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장애계 10대 뉴스] 정부, ‘자유·약자복지’ 강조했지만 장애인 눈높이 못 미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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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장애계 10대 뉴스] 정부, ‘자유·약자복지’ 강조했지만 장애인 눈높이 못 미처
  • 편집부
  • 승인 2023.12.30 15:00
  • 수정 2023-12-29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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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은 2년째 이어지고 있으며,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인질 납치로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전쟁을 시작했다. 전쟁으로 인해 장애인을 비롯한 많은 민간인이 무분별하게 살해되고 장애를 입는 상황이 TV 뉴스를 통해 전쟁의 참혹함이 연일 보도되고 있다. 미국·중국 간의 경제패권 다툼, 고물가와 고금리로 인한 경기침체의 지속, 지구온난화에 따라 서울 면적 6.6배에 달하는 세계 최대 남극 빙산이 하루 5km씩 빠르게 이동하는 등의 기후위기 현실화 등 불안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국내에선 집권 2년 차를 맞은 윤석열 정부와 국회 절대다수 의석을 갖고 있는 더불어민주당과의 대립이 일 년 내내 계속됐으며 그 피해는 모든 국민에게 돌아갔다. 10월 말 40대 장애인 아들을 흉기로 찌르고 60대 아버지가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는 사건이 대구에서 발생하는 등 올 한 해 동안에도 생활고와 돌봄 부담으로 인한 장애인 가족의 비극은 반복됐다. 윤석열 대통령의 장애인 관련 대표 공약인 개인예산제 모의적용 사업은 턱없이 부족한 활동지원 시간을 떼어서 주택 개조, 주거환경 개선 등 민간서비스에 활용하라는 것이어서 중도 포기자가 30%에 달해 내년 시범사업의 대폭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애계는 “돌려막기식 무늬만 개인예산제는 필요 없다.”는 비판을 쏟아냈다. 장애계의 염원 중 하나인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의 경우 여야가 1년간 합의를 거쳐 마련한 대안이 정부의 ‘탈시설’ 용어 사용금지 방침에 따라 법안에 명시되지 않은 것을 놓고 여야가 대립해 11월 23일 보건복지위원회 제2법안심사소위로 재회부돼 21대 국회 임기 내 통과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에 ‘장애인생활신문’은 올 한 해 장애계와 관련해 국내에서 일어난 사건과 뉴스를 중심으로 ‘2023년 장애계 10대 뉴스’를 선정했다. (편집국)
▲유엔 장애인권리협약(CRPD) 선택의정서가 올해 1월 14일부터 국내서 효력을 발생함에 따라 전국탈시설연대 등 19개 시민단체들은 한국 정부가 장애인의 탈시설과 자립생활 권리를 구조적이고 중대하게 침해하고 있다며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에 직권조사를 신청했다. 

진보 장애계, 한국 장애인거주시설 정책

‘유엔장애인권리위 직권조사’ 신청서 제출

유엔 장애인권리협약(CRPD) 선택의정서가 올해 1월 14일부터 국내서 효력이 발생됐다. 정부가 2007년 장애인권리협약에 서명하고 2008년 12월 국회에서 비준했지만, 선택의정서 비준은 유보한 지 12년 10개월 만이다. 선택의정서는 전 세계 96개국이 비준했다. 선택의정서 효력이 발생하자마자 한국장애포럼(KDF) 등 13개 장애인 관련 단체와 정의당 장혜영 의원 등은 1월 16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유엔 장애인권리협약(CRPD)을 위반하는 한국의 장애인거주시설 정책에 대한 직권조사를 신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실제 직권조사 신청서 제출은 7월 말에 이뤄졌다.

‘직권조사’는 국내 진보적 장애계가 꺼낸 첫 번째 카드로, 개인진정과 달리 소송 등 국내 권리 구제 절차 없이 국내법을 뛰어넘는 권고가 가능하고 피해 당사자가 아닌 관련 단체도 직권조사 청구가 가능하다. 이에 따라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는 선택의정서를 비준한 국가에서 발생한 협약 위반 사실에 대해 직권으로 조사한 후 당사국에 대한 권고안을 마련한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2020년 실시된 장애인거주시설 전수조사에 따르면, 한 방에 거주하는 인원수는 4.7명(100인 이상 시설의 경우는 6.7명)에 이르며, 평균 입소 기간은 18.9년에 달한다. 또한 개별 서비스가 불가해 야간직원 1명이 지원하는 장애인 입소자수는 평균 13~15명”이라며 “한국의 장애인거주시설 정책은 UN CRPD를 정면으로 위반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가 발표한 탈시설 가이드라인에서는 ‘시설 수용은 장애인에 대한 차별적인 관행이자 폭력’으로 규정하며, 협약에서 규정하는 법 앞의 평등, 안전, 고문, 학대, 건강에 대한 조항을 위반한다고 지적했다.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인천장차연)는 9월 22일 인천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부평구 미신고시설 장애인학대 피해자에 대한 지원을 촉구했다.

