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책 소개]모정에 기댄 독박돌봄, 과연 정당한가_『사랑에 따라온 의혹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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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책 소개]모정에 기댄 독박돌봄, 과연 정당한가_『사랑에 따라온 의혹들』
  • 정은경 기자
  • 승인 2024.01.25 17:15
  • 수정 2024-01-25 17: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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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신성아
펴낸날: 2023년 12월 15일
펴낸곳: 마티

아이가 아프다. 아이를 돌보는 일은 누구의 몫인가. 대부분은 엄마다. 아이가 장애를 갖고 태어났다. 누가 돌볼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 역시 대부분 엄마다. ‘모정’이란 이름으로 사회는 아픈 아이나 불편한 아이의 돌봄을 온전히 엄마의 몫으로 돌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여기에 물음을던진 한 엄마가 있다. 등교를 준비하던 아이가 코피를 흘렸고, 멈추지 않았고, 더 상급병원으로 이동하다가 국립암센터에 도착해 악성질환 진단을 받는다. 불과 반나절 만 의 일이었다. 그날로부터 1년 6개월간 아이의 생명이 위태로운 극적 긴장 속에서 24시간 대체 없는 간호를 이어가야 했던 엄마는, 아이가 아프기 전에는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나름의 야무진 꿈도 꾸었던 ‘워킹맘’이었다. 그러나 청천벽력처럼 아이에게 내려진 ‘급성 림프모구성 백혈병’이란 진단은, 이유불문 아이의 전일, 전속 간병인으로 그녀의 위치를 바꾸어 놓았다.

아이와 함께 병원과 집을 전전하며, 그녀의 머리 속에 떠오른 수많은 의혹들을 그녀는 한 권의 책으로 정리해냈다. 아이를 사랑히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돌봄은 단순히 사랑의 문제가 아닌 것 같았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은 ‘사랑에 따라온 의혹들’이다.

왜 아픈 아이를, 아니 아픈 가족을 돌보는 일은 대부분 아니 온전히 가정에서, 그것도 엄마가 맡아야 하는가 하는 의혹에서 시작한, 딸아이의 입원실에서 떠오른 저자의 물음은 입원실을 벗어나 늘지 않는 의대 정원, 의대 입시에 투자되는 엄청난 자원과 그것의 비효율성, 지역 공공의료원 폐쇄 문제 등으로 뻗어나간다.

딸아이가 가엾은 엄마이고, 병원과 환자 사이에 크고 작은 결정을 해야 하는 보호자이며, 현 의료 시스템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민으로서 쓰인 이 책은 현실적인 간병과 돌봄의 문제를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저자 혼자만의 독백이 아니라 남편을 향해, 이웃을 향해, 시회를 향해 문을 열고 말을 거는 대화다. ‘워킹맘’이었던 저자가 딸의 ‘전속 돌봄인’이 되면서 던지는 의혹들 속에서 우린 어떤 통찰력을 얻을 수 있을지 자못 진지해져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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