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불법녹음 증거 인정 및 기준없는 정서적 아동학대 유죄 판결 반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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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불법녹음 증거 인정 및 기준없는 정서적 아동학대 유죄 판결 반대한다”
  • 편집부
  • 승인 2024.02.02 16:08
  • 수정 2024-02-02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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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교육과 통합교육을 후퇴시키는 불법녹음 증거 인정 및 기준없는 정서적 아동학대 유죄 판결 반대한다

 

 

 

 

어제 2월 1일, 바로 이 곳에서 웹툰 작가 주호민의 아들인 장애학생에 대한 정서학대 혐의로 기소된 특수교사의 최종 판결이 있었다. 수원지법은 피고인인 특수교사의 유죄를 일부 인정, 벌금 200만원 형에 대한 유예를 선고하였다. 장애학생 수업 중 불법 녹음이 법적 증거로서 효력을 인정받고, 판결 과정에서 교사의 다섯 가지 발언 중 한 가지에 대한 정서적 아동학대가 인정된 것이다.
이에 대해 전국특수교사노동조합은, 이 판결 이후로 대한민국의 특수교육과 통합교육은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으며, 특수교육뿐 아니라 나아가 모든 공교육의 장을 억압하게 되어, 학교는 더 이상 신뢰를 바탕으로 교육을 실현하는 공간이 아니라 각자 자기방어와 방치가 판치는 곳이 될 것이라 예고한다. 이는 정서적 아동학대를 판단하는 기준이 지극히 모호하고 주관적이며, 불법 녹음 자료를 법적 증거로 채택하였다는 두 가지 문제 때문이다.

지난 여름 이후 집회와 언론지상에 ‘아동학대처벌법 개정’을 요구하는 교사들의 울부짖음이 수없이 오르내렸다. 정서적 아동학대란 아동 정신건강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정도로 정신적 폭력 및 가혹행위여야 하고 동기, 경위, 정도, 지속성, 반복성 등의 요소가 구체화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교사들은 학교 현장에서 ‘아동학대’라는 용어가 본래 취지를 벗어나 얼마나 오남용되고 있는지, 이로 인해 교육현장이 얼마나 큰 어려움에 처해 있는지를 처절한 심정으로 세상에 알렸다. 
이 사건은 고소당한 다섯 개의 발언 중 단 한 가지 발언에 대해서 정서적 아동학대 유죄 판결을 받았다. 수업 중의 단 한 장면, ‘버릇이 매우 고약하다’는 예문과 ‘싫어’라는 상황에 대한 설명으로 특수교사는 유죄가 되었다. 그 외 부모가 고소한 다섯 개 발언 중 네 가지는 무죄로 인정받았다. 동기와 경위는 학생의 문제행동으로 인한 분리조치 및 그에 따른 교육활동이었고, 지속성과 반복성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국어 예문으로 사용된 문장과 ‘너’라고 반복 지칭했다는 이유로 미필적 정서학대의 고의성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것은 그 기준이 얼마나 모호하고 주관적인지를 반증하는 것이다. 이렇게 교사들이 이해 가능한 명시적 기준이 없는 정서적 아동학대는 교사의 교육활동을 처음부터 끝까지 위축시키고 우리 아이들이 훈육과 생활지도, 장애학생의 행동지원의 기회조차 박탈하게 될 것이다. 공교육 현장에 이러한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은 무엇보다 적절하게 교육받아야 하는 아동들 자신에게 너무 큰 손실이다.

아이가 평소와 다르다고 느낀 구체성 없는 부모의 주관적 견해와 수업 중 부적절한 발언만으로도 교사를 아동학대 ‘범죄자’로 만드는 것이 아동학대처벌법이 가진 또 하나의 거대한 문제점이다. 지난 공판에서 검찰은 특수교사에게 징역 10월을 구형하였다. 징역 10월은 마약 투약, 수 억원 대 사기 행각, 성매매 알선, 흉기를 휘두른 특수상해 범죄자 등에게 선고되는 형량이다. 과연 교사의 혼잣말이 이러한 규모에 비견되는 범죄 행위였는지 우리는 절실히 돌아볼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앞으로 모든 교사들은 자신의 모든 교육활동과 지도가 마약 투약과 특수폭행에 맞먹는 행위로 판단될 수 있다는 두려움을 떠안고 학생들 앞에 서서, 어떠한 빌미도 주지 않고 어떠한 꼬투리도 잡히지 않기 위해 학생과의 모든 상호작용을 최대한 피하고 학생 지도를 포기하며 학생의 어떠한 행동에도 침묵할 것이기 때문이다.
검찰 측의 구형은 앞으로 교사들에게 이렇게 행동해야 안전하게 자신을 지키며 무탈하게 교육활동을 할 수 있다고 등을 떠민 꼴이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피고 특수교사는 선고는 유예되었으나 죄는 인정되었고, 특수교사뿐 아니라 대한민국 모든 교사들은 이 판결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 

