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성마비 응시자, 3년 연속 필기 합격해도 언어장애로 탈락…“불합격 취소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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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성마비 응시자, 3년 연속 필기 합격해도 언어장애로 탈락…“불합격 취소하라”
  • 이재상 기자
  • 승인 2024.01.12 09:49
  • 수정 2024-01-12 16: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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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정법원 “법원행정처,
면접시험서 언어장애 관련
편의제공 기준 등 제대로
공고하지 않아 ··· 중대한
절차적 위법 있다” 판결
▲ 서울행정법원 전경(사진=서울행정법원)

뇌성마비 장애인이 법원직 공무원 필기시험은 3년 연속 합격했지만 면접 과정에서 언어장애와 관련 적절한 편의지원을 받지 못하고 차별적 질문을 받았다면, 불합격 처분을 취소해야 한다는 1심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는 1월 11일 박 모 씨가 법원행정처장과 국가를 상대로 낸 ‘불합격 처분 취소소송’에서 “불합격 처분을 취소하고 500만 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뇌성마비로 지체장애(양손장애)와 언어장애가 있는 박 씨는 '2022년도 법원사무직렬 9급 공개경쟁채용시험 장애인 구분모집'에 지원해 필기시험에서 합격했다. 당시 장애인구분모집 필기시험 합격자는 선발 예정 인원 28명보다 훨씬 적은 4명이었으며 박 씨는 합격선보다 훨씬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이후 일반・심층면접시험에서 불합격했다.

박 씨 측은 법원행정처가 필기시험에 대한 편의지원 종류만 안내했을 뿐, 언어장애를 가진 사람에 대한 면접시험 편의지원은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 면접관으로부터 “발음이 좋지 않은데 일을 할 수 있느냐”, “자기소개서에 조음장애란 단어가 있는데 무슨 뜻인가”라는 질문을 받는 등 장애 차별적 질문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박 씨는 법대 졸업 후 13년째 ‘법원사무직렬 9급 공개경쟁채용시험’에 도전했다. 그는 2020년부터 2021년, 2022년 3년 동안 법원사무직렬 공무원 시험에서 필기시험은 합격했으나 면접 과정에서 번번이 최종 불합격처분을 받았다.

이에 박 씨는 “장애인에 대한 차별행위를 판단하고 엄중한 기준을 제시해야 하는 법원이 정면으로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위반하고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 법원은 법원행정처가 편의제공 기준 등 공고를 충분하게 하지 않아 장애인에게 불리한 결과를 초래했다면 ‘장애인차별금지법’에 위반한 것으로써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법원행정처는 면접시험에서 언어장애와 관련해 편의제공 기준 등을 제대로 공고하지 않았고, 면접위원에게 사전고지 등 정당한 편의제공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며 “중대한 절차적 위법이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편의지원 제공 기준도 함께 공고하기는 했으나, 언어장애에 대한 편의 제공이 가능한지 여부가 언뜻 명확하지 않다.”며 “원고는 편의제공 사항과 기준 등을 제대로 모르는 상태에서 면접시험에 응시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또 “면접위원이 원고의 발음을 지적하거나 의사소통에 문제가 발생해 원고로서는 위축된 상태로 시험에 응시할 수밖에 없었다.”며 “원고가 비장애인 응시자와 동등하게 면접에 참여할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 이유를 밝혔다.

이번 소송을 맡은 ‘희망을 만드는 법’ 최현정 변호사는 “뒤늦게라도 법원이 이런 잘못을 인정하고 시정하는 것으로 의미 있다>”며 “법원행정처는 항소로 원고의 고통을 무겁게 하지 말고 재면접 시험을 진행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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