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상 기자의 흔들리는 시선] 국민의힘, ‘영화 상영관 차별 진짜 제거’ 총선 공약이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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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상 기자의 흔들리는 시선] 국민의힘, ‘영화 상영관 차별 진짜 제거’ 총선 공약이려면···
  • 이재상 기자
  • 승인 2024.02.22 09:20
  • 수정 2024-02-22 09: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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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이 상영관별 관람석의 1%에 장애인 관람석 설치와 영화관 내 장애인 접근성 향상을 위한 구조 변경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 ‘장애인·노인·임산부 등 편의증진보장법’(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 개정 추진을 제22대 총선 장애인 공약으로 내놨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교통사고로 하반신 마비 장애를 입은 가수 강원래(54) 씨가 설 연휴 첫날인 2월 9일 가족들과 함께 ‘건국전쟁’을 보기 위해 강변 CGV를 찾았으나 휠체어 출입이 어려워 상영관 입장을 거부당하고 가족들만 영화를 관람한 사실이 알려졌다. 강 씨는 “직원에게 휠체어를 들어주면 안 되냐고 했더니 위험하다고 했다.”며 “휠체어 타고 있는 제게 ‘잠깐이라도 일어설 수 있느냐’, ‘벽 잡고 걸을 수 있느냐’고 묻는 직원의 질문이 불편했다.”고 토로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2월 13일 강원래 씨의 사연을 언급하며 “대단히 이상한 일이다. 시행령을 바꾸는 것이 명분 있고 합리적인 내용이면 그렇게 오래 걸리는 문제가 아니다. 우리가 정부와 함께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뇌성마비인 기자가 후배와 함께 최근 극장에서 본 영화는 ‘나폴레옹’이다. 요즘 극장 좌석엔 발판의 경사가 조절되는 ‘전동 풋레스트’가 설치돼 영화 관람 중 관객들의 불편함을 줄여줬다. 휠체어 이용 장애인들은 계단 때문에 입장을 거부당한 현실과 전혀 다른 세상에 차별을 느꼈으며, 영화 끝나고 나올 땐 후배를 불러 부축을 받고 의자를 짚어가며 계단 투성이인 상영관을 겨우 내려온 안 좋은 기억이 난다.

정부 여당인 국민의힘이 진짜 휠체어 이용 장애인의 분통함을 줄여 줄 생각이 있다면 상영관의 맨 앞이나 맨 뒷줄에 의자 몇 개 뺄 것이 아니라 계단 투성이인 상영관부터 경사로로 바꿀 것을 시행령으로 의무화해야 한다.

아무리 정부가 저소득 장애인에게 문화 바우처를 연 13만 원씩 제공하고 극장에서 관람료를 50% 할인해준다고 하더라도 장애인이 원하는 영화를 보고 싶은 시간에 공연장, 체육관처럼 관람하기 좋은 위치에 지정된 ‘장애인 최적 관람석’에서 볼 수 없다면 그것은 차별이며 배제일 것이다.

정부의 ‘제6차 장애인정책종합계획’에 따르면 올해 편의시설 확대를 위한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BF) 인증 의무 대상이 문화, 소비 등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민간 시설(대형마트, 백화점, 영화관 등)로 확대되며 이를 위한 ‘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이 개정된다. 국민의힘의 공약이 정부의 6차 계획에 따른 형식적, 생색내기용 공약이 아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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