재상 기자
(사진=공감 홈페이지)

 

맞춤형 개별급여 개편 이후

중위소득 선정기준 도입에도

실제 급여별 선정기준 이전

최저생계비와 별반 다르지

않게 책정···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이후 실제 수급자 증가

1인가구 생계급여 71만원뿐

지난해 1인가구 평균 소비

지출액 155만원 절반도 안돼

 

∎정성철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은 “송파 세 모녀의 죽음으로부터 10년이 지났다. 그동안 사회보장제도에서 일부 변화가 있었지만, 복지 사각지대는 여전해 빈곤층의 죽음은 반복해서 발생하고 있다.”며 정부가 빈곤 문제 해결책으로 내놓은 ‘송파 세 모녀 법’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당시 정부는 송파 세 모녀의 죽음이 ‘있는 복지를 활용하지 못해서’, ‘제도를 몰라서’ 발생했다고 진단하며 일제 조사를 통한 사각지대 발굴에 초점을 맞췄다. ‘송파 세 모녀 법’이라는 이름으로 ‘기초생활보장법’과 ‘긴급복지지원법’이 개정되고 현재 발굴 중심 복지의 근거 법인 ‘사회보장급여법’이 신설됐다.

하지만 이후 세 모녀가 기초생활보장제도를 신청했으나 구두 거절당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세 모녀는 두 딸이 부양의무자라는 조건 때문에 제도의 도움을 받지 못했는데, 여전히 그 조항이 남아 있어서 제대로 개선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

정 국장은 “송파 세 모녀를 죽음으로 내몬 핵심은 제도를 몰라서가 아니라, 소득이 중단돼서 빈곤에 처했으나 기초생활보장제도, 긴급복지지원제도, 실업급여 등 이용 가능한 사회보장제도가 없었던 한국사회 정책과 제도의 문제였”음을 주장했다.

‘송파 세 모녀 법’ 중 가장 큰 변화는 이전 최저생계비 단일기준의 통합급여 방식에서 현재의 기준 중위소득을 활용한 맞춤형 개별급여 방식으로 개편된 ‘기초생활보장법’이다. ‘맞춤형 개별급여’는 상대적 빈곤선인 기준 중위소득을 선정기준에 도입했으나, 실제 급여별 선정기준은 이전 최저생계비와 별반 다르지 않게 책정됐다.

당시 최저생계비는 의료급여 선정기준인 기준 중위소득의 40%와 비슷했다. 상대적 빈곤선(기준 중위소득의 50%)에 맞춘 급여는 교육급여뿐이었다.

생계급여 선정기준은 이전 최저생계비보다 더 낮게 정해졌다. 더불어 낮은 기본재산액, 높은 재산의 소득환산율 등 기존 복지 사각지대를 발생시키는 선정기준의 개선은 미미했다. 특히 세 모녀가 수급자가 될 수 없었던 원인은 조건부 수급이 갖고 있던 문제였는데, 이에 대한 개선은 없었다. 부양의무자 기준의 경우 당시 교육급여에서만 폐지됐고, 타 급여에서는 부양의무자의 소득기준을 약간 완화하는 데 그쳤다.

2016년 7월 4일,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맞춤형 개별급여 1년 평가 자료에 따르면, 수급신청자 중 신규 수급자는 35만 명, 탈락자는 58만 명으로 여전히 높은 장벽으로 인한 사각지대가 확인됐다. 이마저도 교육급여나 주거급여와 같이 한 가지 급여만 받게 된 수급자를 합친 수치로, 생계급여 신규 수급자 수는 9만8천 명에 불과했다.

맞춤형 개별급여 이후 실제 수급자가 늘어나기 시작한 것은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이후다. 특히 근로능력에 따른 조건부과가 없는 주거급여에서 2018년 10월 부양의무자 기준이 폐지되고, 코로나19로 경제위기가 심화되자 2018년까지 150만 명 남짓하던 수급자 수는 2023년 12월 현재 237만 명이 됐다.

