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책 소개]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인문학자의 목격담…『사람을 목격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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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책 소개]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인문학자의 목격담…『사람을 목격한 사람』
  • 정은경 기자
  • 승인 2024.01.02 16:16
  • 수정 2024-01-03 11: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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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고병권
펴낸날: 2023년 12월 7일
펴낸속: 사계절출판사

새해 첫 책을 소개한다. 새해 첫 책을 고를 때 어떤 책이어야 할지 고민했다. 그리고 고른 책이 고병권의 『사람을 목격한 사람이다』다. 고병권은 노들장애인야학의 철학교사이자 인문학 연구자다. 이 책은 2018년부터 2023년까지 그가 쓴 글과 투쟁 현장 등에서 행한 연대 발언을 모아 놓은 산문집이다. 그리고 저자는 이 책의 정체성을 이렇게 말한다. “지난 글들을 모아 놓고 나니 온통 사람이야기다.” 장애인야학에서 오랜 시간 장애인과 함께해 온 인문학 연구자가 ‘목격’한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 함께 들여다보는 것도 좋겠다.

책 속에서 언급되는 이름들은 이렇다. 홍은전, 데이비드 그레이버, 김미하, 미누, 박경석, 설요한, 김용균, 김선심, 딴저테이, 이홍섭, 이종강, 최옥란, 김순석, 이덕인, 박흥수, 박기연, 이규식.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사람도 있고, '이 사람이 누구지?', 하고 인터넷 포털 창에 이름을 찍어 넣고도 한참 찾아야 나오는 이름도 있다.

이 책은 모두 7부로 나뉘어 43편의 칼럼과 4편의 연대발언문을 싣고 있다. 그런데, 앞서 살펴본 대로 이 속에 언급된 실명은 (미처 적지 못한 이름을 포함하더라도) 열예닐곱 명에 불과하다. 사람을 이야기한다고 해서, 사람들에 대한 인터뷰인 줄 알았던 단견에 대한 반전이다. 이름이 언급되지 않은 무수한 장애인, 불법체류자, 이주민 등이 이 책의 주인공들이다. 그들을, 그들이 처해 있는 상황을, 부당하고 부적절한 그들에 대한 이 세상의 처우를 직시하자고, 그래서 무엇인 문제인지 그리고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지를 찾아보자고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그 이야기의 울림의 크기를 증폭시켜주는 것은 고병권의 밀도 높은 문장이다. 분노와 절망, 참회와 부끄러움, 싸우는 이들에 대한 경탄과 응원을 밀도 높은 문장을 통해 ‘공감’으로 이끌어내고 있다.

고병권은 머리말에서 다음과 같이 자신이 하고 싶은 역할을 말하고 있다. “세상의 중요한 소리는 작게 들린다. 세상의 소음이 그것을 가리기 때문이다. 이 소음을 뚫고 목소리를 내는 것이 참 어렵다. (중략) 언젠가 장애인 농성장에서 보았던 청테이프가 덕지덕지 붙어 있던 작은 앰프, 작은 목소리를 키우기 위해 분투해온 그 사물이 참으로 장해 보였다. 지난 5년간 나는 그 앰프가 되고 싶었다. 내가 투쟁 현장에서 들은 목소리를 키워서 더 멀리 보내고 싶었다.” 그의 말처럼 이 책이 사회적 약자들의 ‘작지만 중요한 소리’를 보다 크게, 보다 멀리 퍼져나가게 하는 앰프의 역할을 할 수 있으면 또한 좋겠다.

마음이 급해 책을 찬찬히 읽지 못했다. 기자들은 보통 그렇다. 얼른 기사를 써서 올려야 하니까. 이 소개 글을 마감한 후, 다시 책을 들여야겠다. 찬찬히, 조근조근 고병권이 어떻게 "싸구려 앰프'의 역할을 하는지, 그가 본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 읽어내려야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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