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특집/휠체어 타고 방방곡곡] 하늘을 날고 싶은 인간의 꿈이 거기 있다_서울 국립항공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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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특집/휠체어 타고 방방곡곡] 하늘을 날고 싶은 인간의 꿈이 거기 있다_서울 국립항공박물관
  • 편집부
  • 승인 2024.01.12 14:00
  • 수정 2024-01-12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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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강을 건너고 있다. 기후변화로 지구의 속내를 알 수 없지만 겨울의 심장을 지나는데도 널을 뛴다. 가난한 사람에게는 추운 것보다 따스한 계절이 살기에 좋지만 지구의 생태계가 인간에게만 맞출 수 없는지라 자연이 순환하는 대로 적응하며 살아내야 한다. 찬바람을 온몸으로 맞아야 하는 휠체어를 타는 나도 온화한 날씨가 그립다. 미세먼지가 걷힌 겨울 하늘은 온통 파랗고 새들이 자유롭게 날고 있다. 저 새들은 어디로 가는 걸까. 휠체어 타고 자유롭게 하늘을 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늘을 나는 꿈을 꾸면서 서울 김포공항 옆에 있는 국립항공박물관으로 무장애 여행을 떠났다.
전윤선/무장애 여행 칼럼니스트

국립항공박물관은 실내 여행지라 춥지도 않고 수도권에 있는 곳이어서 당일로 여행하기 좋은 곳이다. 게다가 김포공항 바로 옆에 있어 대중교통으로도 가기 편리하다. 국립항공박물관에서는 과거와 현재 미래까지 항공에 관한 모든 것을 다 둘러볼 수 있다. 편의시설도 워낙 좋아서 휠체어 사용인 등 관광 취약계층도 편하게 박물관을 둘러볼 수 있다.

국립항공박물관은 2020년 문을 연 공공 박물관이다. 항공문화 유산 발굴을 통한 항공문화 대중화와 인식을 높이고, 항공산업 가치 창출로 국가의 미래를 열어가는 것을 미션으로 한다. 지하 1층 지상 4층의 규모다. 1층부터 3층까지 각각 항공 역사, 항공산업, 항공 생활을 주제로 하는 상설전시관이 들어서 있으며, 1층에는 레스토랑, 카페, 기념품점 등의 편의시설이, 2층에는 각종 체험시설이, 3층에는 체험시설과 항공도서관, 옥상정원이, 4층에는 카페와 전망대가 있다.

1층 로비에 들어서면 1~2층에 전시된 각 항공사의 항공기가 눈길을 끈다. 항공기들을 한눈에 관람하며 올라갈 수 있다. 또한 중앙홀은 최상부까지 탁 트여 있어 자연채광이 가능하다. 4층의 전망대에서는 김포공항 활주로에 이착륙하는 항공기를 볼 수 있다.

 

▲ ‘가장 높은 꿈을 가장 가깝게 만나는 곳’ 국립항공박물관 전경. 2021년 한국건축문화대상을 수상했다.

 

‘다빈치’에서 ‘라이트형제’까지,

‘연’에서 ‘비거’까지 하늘을 날고

싶다는 인간의 꿈과 도전을 담다

옛사람들은 하늘은 신성한 신들의 공간이고 인간에게는 간절한 염원의 공간이라고 생각했다. 하늘을 추앙했던 인간이 신에게 더 가까이 가고자 하늘을 향해 날갯짓을 하기 시작했다. 새들처럼 자유롭게 날고 싶은 욕구는 누구나 한 번쯤은 생각해 봤을 거다. 나도 새처럼 자유롭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국립항공박물관이 궁금해졌다. 하늘을 날고 싶다는 인간의 욕망은 끝내 비행기란 것을 발명해냈다. 그리고 마침내 하늘을 날기 시작해서 지구촌 곳곳을 날아다니고 우주까지 오가게 됐다. 국립항공박물관에는 인간의 꿈이 현실이 된 전시물로 가득하다.

인간이 언제부터 하늘을 나는 꿈을 꾸게 됐는지 궁금했다. 인간이 최초로 하늘에 띄운 것은 연이었다. 연은 새가 하늘을 나는 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르지만 바람을 이용해서 물체를 하늘 높이 띄우는 것에서 비행의 기본적인 원리를 알게 됐다.