생계급여와 의료급여에서 부양의무자 기준은 2019년부터 특정 인구를 대상으로 완화되기 시작했다. 2024년 기준, 생계급여의 경우 기준 중위소득 32% 이하로 부양의무자의 소득과 재산 기준이 각 연 1억 원, 9억 원으로 완화됐고 의료급여에서는 중증장애인이 있는 수급 신청 가구에 대해서만 해당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생계급여의 보장수준은 선정기준과 같으며, 기초생활보장법은 생계급여 선정기준을 30% 이상으로 정할 수 있게 하고 있지만 도입 이후 법에서 정하고 있는 최저수준(30%)을 계속 유지해왔다.

윤석열 정부에 들어서 생계급여 선정기준을 중위소득 35%까지 상향하는 계획을 발표하고 2024년 역대 최대 수준인 32%로 인상했지만, 그 수준이 1인 가구 기준 71만 원에 불과하다. 이는 통계청에서 발표한 2023년 1인 가구의 평균 소비지출액인 155만 원과 비교해 큰 차이를 보인다.

 

“긴급복지지원제도 2024년

예산 약3600억 원에 불과

실제 위기상황에 적절히

개입하고 있지 못한 상황”

 

‘긴급복지지원법’의 경우 ‘송파 세 모녀 법’이라는 이름으로 개정된 주요 내용은 △지방자치단체의 재량을 확대해 상황별 사유를 조례로 정할 수 있도록 함 △긴급복지지원의 대상과 기준 등을 적극적으로 안내 △신고의무자의 범위에 장애인활동지원기관의 종사자 등 포함 △연 1회 이상 정기적으로 위기상황에 처한 사람에 대한 발굴조사 실시 △긴급지원대상자에게 신속히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긴급지원 담당 공무원으로 하여금 우선 필요한 지원 등과 같이 위기사유와 소득재산 선정기준에 대한 개선이 아니라 홍보와 사각지대 발굴 중심이었다.

2020년 코로나19로 인한 한시적 제도 완화가 있었지만, ‘무급휴직 등으로 소득을 상실’하거나 ‘자영업자, 특수고용노동자, 프리랜서인 소득자의 소득이 급격히 감소’하는 경우가 위기사유에 추가되고, 재산 기준이 대도시 기준 2억5700만 원 이하로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으며, 낮은 소득기준(기준 중위소득 75% 이하)에 대한 변화는 없었다.

정 국장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작동해야 하는 긴급복지지원제도의 2024년 예산은 약 3,600억 원에 불과해 실제 위기상황에 적절히 개입하고 있지 못한 상황”임을 지적했다.

 

“단전 등 위기정보 발굴 개수 늘려

복지사각지대 대상자 찾아내도

실효성있는 복지서비스 지원 못해···

기초생활보장제 수급기준 완화 등

공적지원 문턱 낮추는 근본 개선을”

 

송파 세 모녀 비극 이후 신설된 ‘사회보장급여법’은 빈곤층의 죽음이 사회적으로 알려졌을 때 정부에서 강조하는 발굴 중심 복지제도의 근거가 되는 법이다. ‘사회보장급여법’을 통해 사회복지통합전산망에 통합하는 빈곤층의 단수, 단전 등 각종 체납 기록과 부채 등의 정보는 현재 44종까지 확대됐다.

정 국장은 “정부가 복지 사각지대 위기정보 발굴 개수를 늘렸으나, 찾기에만 치중한 나머지 복지 사각지대 대상자를 찾아내도 실효성 있는 복지서비스 지원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복지 사각지대 발굴은 단전, 단수 등 위기정보를 입수 분석해 경제적 위기 가능성이 높은 대상을 선별한 뒤 지방자치단체 ‘찾아가는 보건복지서비스전담팀’에서 방문 확인 등 조사를 실시해 이뤄진다.