부평 미신고시설서 장애인학대 사건 발생

‘인천장애인학대피해쉼터’ 파행운영 도마에

지난 8월 31일 인천 부평구 종교시설에서 불법적으로 운영해온 미신고시설에서 장애인 10명이 구출되는 사건이 터졌다. 구출 당시 피해장애인들은 영양상태가 좋지 않았고 손발이 묶여있거나 구타의 흔적이 발견되는 등 학대 정황도 발견됐다. 더군다나 시설을 운영해온 60대 목사 A 씨는 기초생활수급권자인 장애인들의 주소지를 부평구, 계양구, 서구, 경기, 서울 등으로 신고하고 A 씨의 지인들을 ‘급여관리자’로 지정해 이들의 수급비를 관리했다. 인천 삼산경찰서는 11월 말 장애인복지법 위반, 횡령, 횡령방조 등 혐의로 A 씨 등 6명을 불구속 입건해 검찰에 송치했다.

이번 장애인학대 사건은 불법적인 미신고시설 운영과 장애인에 대한 신체적 학대, 경제적 착취까지 도심 한복판에서 벌어져 충격을 줬다. 게다가 사건 후 피해자들을 위한 인천시와 부평구의 미흡한 대응 역시 문제가 됐다. 장애인학대 피해자 발생을 대비해 설치한 ‘인천장애인학대피해쉼터’의 파행적 운영으로 인해 정작 학대피해쉼터를 이용해야 할 장애인들이 단기보호시설, 거주시설을 전전해야 했다.

인천시는 뒤늦게 11월 21일 관내 장애인 미신고시설 불법행위 근절을 위한 ‘장애인 미신고시설 관리 방안’을 발표했다. 인천시는 연말까지 미신고시설 의심 가구와 적발된 적 있는 관내 장애인 미신고시설 등을 점검한다. 앞서 시는 지난 10월부터 동일 주소지 내 동일 보장가구원이 아닌 2가구 이상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장애인연금, 장애수당 등 수급 가구를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진행 중이다. 아울러 전수조사 시 인천시와 군·구, 장애인권익옹호기관 등 민·관 합동 실태조사단을 구성해 의심되는 시설 현장 확인 및 장애인학대 등 ‘장애인 미신고시설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 전국장애인부모연대(부모연대)와 전국특수교사노동조합 등 18개 단체는  8월 7일 기자회견을 갖고 웹툰작가 주호민 씨 사건 관련 교육부가 학교에서 발생한 문제를 교사와 학부모 간의 갈등으로 책임을 전가하고 자폐 혐오를 방치하고 있다며 통합교육에 필요한 교육 시스템 개혁을 촉구했다.

‘학부모 갑길의혹’ 서울 초등학교 교사 사망 계기

웹툰작가, ‘장애아들 학대혐의’ 특수교사 고소 논란

지난 7월 서울 서이초등학교에서 교사가 ‘학부모 갑질 의혹’으로 사망한 것을 계기로 수만 명 교원들이 ‘교권 보호’를 촉구하는 집회가 잇따른 가운데 특수학급 장애학생의 교사 폭행 사례 등이 언론을 통해 연이어 보도되고, 유명 웹툰 작가 주호민 씨 부부가 발달장애아들을 지도한 특수교사를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고질적인 특수교육정책 시스템 부재 문제가 다시 부각됐다.

