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칼럼] 장애인복지의 전환점에 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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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칼럼] 장애인복지의 전환점에 서다
  • 편집부
  • 승인 2024.01.12 09:00
  • 수정 2024-01-11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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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호/인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일반적으로 사회복지는 인간 존엄성이라는 가치를 기반으로 하여 사회적 욕구나 사회적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만족스럽고 행복한 상태를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사회사업 단계에서는 개별적이고, 종교적이고 민간 중심으로 전개되어 왔다면, 복지국가 단계에서는 제도적, 보편적 복지로 전개되어 왔다. 그러나 최근의 사회복지는 인권운동의 국제화와 지속가능발전 개념을 통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특히 국제사회복지협의회는 사회복지를 인권 개념을 기반으로 재정의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국제적 규준의 제정과 국제적 노력을 강조하고 있다.

인권 중심의 사회복지가 갖는 특징은 사회복지의 과제인 사회적 욕구나 사회문제를 보는 관점의 변화에서 나타난다. 기존의 관점은 사회적 문제에 접하고 있는 사람들 혹은 사회적 약자를 보면서 그들이 사회적 문제로부터 겪고 있는 욕구를 찾아내고 그러한 욕구를 충족시킨다는 피상적 관점에 따랐다. 그러나 인권 중심의 사회복지는 욕구의 이면 혹은 욕구의 기저에 깔려 있는 대상자들의 권리, 즉 인권을 중점적으로 살펴본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러한 개인의 인권이 침해되는 것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구조적 문제나 사회 운영의 결과에 따르는 역기능으로 본다. 욕구가 충족되면 권리실현이 되었다고 보는 결과적 관점보다는 욕구충족 과정에서 대상자의 권리를 보다 강조하고 있다. 대상자의 사회적 욕구 충족을 시혜적 관점에서 보지 않고 동등한 인간관계로 보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사회복지의 시대적 인식 전환에 우리나라도 예외일 수는 없다. 40여 년간 우리나라 장애인복지의 근간이던 장애인복지법의 일대 전환을 가져올 장애인권리보장법의 제정이 초미의 관심거리가 되고 있다. 현행 장애인복지법 제4조 1항에 의하면 “장애인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존중받으며 이에 상응하는 처우를 받는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장애인권리보장법은 이러한 처우가 지금까지의 장애인복지법에서는 시혜적이거나 정책적 차원의 대상자로 인식되었던 관점을 바꾼다, 장애인이 수동적으로 서비스를 제공받는다는 입장이 아니라 자신을 서비스의 주체로 인식하는 기본적인 인식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장애인이 천부적 권리로서 인권을 실현하기 위해 자신의 욕구를 스스로 진단하고 개별적으로 자신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제공받을 수 있도록 전체적인 인식과 운영시스템을 개선하려는 것이다. 이와 연관되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장애인복지법 개정안의 내용을 보면, 앞으로 장애의 판정 방식과 전달체계 등 장애인복지 실천의 방법도 본질적인 변화를 가져와 장애인의 주체성과 개별성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방자치단체의 장애인복지에서의 역할도 중요해져 지방자치단체별로 장애인 권리의 종류와 범위는 물론 권리의 보장과 실현 방법에 대해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를 통해 개별적으로 규정하고 실천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로 채택되어 추진 중인 장애인개인예산제도 한 역할을 감당할 것으로 보인다. 개인예산제는 사회 서비스를 제공함에 있어 개별적으로 평가한 이용자 욕구에 기초하여 예산 할당을 스스로 수립하고 수립된 계획에 따라 집행함으로써 이용자의 욕구 다양성을 반영할 뿐만 아니라 재원의 효율적 집행을 의도하고 있다, 개인예산제가 적용 가능한 사회 서비스는 이용자 지원 방식의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장애아동에 대한 발달재활서비스 등 지금까지 바우처 사업으로 운영되던 많은 서비스들이 포함될 것이다. 그러나 개인예산제 시행에는 우려되는 면이 많아 현장에서는 유보하자는 의견이 나올 정도이다. 무엇보다 예산의 총량을 늘리지 않으면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려우며, 서비스 제공에 있어 특정 장애인인 시각장애인, 혹은 소수 장애인의 요구가 반영되기 어렵다는 점 등이다,

이렇듯 장애인복지의 인식 전환과 운영시스템의 본질적인 변화에 직면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일반시민과 장애인 당사자의 인식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장애인 인권에서 비롯된 서비스의 제공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라는 점을 명백히 인식해야 하며, 따라서 재정 등 한계가 있을 때에는 당자자의 이해를 구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또한 장애인 당사자들도 장애인복지의 주체가 장애인 자신이라는 생각에서 판단하고 책임성 있는 실천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인권을 기반으로 한 장애인복지의 커다란 변화에 현명하게 대처하는 한 해가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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