이러한 판결이 이루어진 것은 결정적으로 고소인 측의 불법 녹취 자료가 법적 증거로서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특수교사들은 무엇보다 이 점이 가장 개탄스럽다.
지난 1월 11일 대법원은 통신비밀보호법을 근거로 부모가 수업을 녹취한 자료를 증거로서 인정하지 않는다는 판결을 내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제의 판결에서는 ‘장애학생’이라는 이유로 위법성이 조각되었다.
특수교사가 장애이해교육을 할 때는 장애학생에서 ‘장애’가 아닌 ‘학생’만 보아 달라고 강조한다. 장애인은 나와 전혀 다르고 이해할 수 없는 타인이 아니라 똑같은 학생이고, 모든 교육활동에 배제하지 않고 한 명의 학생으로 존중하며 동등한 책무성을 갖고 교육해야 한다는 것이 장애이해교육을 포함하는 통합교육의 취지이며 목적이다.
그러나 어제의 판결은 장애아동을 정상성에서 배제하고 별개의 특별한 집단으로 분리해야 한다고 교육 현장에 권고하는 파장을 불러왔다. 이는 조금씩 나아가던 장애 인식과 통합교육을 한순간에 후퇴시키고, 특수교사와 일반교사들의 통합교육에 대한 의지를 꺾을 뿐만 아니라, 통합학급을 기피하게 만드는 사법부의 오판이다. 장애학생을 더 어렵고 더 까다로우며 더 위협적이고 우리 반 학생들과는 다른 논리가 적용되는 ‘별개의 존재’로서 인식하도록 하였기 때문이다.
이 판결은 ‘장애니까 그런가보다’라고 쉽게 말해왔던 대중의 오판에 무게추를 얹는 역할 역시 겸한다. 장애인은 폭력적이고, 성적으로 위험하며, 그것은 장애인이니까 어쩔 수 없고 바뀔 수 없는 결과라고 대중은 너무 쉽게 말해 왔다. 심지어 어제 고소인의 입에서조차 이 편견이 직접 재생산되었다. 그러나 특수교사는 장애학생이 사회에서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가도록 하기 위해 교육한다. 장애학생은 다른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교육되고 행동을 바꿀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법부의 이번 판단은, 장애인이 배움으로 자신을 완성시켜 나가는 존재가 아니라 ‘불법적인 자료로라도 옹호해야 할 만큼 일반인과는 다르고 예외적인 존재’로서 대중에게 인식되는 데에 한 몫을 더하였다. 
어제 고소인은 본인의 인터넷 생방송에서 분리조치의 원인이 된 자녀의 행동을 장애적 특징이라고 표현하였다. 우리는 감히 이것을 모든 장애인에 대한 모욕이며 호도라고 표현하고 싶다. 고소인은 본인이 ‘성적이거나 폭력적인 행동이 장애인의 특징이다’라고 대중 앞에 주장한 것과 다름없음을 깨닫기 바란다.

특수교사노조는 오늘의 이 판결에 대해 참담함을 금할 수 없으며, 특수교사뿐 아니라 전국의 모든 교사들이 이 판결로 인해 교육에 대한 의지를 상실하고 깊게 절망하였음을 천명한다. 학생은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고 더 나은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잃을 것이며, 수업은 학생의 성장을 도모하는 과정이 아니라 단지 기계적인 의례가 될 것이다. 인간과 인간의 ‘만남’에서 시작해야 하는 ‘교육’은 이제 이 땅에서 사라질 것이다.
이에, 특수교사노조는 교사의 교육활동을 위축시켜 학교 교육의 붕괴를 야기할 본 재판 결과를 규탄하고, 2심 재판부의 올바른 판결을 촉구한다.

 

2024년 2월 2일

전국특수교사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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