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타고 방방곡곡] 월미바다열차 타고 봄 맞으러 가요_인천 월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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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 타고 방방곡곡] 월미바다열차 타고 봄 맞으러 가요_인천 월미도
  • 편집부
  • 승인 2024.03.08 14:00
  • 수정 2024-03-08 14: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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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봄이다. 떠나기 싫어하는 동장군의 꼬리가 꽃샘추위로 남아 있긴 하지만 정월대보름도 지났겠다, 봄을 맞이하러 나서는 데 망설일 필요가 없는 계절이다. 벌써 남쪽 지방에서는 연일 꽃소식이 들려오지만, 막상 먼 길을 나서기에는 살짝 부담스럽다면 수도권 인근에서 봄 마중을 해보는 것도 좋다. 월미도는 수도권 인근에서 봄 마중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다. 햇볕 따스한 날, 자연과 역사와 놀이가 함께하는 월미도로 봄 마중을 간다.
전윤선
무장애여행 칼럼니스트

 

삶을 숙제처럼 살면 얼마나 피곤할까. 인생은 숙제가 아니라 축제처럼 살아가면 날마다 흥겨운 날이 펼쳐진다. 3월은 봄꽃이 폭죽 터지듯 온 천하를 뒤덮는 축제의 계절이다. 꽃샘추위가 아무리 방해해도 그래 봤자 오는 봄을 어찌 막을 건가. 더디게 온다고 봄이 아닌 건 아니니까. 봄을 찾아 나선 발걸음이 가볍다. 겨울 견뎌낸 모든 생명들에게 봄은 보상을 해주는 계절이다.

바닷바람이 제법 부드러운 월미도로 향했다. 월미도는 열린 관광지로 조성되면서 무장애 관광지로 거듭나고 있다. 게다가 관광자원도 풍부해 볼거리, 먹을거리, 체험거리까지 장애인 등 관광 약자에게도 일석다조를 누릴 수 있는 곳이 됐다. 월미도를 상징하는 수식어는 다양하다. 월미바다열차. 인천상륙작전, 디스코팡팡 등이 랜드마크로 충분하다.

인천역에서 월미바다열차를 타고 여행을 시작한다. 월미바다열차는 휠체어를 타는 여행객도 부담 없이 탈 수 있다. 휠체어 이용인, 쌍둥이 유아차를 탄 영유아 동반 가족, 나이 지긋한 고령인, 외국인까지 평일인데도 바다열차를 타는 사람들로 북새통이다. 휠체어 좌석도 마련돼 있으니 무장애 관광 콘텐츠로 충분히 인정받을 만하다.

 

 

 

▲ 월미바다열차 창 너머로 보이는 세계 최대의 사일로.

볼거리 많은 월미바다열차 정거장

무장애 나눔길로 월미산 정상까지

 

자! 이제 출발해 볼까. 월미바다열차는 국내에서 가장 긴 모노레일이다. 인천 월미도를 순환하는 도심형 관광 모노레일이다. 월미바다역, 월미공원역, 월미문화의거리역, 박물관역까지 네 곳에서 탑승할 수 있다. 월미바다열차 코스에는 다양한 여행지가 포함되어 있어 부지런히 발길을 놀려야 한다. 월미바다역 앞에는 차이나타운과 개항장, 동화마을, 자유공원과 중구청을 중심으로 열린 관광지로 형성돼 있어 무장애 여행의 핵심 코스다.

열차 안에서 보는 바깥 풍경은 경이롭다. 인천항을 출발하는 자동차가 수출 길에 오르려고 줄 맞춰 대기하고 있다. 지구상에서 가장 큰 사일로는 입이 떡 벌어질 정도 규모다. 세상에 저렇게 큰 건물이 곡물창고라니 자꾸 봐도 신기하다. 사일로의 거대한 원통형 벽에는 책 모양의 그림이 그려져 있다. 역시 기네스북에 등재된 세계 최고의 크기를 자랑한다. 기차는 스무스하게 다음 역인 박물관역에 도착한다.

▲ 월미바다열차, 월미도를 순환하는 도심형 모노레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길다.

 

박물관역에서 내려 무장애 나눔길로 조성된 월미산의 데크길을 따라 산책한다. 월미산은 인천상륙작전 격전지로서 반세기 동안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됐다가 산책로를 만들어 ‘월미공원’으로 새롭게 개방됐다. 최근에는 무장애 나눔길로 데크를 깔아 누구나 편리하게 월미산 정상까지 오를 수 있게 됐다. 월미산 정상에 오르면 인천항과 서해, 인천국제공항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나눔길 중간에 전동휠체어 급속 충전기도 마련돼 있어 배터리 충전 걱정이 없다. 간이 도서관까지 나란히 있으니 마음의 양식까지 충전할 수 있다. 월미산 정상 광장에는 예포대와 월미산 정상으로 오르는 길이 있지만 휠체어 사용인이 접근하기에는 경사가 가팔라 부담스럽다.

▲ 월미산 전망대. 전망대에 오르면 서해와 주변의 도심 풍경에 한눈에 들어온다.

