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책 소개] 불편한 건 장애를 보는 시선과 편견_ 『장애견 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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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책 소개] 불편한 건 장애를 보는 시선과 편견_ 『장애견 모리』
  • 정은경 기자
  • 승인 2024.02.27 17:12
  • 수정 2024-02-27 17: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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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이연희
펴낸날: 2024년 1월 28일
펴낸곳: 책공장더불어

주기적으로 인터넷서점에 들어가 어떤 책들이 새로 나왔나 들여다본다. 그 새로 나온 책 목록에서 눈에 띄는 책 제목이 있었다. 『장애견 모리』. 장애‘인’도 살기 어려운 세상에서 장애‘견’은 어떻게 살 것인가. 그리고 장애견을 기르는 사람은 누구일까. 그리고 또 하나 눈길을 끈 것은 이 책을 펴낸 출판사 ‘책공장더불어’였다. 『수술 실습견 쿵쿵따』, 『유기동물에 대한 슬픈 보고서』 『사람을 돕는 개』 『고양이천국』 등등, 도서 목록에서 보이듯 이 출판사는 반려동물과 환경 문제에 관한 책만을 펴내고 있었다. 이번에 이 출판사가 주목한 것은 ‘장애’였다.

이 책을 소개하는 출판사 서평 첫 두 문장은 이렇다. “그 많은 장애견은 다 어디로 걌을까? 불편한 건 장애가 아니라 장애견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과 편견이었다.” 우리 사회에서는 장애‘인’도, 장애‘견’도 시선과 편견에 상처받는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대목이었다.

이 책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조금 불편했을 뿐 삶을 잘 살아낸 모리와 든든하게 곁을 지켜준 인간의 따뜻한 이야기”다. 저자가 모리를 만나고, 함께하고 그리고 하늘나라로 보낼 때까지의 이야기가 담담한 어조로 담겨 있다. 여러 장애를 갖고 태어난 개 모리는 태어나자마자 바로 버려지고 신속하게 안락사가 결정되었다. 이 과정은 한국의 장애견이 겪는 보통의 여정이고, 우리가 일상에서 장애견을 본 적 없는 이유다.

병원에 버려져서 안락사를 기다리던 모리를 구한 건 자기 삶의 무게만으로도 힘든 21살의 수의대생이다. 아무도 돌보지 않아서 더럽고 볼품없이 병원 케이지에 갇혀 있는 개가 곧 안락사된다는 말에 매일 밤 울며 고민하던 대학생은 입양이라는 큰 결정을 내린다. 그런데 생각지 못한 벽을 마주한다. 장애가 있는 모리를 입양했으니 돌보는 게 쉽지 않을 거라는 예상은 했는데 의외로 불편한 건 장애가 아니라 장애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과 편견이었다. 장애에 대한 혐오와 동물, 여성, 장애견 등 약자에 배려 없는 세상에 던져진 것이다.

그럼에도 둘은 서로에게 의지하면서 편견에 맞서 세상을 살아낸다. 모리는 스스로 노력해서 보통의 삶을 살아냈고, 작가는 도움을 주는 사람들 덕분에 위기를 잘 버티면서 좋은 보호자가 됐다. 모리의 이야기는 도움이 필요한 동물과 사는 사람들에게 희망과 용기, 위로가 될 것이다.

저자 이연희는 수의학을 전공하고 동물병원에서 인턴으로 근무하다 모리를 만났다. 그리고 그는 동물행동학으로 방향을 틀어 지금은 미국에서 동물행동학을 공부하고 있다. 장애를 가진 개 모리가 집사의 인생을 바꾸었듯, 따뜻하고 동등한 시선으로 장애를 바라보면 사회 역시 바뀌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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