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학생으로서 장애인에게 필요한 교육과 학교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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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학생으로서 장애인에게 필요한 교육과 학교는 무엇인가?
  • 편집부
  • 승인 2024.01.12 09:05
  • 수정 2024-01-11 16: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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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수/장애인학생지원네트워크 대표

작년처럼 대중적으로 장애인 학생의 통합교육이 사회적으로 크게 논의된 적은 일찍이 없었다.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이제 장애인은 어쨌거나 존재하는 학생으로 각인됐다. 그리고 그것이 혐오이든, 배제이든, 학대이든 우리 사회 각자의 장애인 학생을 대하는 방식을 모두 적나라하게 목격했다. 전문가라는 특수교사들도 자신의 유불리에 따라 얼마든지 장애인 학생들의 행동 특성을 혐오와 차별로 공격할 수 있으며 장애인을 양육하는 부모들도 얼마든지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통합교육을 반대하거나 장애인 당사자의 자기 결정권은 무시한 채로 감정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것도 알았다. 여전히 우리 사회와 언론들은 장애인 교육을 장애가 있는 다양한 학생을 위한 교육이 아니라 이미 현대에 와서는 언급조차 조심스러운 아동학대적인 특수교육을 자행했던 100년 전 설리번 선생을 마치 지금의 좋은 특수교사 모델로 제시한 것에 한치의 부끄러움조차 인지하지 못한다.

장애인 당사자 ‘학생’의 입장에서는 물리적으로 통합교육이든 분리교육이든 질 높은 교육을 잘 받아서 사회화가 잘 돼 사회참여에 성공하면 되는 것이고 특수학교이든 특수학급이든 학생에게 안전과 존중과 즐거움을 주면 좋은 공간인 것이고 그 방법이 특수교육이든 일반 교육이든, 특수교사이든 통합교사이든 학생에게 교육적으로 전문적으로 성공하면 좋은 것인데, 교육 제공자의 전문 영역 다툼이 차별의 근거가 되어 버렸고 국가의 지원을 위한 정책 대상자인 ‘특수교육대상자’로 낙인돼 버렸다. OECD의 가입으로 한국의 장애인 교육은 통합교육에 대한 국제 기준을 따르고 유엔(UN)의 장애인권리협약에도 참여함으로써, 관련 예산과 제도는 비약적으로 개선됐으나 장애인의 통합교육을 통해서 장애인의 사회 통합을 만들고자 하는 사회 정책과 사회 구성의 인식 변화의 효과를 보기도 전에 증오범죄와 혐오범죄의 전면 창궐을 직면하게 됐다. 이제까지의 ‘통합교육’의 논의를 제 나름대로 정리하면, 통합교육을 누가 하느냐는 자칫 장애인 학생을 누가 맡느냐 식의 책임 전가로 논의되면 안 된다. 모든 교사는 통합교육에 대하여 책임과 권한이 있고 문제는 통합교육에서 구성원들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 하는 광범위한 논의가 필요하다. 통합교육을 통한 사회 통합의 실현 또는 사회 통합을 재생산하기 위한 통합교육을 위한 ‘특수’교육에 대한 사회적 문화적 정치적 낙인과 혐오, 차별을 어떻게 제거해 학생을 포함하여 관계 구성원들의 사회적 문화적 정치적 자존감을 어떻게 높일 것인가? 특수교사의 처우 개선이나 임금 보상 등은 통합교육을 위한 ‘필요조건’이긴 하나, 특수교사의 노동권을 위해 통합교육을 하는 것은 아니므로 처우 개선과 임금 보상 등은 그들의 ‘노동권’으로 다른 장에서 이야기하는 것으로 해야 한다. 통합교육을 논하는 것은 좀 무섭고 외롭고 슬픈 일이다. 특수학급도 없는 시대에 오로지 개인의 힘만으로 차별을 뚫고 완전 통합교육을 받았던 필자로선 참 고립된 존재였다. 특수교사는 통합교육이 고달프고 피곤하고 어려울 뿐이고 부모는 차별받고 손가락질받을까 봐 두려워할 뿐이다.

통합교육을 지원하자던 특수교육지원센터는 오히려 교육청에서 장애인을 별도의 학생으로 바라보게 했고 별도의 전문가를 키우겠다는 특수교육과는 교사들을 분리시켰다. 이제는 어떤 정책을 주장하는 것도 조심스럽다. 결국 사람이 문제인 것인가? “그냥 모든 학교는 학생을 구별하지 않습니다.” “모든 교사는 학생을 고르지 않습니다.” 선언하면 되지 않겠는가? 1983년 부산 동래초등학교에서 필자에게 가능했던 일이 왜 지금은 그리 어려운가? 이제 모두가 자연스럽게 장애인이 되며 모두가 장애인을 가족으로 맞이하는 인구변화의 시대에 비장애인들이, 언론들이 자신들에게 장애인 동창 한 명, 자신의 생일 때 자신의 결혼식에 초대할 장애인 친구 한 명 만드는 교육 현장으로서의 학교가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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