하늘을 날아보겠다는 욕망은 동서양을 가리지 않았다. 동서양 모두 15~16세기를 지나면서 과학적인 분석을 통해 ‘날 것’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서양에서는 15세기 르네상스 시대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새를 직접 해부해서 날갯짓 운동 구조를 파악했고 사람도 날갯짓 운동을 한다면 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조선 시대에도 ‘정평구’라는 사람이 하늘을 나는 ‘비거(飛車)’를 만들었다. 임진왜란 당시 진주성이 포위된 소식을 외부로 전달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 하늘을 나는 수레 ‘비거’였다. 기록에 따르면 ‘비거’는 큰 날개를 바탕으로 바람을 이용했고 사람이 탈 수 있는 공간이 충분했다고 한다. 이처럼 하늘을 날고 싶어 하는 인간의 꿈은 ‘공상’에서 ‘기술’로 발전해 본격적으로 하늘을 날 수 있게 됐다.

본격적으로 비행하기 시작한 것은 ‘항공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조지 케일리 경(Sir George Cayley)이다. 조지 케일리 경은 영국인으로 비행체에 작용하는 힘을, 뜨는 힘과 앞으로 나가는 힘으로 분리하는 생각을 한 최초의 인물이다. 이 생각을 바탕으로 그는 고정 날개 형태를 디자인한 후에는 수평 꼬리 날개와 수직 꼬리 날개가 있는 간단한 글라이더를 개발했다.

조지 케일리 경은 추진력, 공기 역할, 안정성과 구조 등을 비행의 네 가지 핵심 요소로 제시했고, 3겹에 고정 날개를 단 라이더인 ‘올드 플라이어’에 소년을 태워서 비행하는 데 성공하면서 그의 항공 이론으로 고정 날개를 가진 비행 장치가 개발됐다. 당시만 해도 어마어마한 항공기술의 진보였다. 케일리 이후 항공기술 발달은 급진전해 마침내 라이트 형제에 이르러 ‘사람이 조종 가능한 동력 기계장치’를 타고 최초로 하늘을 날았다.

▲ ‘하늘’과 ‘항공기’를 콘셉트로 지어진 국립항공박물관의 이모저모. 왼쪽부터 에어터빈을 형상화한 외관, 에어터빈 내부를 형상화한 아트리움, 각사의 항공기를 전시한 에어쇼 및 에어워크

 

항공의 역사, 산업, 생활이 한눈에

1, 2층에 걸쳐 전시된 항공기 눈길

 

국립항공박물관은 아이들과 함께 가면 좋은 전시를 볼 수 있다. 전시관 접근성이 워낙 좋아 누구나 이용하는 데 불편 없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게다가 아이들은 항공기 모형에 푹 빠져 자리를 뜨기가 버거울 정도다.

1층에서는 신화의 하늘을 인간의 하늘로 만든 항공사의 발전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이 전시를 둘러보면 인간의 도전정신이 얼마나 큰 힘인지를 느끼게 된다. 제1차 세계대전 이전까지 비행기는 도전정신을 표현하는 하나의 신문물에 불과했다. 그러나 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 비행기는 실전에 투입돼 아주 큰 역할을 했다. 전쟁에서 비행기를 이용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길어진 대포의 사정거리를 피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후 폭격기를 격추하기 위해서 전투기가 출현했고 전투기끼리 싸우는 공중전이 시작됐다.

하늘을 향한 인간의 꿈을 위해 발명됐지만 인간을 죽이는 전쟁에 쓰인 건 안타까운 일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전쟁을 계기로 각국의 비행 산업과 과학기술은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게 됐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비행기 개발 국가들 대부분이 오늘날까지도 항공산업을 주도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항공과 과학의 선구자가 있다. 임시정부의 항공 독립운동가가 대한민국의 하늘을 열었다. 임시정부 역시 일본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다. 작은 전력으로도 일본에 큰 피해를 주기 위해 비행대를 창설했던 것. 비행기 구매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서 당시 군무총장(현 국방부장관) ‘노백린’을 미국에 급파하고 조종사를 양성하기 위해서 중국 국민당 정부가 설립한 윈난육군항공학교에 권기옥, 이영무, 장지일, 이춘 등 네 명의 청년을 보냈다.