산 정상에 있는 월미전망대는 필히 가봐야 한다. 5층 건물의 전망대에서는 주변 바다 풍경과 도심 풍경까지 한눈에 볼 수 있다. 5층에는 달빛마루 카페가 있어 근사한 전망과 마주할 수 있다. 하늘도 바람도 구름도 그리고 나 자신도 지금 이 시간 오롯이 하나가 된다.

그렇다. 내게 여행은 ‘추앙’의 시간이다. ‘그래서’가 아니고 ‘그럼에도’의 시간이다. 누군가는 그런다. 편견으로 대하기도 하고, 편의시설도 제대로 없어 원초적 본능도 해결 못 하는 그런 여행을 굳이 가야 하냐고. ‘그럼에도’ 여행하면서 보이는 풍경이 있다. 지금 여기 눈 앞에 펼쳐지는 이 풍경을 마주하는 여행은 오롯이 자연이 주는 날것의 감각을 느낄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120년 한국 이민의 역사를 만나다

바다 낭만 충만한 월미문화의 거리

 

월미산 산책을 마치고 내려오는 길에 한국이민사박물관도 들러야 한다. 한국이민사박물관은 우리나라 이민의 역사를 연대별로 나눠 전시하고 있다. 구한말 세계정세는 숨 가쁘게 돌아갔다. 조선도 예외는 아니었다. 1860년 북경조약으로 연해주가 러시아로 편입되면서 러시아는 연해주 변방 개척을 위해 한인들의 입국을 허용했다. 이후 조선 정부는 한인의 이주를 막기 위해 유민방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청나라 북간도 지역 봉금정책이 해제되면서 한인 이주가 시작돼 북간도 지역에 한인 집단 부락이 형성됐다.

▲ 우리나라 최초의 해외 이민지는 하와이였다. 한국이민사박물관에 전시된 하와이 이민 1세대 함해나 가족 사진.

조선 최초의 해외 이주 노동자는 1897년 일본 사가현 조자 탄광에 취업한 100여 명이었다. 이후 1902년 조선 최초로 해외 이민업무 담당 기관인 유민원이 설치되었고,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으로 가는 121명의 노동자가 인천에서 출발해 일본 나가사키항에 도착했다. 검역소에서 신체검사와 예방접종을 마친 노동자들은 갤릭호에 승선해 태평양을 건너 하와이에 도착했다. 120여 년 한국 이민의 역사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제1, 제2, 제3 전시실이 역사를 기록한 역사관이라면 제4 전시실은 바로 지금 700만 해외동포들의 근황과 염원을 살펴볼 수 있는 곳이다. 한인 이민사를 재조명하고 한인들의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한 각종 해외 이민 기념사업과 축제, 문화 활동에 대해서도 살펴볼 수 있다.

이에 비해 국내로 들어온 외국인은 법무부 출입국통계 월보에 따르면 2023년 9월 기준 체류 외국인이 251만 명을 넘어섰다. 결혼을 통한 이주는 물론 근로자, 유학생 등 인종과 언어 문화적 배경이 다른 다양한 지구촌 사람들이 국내에 거주하며 함께 살고 있다.

한국이민사박물관은 월미산 아래 평지에 푹 안겨 있어 접근하기 좋다. 2층 건물에 장애인 화장실 등 편의시설도 양호하다.

월미문화의거리로 발길을 옮긴다. 월미문화의거리는 인천대교와 서해의 경관을 활용한 문화 이벤트 공간이다. 광장의 별빛과 수경, 전망대까지 휴식과 테마 공간에서 바다를 접할 수 있다. 광장을 따라 횟집과 카페가 즐비해 식사나 차를 마시며 바다의 낭만을 만끽할 수 있다. 광장 중간에는 인천상륙작전 조형물이 한국전쟁의 아픔을 상기시킨다. 월미문화의거리에서는 낚시를 하는 사람도 자주 눈에 띈다. 낚싯대를 드리우고 세월을 낚는 강태공들은 낚싯대 찌가 움직이든 말든 상관없이 바다를 보며 멍때리는 시간을 보낸다. 다양한 조형물은 여행객의 포토 스폿이 되어 준다.

▲ 월미도에는 영종도로 가는 여객선을 탈 수 있댜. 영종도행 배.

바다가 품어주는 월미도에서 부족함 없이 사는 사람들은 삶의 속도를 한껏 늦추고 지는 해를 바라본다. 부족함도 없는 붉은 바다를 보고 있으면 지난 세월이 따라온다. 속도는 다르지만 자연에 깃들어 여행하는 맘은 같다. 저마다의 속도를 인정하면 그게 어디든 누구든 함께 여행할 수 있다. 월미도에서 누군가의 봄이 내 봄처럼 반갑고 내 봄처럼 물들어갔다.


 

▲ 월미산 무장애 나눔길 중간에 설치된 전동휠체어 충전기.

무장애 여행정보

 

◆ 가는 길

-인천역까지 지하철 1호선을 이용할 수 있다.

-인천역에서 월미바다열차를 타고 원하는 곳에 하차하면 된다.

-특정 장소 한 곳만 가려면 인천역에서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해도 된다.

∙ 인천교통약자이동지원센터 전화 1577-0320

 

◆ 접근 가능한 식당

-월미문화의거리 곳곳에 맛집들이 산재해 있다.

 

◆ 접근 가능한 화장실

-월미바다열차가 정차하는 역 모두

-월미문화의거리

-한국이민사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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