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만난 사람]“장애인일자리 사업을 평생의 업으로 알고 살았습니다”_황보익 서울시장애인일자리통합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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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만난 사람]“장애인일자리 사업을 평생의 업으로 알고 살았습니다”_황보익 서울시장애인일자리통합지원센터장
  • 정은경 기자
  • 승인 2024.01.25 09:57
  • 수정 2024-01-25 09:5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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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처음 본 것은 2년여 전이었다. 그때 건네받은 명함에 적힌 그의 직함은 ‘서울장애인근로자지원센터 센터장’이었다. 그리고 작년 중반쯤이었나, 한 통의 전화가 왔다. “황보익입니다. 제가 근무지를 ‘서울시장애인일자리통합지원센터’로 옮겼습니다.” 전화를 끊고 ‘뭐가 다르지?’ 하는 생각을 했다. 그의 전·현직 근무지의 차이가 모호했다. 대학 졸업 후 첫 직장이었던 한국장애인재활협회부터 몇 년 전까지 그의 평생직장이나 다름없던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하 공단)까지, 그리고 지금까지 근 40년 가까이 장애인 일자리 분야에서만 일해온 ‘장애인 일자리 통(通)’ 황보익 센터장을 만나 두 기관의 차이점, 왜 필요한가, 그리고 지금 여기의 장애인 일자리 이슈가 무엇인지를 들어보았다.

“저요? 적극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입니다. 그리고 일을 추진하는 데 빠르게 결정하고 힘차게 밀고 나가는 편이지요. 비교적 상대방을 편하게 해주는 면도 있지만 가끔은 너무 까탈스럽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해요. 그리고 사람을 좋아하고 유머를 좋아합니다. 아재개그를 특히 좋아해요. 모임에서 분위기를 이끄는 성격이라고나 할까요?”

자신이 생각하는 ‘인간 황보익은 어떤 사람인가’에 대한 답이다. 이 답을 하기 위해 황보익 센터장은 전날 밤 생각이 많았다고 한다. 자신을 소개한다는 일이, 그것도 이력서에 적어 넣는 팩트가 아닌, 주관을 지닌 인간으로서의 자신을 소개하는 일은 육십 중반에 이른 ‘어른’에게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고 한다.

그런데, 황보익 센터장은 어느 정도 자기 객관화에 성공한 듯하다. 주변의 평가나, 한 시간 반 남짓의 인터뷰 동안 보여준 그의 모습은 스스로 소개한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인터뷰하는 내내 그의 화법은 거침이 없었다. 망설이지 않고 단호하고, 확신에 차 있되 엄격하지는 않았다. 부드럽지만 단호한 어법에 흔히 ‘웃상’이라고 할 정도로 미소를 잃지 않는 얼굴, 상대편에 대한 배려가 몸에 밴 듯한 태도. ‘어른’의 품격이랄까, ‘선배’의 관록이랄까, 이런 것들이 느껴지는 분위기였다.

 

서울장애인근로자지원센터 vs 서울시장애인일자리통합지원센터

 

인터뷰의 시작은 아무래도 그의 전직(轉職)이다. 2년여 만에 직장을 옮겼다고는 하나 모르는 사람이 보면 거기가 거기 같은 명칭을 단 두 기관의 차이점부터 알아보자.

“하하하, 아예 다른 성격의 기관이라고는 할 수 없죠. 이렇게 생각하면 이해가 쉽습니다. 전에 있던 서울장애인근로자지원센터는 고용 후, 즉 장애인이 취업을 한 후에 생기는 각종 애로를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관이고, 지금 여기(서울시장애인일자리통합지원센터, 이하 서울통합센터)는 일을 하고자 하는 장애인이 일자리를 얻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도와주고 고용 연계까지 해주는 기관이죠. 그리고 설립 주체가 명확하게 다릅니다. 장애인근로자지원센터는 공단이 설립 주체이지만 서울통합센터는 서울시 조례에 근거해 설립된 서울시 산하기관이에요.”

다시 말해서 장애인근로자지원센터는 중앙정부(고용노동부) 예산으로 운영되는 곳이고, 서울통합센터는 서울시 예산으로 운영되는 곳이다. 그래서 장애인근로자지원센터는 서울, 부산, 광주, 대구, 대전, 경기의 여섯 곳에 설치되어 있다. 그러나 장애인일자리통합센터는 서울 외 부산만이 자체 조례를 제정, 운영하고 있다.