빼앗긴 나라를 위해서 희생한 분들이 있었기에 국내 항공산업도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 놀라운 건 노백린은 미국 캘리포니아에 도착했을 때 이미 조종 기술을 배우고 있는 한인 청년들이 있었던 것이다. 이를 본 노백린은 임시정부에 연락해 미국에 비행학교를 설립하는 것으로 방문 목적을 변경했다. 하지만 비행학교 설립에 드는 막대한 자금이 걱정이었다. 이 자금은 김종림이라는 한인 청년에 의해서 해결됐다. 김종림은 캘리포니아에서 쌀을 재배해 판매하는 농민이었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군량미로 유럽에 수출해 큰 부자가 됐다. 당시 김종림의 별명은 ‘백미대왕’이라고 불렸다. 덕분에 1920년 2월 20일 대한민국 최초의 비행학교인 ‘대한민국 임시정부 한인비행학교’가 설립됐다. 아픈 역사를 반면교사 삼아 지금의 대한민국 항공기술이 발달해 왔다.

▲ 일제강점기 시기에 배출된 우리나라 최초의 조종사들

 

다양한 체험으로 교육효과도 굿

소소한 재미 주는 기획전시

2층에도 전시실과 비행과 관련된 체험실이 있다. 블랙이글스 에어쇼 조종석에 직접 타볼 수 있는 탑승체험(블랙이글스탑승체험, 신장 130센티미터 이상)과 조종사와 관제사가 하는 일을 직접 해 볼 수 있는 직업체험인 조종관제 체험(초등 5학년 이상), 항공기내 안전교육, 비상탈출훈련 체험 등 승무원 직업을 체험할 수 있는 기내훈련 체험(초등 1학년 이상), 항공레저스포츠의 기본지식 및 안전수칙을 교육하고, VR·시뮬레이터 등 첨단장비를 활용해 경량항공기 시뮬레이터, 패러글라이딩, 행글라이딩, 드론 레이싱 등을 체험할 수 있는 항공레포츠 체험(신장 140센티미터 이상)까지 다양한 체험이 마련돼 있다.

상설전시 외에도 재미있는 기획전시도 이루어지고 있다. 지금은 2023년 11월에 시작한 ‘하늘 위 기내식 이야기’란 기획전시가 1층 로비에서 진행되고 있다. 기내식을 준비하는 데 필요한 장비와 그 역할, 다양한 항공사들의 메뉴판이 전시돼 소소한 재미를 주고 있다. ‘하늘 위 기내식 이야기’ 전은 2월 29일까지 계속된다.

하늘을 나는 인간의 꿈이 현실이 되긴 했지만 휠체어도 하늘을 날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건기가 지속되는 겨울, 야외활동의 제약으로 햇볕 샤워가 필요하지만 겨울은 역시 겨울이다. 몸도 마음에도 광합성이 필요할 때 정서적인 탈진이 오기 쉽다. 탈진한 정서를 회복하는 데는 겨울 여행이 제격이다. 여행은 바싹 마른 마음의 연금이다.

▲ 4층에 위치한 옥상 전망대는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배리어프리 시설이다. 옥상 전망대 전용 엘리베이터(사진 왼쪽)와 옥상 및 야외 데크에 설치된 휠체어 리프트

무장애 여행정보

◆ 가는 길

* 지하철 이용 시: 5호선・9호선・공항철도・김포골드・대곡소사선 ’김포공항역‘ 하차

→ 김포공항 국내선 1층 ‘국립항공박물관’ 안내표지를 따라 제2주차장 방면 게이트로 나와서 직진, 박물관까지 약 400미터 또는, 국내선 1층 게이트4를 나와서 셔틀버스(공항순환버스) 이용

* 버스 이용 시:

-3번・12번・50번・50-1번 ‘김포세관·국립항공박물관’ 하차/71번・651번・6632번/6642번 ‘공항동천주교회’ 하차

→ ‘김포공항’ 방향 도보 300M

-22번・71번・601번・605번・651번・6629번・6632번 ‘김포공항 국내선’ 하차

-좌석버스 인천행 300번・78번・66번 ‘김포공항 국내선’ 하차

-좌석버스 일산행 60-5번/강화행 150번・56번・85번 ‘김포공항 국내선’ 하차

→ 김포공항 국내선 1층 ‘국립항공박물관’ 안내표지를 따라 제2주차장 방면 게이트로 나와서 박물관까지 약 400미터 또는 국내선 1층 게이트4에서 셔틀버스(공항순환버스, 노란색) 이용

* 자가용 이용시: 내비게이션 목적지 ‘국립항공박물관’으로 설정

▲ 한국전쟁 때 쓰인 최초의 제트기 공중전투기

 

◆ 접근 가능한 화장실

박물관 내 다수

 

◆ 접근 가능한 식당

- 박물관 1층 푸드코트

- 김포공항 내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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