복지부의 2023년 11월 29일자 보도자료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22년까지 8년 동안 52만여 명이 위기가구로 발굴되었으나 기초보장으로 연결된 비율은 2.4%, 긴급복지로 연결된 비율은 1.3%에 불과하며, 일시적인 민간서비스로 연결된 비율이 29%로 가장 높다. 더불어 절반이 넘는 30만 명(57.9%)은 어떤 서비스도 지원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 기준 완화 등 공적 지원의 문턱을 낮추는 근본적인 사회보장제도의 개선이 시급하다.”며 “이를 개선하려는 노력 없이 ‘발굴’만 반복하는 것은 여론의 관심을 잠시 딴 곳으로 돌리거나, 사각지대 발굴을 명목으로 한 빈곤층 정보 인권침해 가능성만 높인다.”고 주장했다.

 

“중생보위, 2020년 중위소득의

최근 3년 평균 증가율 반영해

수급자 기준 산정키로 했지만

산정원칙 제대로 지키지 않아”

 

∎박영아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송파 세 모녀 사건 이후 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자 선정 방식으로 ‘기준 중위소득’이 처음 도입됐지만 산정원칙이 지켜지지 않아 빈곤층이 제도에서 배제되고 있다.”고 말했다. 기준 중위소득은 전 국민을 소득순으로 줄 세웠을 때, 정중앙에 있는 사람의 소득인 ‘중위소득’에 여러 경제지표를 반영한 것.

중앙생활보장위원회가 2020년 정한 기준 중위소득 산정원칙은 △기준 중위소득의 산출 기반 통계를 기존 가계동향조사(농어가 포함)에서 가계금융복지조사로 변경 △기준 중위소득 산출 방식을 전년도 기준 중위소득에 가계금융복지조사 중위소득의 최신 3년 평균 증가율을 1회 적용하는 방식으로 함. 다만, 급격한 경기변동 등 특별한 상황 발생 시 중앙생활보장위원회 의결을 통해 증가율을 조정할 수 있는 단서조항 추가 △통계변경에 다른 격차(2018년 기준 12.49%) 해소방안으로 6년간 추가증가율 적용해 단계적으로 해소 등이었다.

박 변호사는 “보건복지부 중앙생활보장위원회(중생보위)가 중위소득의 최근 3년 평균 증가율을 반영해 수급자 기준을 산정하기로 2020년 의결까지 했지만, 2020년부터 2023년까지 4년간 산정원칙이 그대로 준수된 해는 2022년(2023년 적용 기준 중위소득 산정) 한 해뿐으로 중생보위 스스로 정한 원칙마저 지키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4인 가구 기준 지난해 소득의 중위값은 610만 원이었지만, 기준 중위소득은 540만 원으로 책정돼 70만 원의 차이가 있었다. 기준 중위소득이 낮아진 만큼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있던 수급자 수도 축소됐다.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인한

의료급여 사각지대 73만명”

 

∎정성식 시민건강연구소 연구원은 “송파 세 모녀 사건과 같은 사건들이 반복되는 것은 의료 안전망에 큰 구멍이 뚫려 있다는 증거”라면서 “소득기준은 충족하지만 부양의무자 기준 때문에 의료급여 자격을 얻지 못한 이들이 약 73만 명”이라고 말했다.

중위소득 50%를 기준으로 잡는 상대적 빈곤율이 최근 2022년 기준 14.9%, 약 15%였다. 의료급여 수급자는 2022년 기준 약 152만 명, 전체 인구 중 2.9%로, 빈곤층의 1/5에 해당하는 사람들만이 의료급여 혜택을 받고 있다.

최근 주거급여, 교육급여의 부양의무자 기준이 폐지되고, 생계급여도 그 기준이 대폭 완화되었지만, 의료급여만큼은 정부의 재정부담이 크며 도덕적 해이가 발생한다는 등의 이유로 폐지하지 않고 있다. 올해부터 중증장애인 가구에 부양의무자 기준을 적용하지 않는 것으로 완화했다고 하지만, 여기에 해당하는 수는 고작 5만 명 수준에 불과하다.

정 연구원은 “송파 세 모녀 사건과 같이 더 이상 의료 안전망의 미비로 인한 비극적 사건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그동안 멈춰 있었던, 그리고 정부가 미뤄왔던 과제인 의료급여 보장성 확대를 다시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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