설립 주체는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로 서로 다르지만, 실질적인 운영 주체는 다르지 않다. 두 기관 모두 민간단체가 수탁해 운영하는데, 그 운영법인이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이기 때문이다.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는 장애인이 직업생활을 통해 완전한 사회 참여와 자립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지속 가능한 장애인 고용을 위해 전 국민의 관심을 유도함으로써 ‘일을 통해 함께 잘 사는 사회’ 실현을 위해 설립된 사단법인이다. 지방 장애인기능경기대회, 직장 내 장애인식개선사업, 중증장애인직업재활지원사업 등 장애인 일자리를 위한 각종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2022년 말, 장애인근로자센터 임기 말이었는데, 마침 서울통합센터의 위탁 법인 공모 공고가 났어요. 법인(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에서 공모에 응하기로 하면서 프레젠테이션 준비부터 함께했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제가 센터장으로 낙점이 됐던 것 같아요. 하긴 제가 평생 해온 일이 장애인 일자리이니, 법인으로서나 서울시로서나 저만큼 안성맞춤인 사람이 없었겠죠.”

 

내부 조직에는 활기를

취업 관련 기관과는 협력을

 

‘자의 반 타의 반’ 서울통합센터 센터장으로 부임한 것이 지난해 초, 딱 1년 전의 일이다. 취임식도 없이(“건물관리직까지 스물세 명 조직에서 취임식은 무슨 취임식이랍니까?”라고 황 센터장은 말했다.) 일을 시작한 그가 가장 먼저 주력한 일은 ‘조직의 정비’다.

“센터에 와서 보니 직원들 대다수가 30대더라고요. 활력은 있으나 경험이 부족하고 문제에 부딪히면 적당한 솔루션을 제시할 사람이 없는 거죠. 그래서 우선 인재를 영입했습니다. 이전 기관에서부터 함께 일해 온 문회원 사무국장을 영입했죠. 그리고 운영팀(빌딩의 관리 및 총무업무 담당)을 제외하고 모두 취업 알선에만 매달려 있던 3개 팀에 각각 본연의 업무를 부과해 전문성과 효율성을 높였습니다.”

이렇게 해서 정비된 조직이 지금의 사무국장을 중심으로 한 4팀 체제이다. 각각의 팀에는 고유의 업무가 주어졌다. 기획홍보팀에서는 센터 사업 방향 설정 및 계획안 수립, 지역사회의 네트워크 방안 수립, 센터 홍보전략 수립의 업무를, 취업지원팀에서는 장애인 구직자 상담, 직업 평가, 취업 및 적응 지도, 사업체 개발 등의 취업지원사업 업무를, 특화사업팀에서는 서울통합센터만의 특화사업 진행과 자치구와의 협력사업, 교육훈련사업, 지원금 지원사업을 진행한다. 여기에 서울통합센터가 들어 있는 서울시행복플러스센터의 시설 관리, 경비 및 보완, 환경미화 등과 함께 회계를 맡는 운영지원팀이 있다. 이렇게 4개 팀이 수레의 네 바퀴처럼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굴러갈 수 있게 핸들을 잡은 사람이 황보익 센터장인 셈이다.

▲서울시장애인일자리통합지원센터 직원들

그리고 또 한 가지 황 센터장이 센터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애쓴 것이 내부고객인 직원들의 처우다.

“서울통합센터 경력은 다른 사회복지시설에서는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승진 정원(TO)도 없고요. 이래서야 젊은 사람들이 무슨 신이 나서 일하겠어요? 억지로 하는 일과 신바람이 나서 하는 일은 다르죠, 그래서 서울시에 사회복지시설 경력 인정 80%와 단 한두 명이라도 승진 티오를 달라고 요구해 관철시켰습니다.”

내부 정비를 마치고 둘러보니 서울통합센터는 ‘통합’ 센터가 아니라 외로운 섬 같더라는 게 황 센터장의 소감이다. “통합이라는 건 관련된 모든 부분을 연결해서 시너지를 낸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와서 보니 서울시 25개 자치구의 장애인고용담당과의 연계는커녕 제대로 소통도 되지 않고 있었습니다. 자치구뿐만이겠습니까? 장애인고용공단, 장애인근로자지원세터, 복지관 등 고용 부문의 일을 하고 있는 곳과는 모두 연계해 하나로 모아 고용에 관한 한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것이 우리 서울통합센터의 존재 이유 아니겠어요?”

