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자의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 책, SNS, 장애 그리고 정보격차
상태바
[정기자의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 책, SNS, 장애 그리고 정보격차
  • 정은경 기자
  • 승인 2024.02.08 13:30
  • 수정 2024-02-07 17: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어려서부터 유난히 책에 대한 욕심이 많았다. 그리고 무언가 새로운 일을 도전할 때는 몸으로 부딪치기보다 책으로 먼저 읽고 간을 본 다음에 부딪치는 ‘소심한(小心漢)’이었다. 그래서일까. 기자라는 직종에 종사하면서도 책에 대해 눈길이 많이 갔다. 책과 함께 또 하나 요즘 내가 정보를 탐색하는 데 많이 이용하는 수단이 에스앤에스(SNS)다.

이번 호의 ‘기자가 만난 사람’은, 내가 세상을 탐색하는 이 두 가지 수단이 만나서 이루어진 기사다. 특히 장애인식 관련 그림책 시리즈인 ‘열려라! 다양성 교실’을 발견한 것은 순전히 플친(SNS 팔로어)의 한발 빠른 정보와 책에 대한 나의 관심 덕분이다. 인터뷰를 할까 말까 결정하고, 연락을 해 인터뷰 일정을 잡고, 인터뷰이를 만나는 일련의 과정 속에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관심이 있으면, 서점이고 인터넷이고 SNS고 어떤 수단을 이용해서라도 나의 호기심과 필요를 충족시키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은 없을까. 얼마 전, 취재원과 만나 수다를 떨던 중 “우리 신문이 인터넷을 못 하는 재가 장애인들에겐 유일한 정보원 아닐까?” 했더니, 다행히(?) 취재원이 ‘맞다!’고 맞장구를 쳐주었다. 그러면서 국가가 아무리 좋은 복지 사업을 추진해도 모르면 드라마 <나의 아저씨>의 여주인공처럼 아픈 노령의 할머니를 집에서 모실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며, 대부분의 장애인들이 정보에 소외되어 있다고 강변했다.

과연 그럴까.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곰곰이 생각해 보니 맞는 것 같았다. 우선 눈으로 보고도 마우스를 움직이지 못해 검색을 못 하는(물론 첨단기기의 도움을 받을 수는 있지만 아직도 고가이다.) 사람도 있을 거고, 우리 신문이 스마트폰으로 비추면 기사를 읽어주는 보이스몬 코드를 싣고 있다지만 보이스몬을 모르면, 또는 코드 스캔조차 힘든 지극히 심한 약시의 시각장애인이라면 무용지물이 아닌가. 발달장애인들에게는 스마트폰의 앱이나 앱에 들어가서 만나는 메뉴들도 외계어이지 않을까. 이것이 흔히 말하는 ‘정보격차’가 아닌가. 그리고 이 정보격차야말로 요즘에는 곧 생존으로도 이어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데까지 생각이 미쳤다.

이를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나라에서 아무리 좋은 시책을 내놓아도 수혜 대상에게 그 정보가 가닿지 않으면 이 또한 있으나 마나다. 혹자는 그래서 공무원들이 현장을 발로 뛰지 않느냐고 항변하겠지만 과연 거기에는 구멍이 없을까. 대안도 없으면서 고민에 빠져든다. 나와 동시대를 사는 장애인들이, 아니 사회적 약자들이 정보에서조차 약자가 되지 않는 방법은 없을까.

ICT가 발달하면서 컴퓨터가, 인터넷이, 모바일폰이 많은 장애인들을 세상과 이어주었다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 생각이 역으로 ‘ICT에만 집중하다 보니 소외되어 버린 이들이 있다, 그들은 고가의 장비, 신체적 한계, 장애의 특성 등등의 이유로 21세기에 ‘정보 소외’에 빠져 있고, 이것은 나아가 ‘생존’까지 위협하고 있다’는 데로 미쳤다.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해야 할까. 4차 산업혁명 시대, IT에 다가서기에 너무 먼 그대들을 위해 사회가, 기업이, 개인이 해야 할 일을 궁리해야 하지 않을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