일단 자치구 고용담당자와의 소통 창구라도 열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직원들을 구청으로 보냈다. “가서 그쪽의 요구가 무엇인지 알아 오라.”는 게 황 센터장의 주문. 니즈를 알고 거기에 부응하는 일자리를 개발하고 연계하자는 생각이었다. 틈만 나면, 아니 틈을 내서 일 년 동안 서울시 25개 자치구를 드나든 결과, 올해 작은 시도를 하나 할 수 있게 됐다. 2024년 진행할 특화사업 중 가장 신경을 쓰고 있는 ‘정신장애인 취업 현장 복귀 프로젝트’다.

 

정신장애인 사회복귀 프로젝트 진행

장애인일자리 통합 플랫폼 구축 목표

 

“사실 제가 처음 장애인 일자리 업무를 할 때는 장애인 일자리를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였습니다. 특히 발달장애인의 일자리는 눈 씻고 찾아봐도 없었죠. 그러나 지난 30여 년간 그야말로 피나는 눈물과 싸움 덕분에 발달장애인에 대한 인식도 많이 좋아지고 덕분에 일자리도 (지금도 턱없이 부족하지만) 예전에 비해서는 많아졌죠. 그런데 또 다른 일자리 찾기 힘든 장애유형이 대두했어요. 바로 정신장애인이죠. 사회에 만연한 정신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그들 장애의 특성(꾸준한 약물치료 필요) 때문에 정신장애인 일자리 문제는 시급히 해결할 문제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정신장애인의 일자리 개발(또는 사회복귀)은 황보익 센터장이 진단하는 오늘날 장애인 일자리의 가장 시급한 이슈다. 그런데 마침 강동구에서 정신장애인의 구직을 의뢰해 왔고, 이에 서울통합센터는 강동구에 있는 정신장애인사회복귀시설, 장애인근로자지원센터와 손잡고 구직을 원하는 정신장애인을 일자리 현장에 복귀시키는 프로젝트를 올해 본격적으로 진행한다. 지역사회 연계(강동구-서울통합센터-정신장애인복귀시설-장애인근로자지원센터)를 통한 장애인 고용이라는 통합센터의 존재 이유를 가장 명확히 보여주는 사업이라 “단 한 명이 되더라도 성공적으로 사회에 복귀시켰으면 좋겠다.”는 게 황 센터장의 바람이다. 그리고 이 한 명을 발판 삼아 사회에 정신장애인의 일자리 문제, 사회복귀 이슈를 환기시킬 수 있으면 더욱 바람직한 일이라는 게 그의 소신이다.

새해 벽두부터 긴 인터뷰 질문지를 받고 황보익 센터장은 “지난 밤 긴 생각에 잠겼었다.”고 한다.

“그간 제가 장애인 고용이란 부문에 처음 몸을 담게 된 것은 ‘어쩌다’였다고 생각했습니다. 대학 졸업 즈음 우연히 선배의 주선으로 장애인재활협회 공채에 원서를 내게 된 일(장애인재활협회에서는 7년을 근무했다), 이후 장애인고용공단에서의 29년, 그리고 정년퇴임 후 법인의 부름 등이 모두 타이밍이 절묘하게 잘 맞아 떨어진 행운이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어젯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신께서 제게 주신 ‘사명’이었던 것 같아요.”

신실한 기독교인이기도 한 황보익 센터장은 자신의 마지막 사명이 ‘서울시 장애인일자리 통합플랫폼’을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부임하고 얼마 안 돼 부산시장애인일자리통합지원센터를 방문했었습니다. 사실 부산이 서울보다 늦게 장애인일자리통합지원센터를 설립했는데, 거기는 벌써 각 기초자치단체는 물론 장애인고용공단, 복지관, 구인 기업까지 아우른 장애인일자리정보망(플랫폼)을 갖추었더라고요. 이곳에서 일자리 통합정보부터 개인별 직업 이력 관리, 맞춤형 취업 서비스까지를 원스톱으로 해결할 수 있죠. 부러웠습니다. 그리고 이게 내가 장애인 일자리 현장에서 마지막으로 해야 할 일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탁경영인 만큼 계약기간 동안 목표를 이뤄내야 하는 압박은 있지만 ‘통합’이란 이름값을 할 수 있도록 서울통합센터를 자리매김하겠다는 황보익 센터장의 의지는 굳다. 이 일을 마치면 작은 카페를 열어 직접 커피를 내리고, 통기타를 치면서 정다운 이들과 삶의 여유를 나누며 ‘즐겁고 행복하게’ 사는 게 그의 로망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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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 2024-01-25 10:11:25
멋지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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