주호민 씨 고소사건은 지난해 9월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에서 주 씨의 초등학생 아들이 여자 동급생 앞에서 바지를 벗는 등 성추행 행위로 통합학급에서 분리 조치되고 특수반에서 A 교사의 지도를 받는 과정에서 아들이 정서적 학대를 당했다며 수업 녹음을 증거로 특수교사를 고소한 사건이다. 문제는, 특수교육을 포함한 교육시스템 부재로 촉발된 논란이 특정 학생과 학부모나 교사에게 지나친 비난과 장애인 혐오로 이어졌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학교에서 발생한 문제를 교사와 학부모 간의 갈등으로 책임을 전가하는 교육당국의 무책임한 행태가 논란이 됐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부모연대)와 전국특수교사노동조합 등 18개 단체는 8월 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웹툰 작가 주호민 씨 사건 관련 교육부가 학교에서 발생한 문제를 교사와 학부모 간의 갈등으로 책임을 전가하고 자폐 혐오를 방치하고 있다며 통합교육에 필요한 교육시스템 개혁을 촉구했다. 이에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8월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특수교육활동 보호 및 교권 확립을 위한 간담회’를 갖고 “특수교사 정원 확대와 특수교육대상자를 고려한 교원 생활지도 고시를 제정하겠다.”고 밝혔다.

 

▲7월 14일  ‘비폭력·불복종 버스행동’을 벌이던 박경석 전장연 대표가 경찰에 의해 현장에서 체포됐다. 연행 과정에서 경찰은 휠체어 장애인을 경찰서로 이동시킬 차량을 준비하지 못했으며, 결국 무리하게 차량에 탑승시키던 중 박경석 대표의 휠체어가 뒤로 넘어가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사진은 차량에 탑승하려다 뒤로 넘어진 박경석 대표 모습. (사진=전장연 유튜브 캡처)

서울시, ‘전장연 지하철행동 원천봉쇄’ 강경 대응

유엔, ‘한국정부의 과도한 장애인 탄압’ 우려 표명

장애인권리예산 확보를 요구하며 지하철 행동을 벌이고 있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와 서울시의 갈등은 일 년 내내 악화 일로를 걸었다. 제20대 대통령선거를 겨냥해 2021년 ‘세계장애인의 날’에 시작된 전장연의 장애인이동권 등 보장을 요구하는 ‘장애인권리예산 확보를 위한 지하철 행동’은 2023년 11월 24일까지 2년 동안 총 55회에 걸쳐 진행됐다.

올해 들어와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는 전장연이 1월 2일 삼각지역에서 진행한 ‘지하철 행동’을 ‘지하철 무정차’로 대응하고, 장애인들의 지하철 승차를 경찰을 동원해 폭력적으로 원천봉쇄한 것을 시작으로 11월 24일 서울 지하철 4호선 혜화역 승강장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의 역사진입 원천봉쇄는 불법적이며 헌법과 교통약자법에 명시된 권리를 부정하는 장애인 이동권 ‘원천봉쇄’”라고 규탄 기자회견을 하던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를 철도안전법·업무방해 위반 혐의로 현행범 체포했다.

이 같은 서울시의 강경 대응은 대통령실이 7월 26일 국민참여토론 결과를 근거로 집회・시위 요건과 제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관계 법령을 개정하라고 정부에 권고한 것과 그 맥을 같이 한다. 대통령실은 △출・퇴근 시간 대중교통 이용 방해와 주요 도로 점거 등을 방지할 수 있도록 법령을 개정하고 후속조치 방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장애인권리보장 촉구를 위한 지하철 행동 과정에서 벌어진 경찰의 과잉진압과 관련 유엔 집회결사의 자유 특별보고관 등은 한국정부에 심각한 인권침해 상황에 깊은 우려를 표명한 서신을 4월 26일 발송했다. 또한 유엔 자유권위원회는 지난 11월 3일 한국정부의 제5차 보고서에 대한 최종견해에서 “당사국은 평화적 집회의 권리 행사에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하고, 동 권리에 대한 제한은 규약 제21조와 비례성 및 필요성의 원칙을 엄격히 준수하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장애인 및 노인 학대 보도에 대한 권고기준 수립’을 내용으로 한 ‘장애인복지법’ 및 ‘노인복지법’ 일부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11월 3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장애인·노인학대 보도 권고기준 수립…

‘2차 가해 방지’ 관련법개정안 국회통과

장애인 및 노인 학대 사건에 대한 무분별한 언론보도를 막아 피해자와 주변인에게 가해지는 2차 가해 등의 부작용을 방지하는 ‘장애인·노인 학대 보도에 대한 권고기준’이 수립됐다.

국회는 4월 13일 본회의를 열고 ‘장애인 및 노인 학대 보도에 대한 권고기준 수립’을 내용으로 한 ‘장애인복지법’ 및 ‘노인복지법’ 일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법은 11월 3일부터 시행됐다.

이날 의결된 ‘장애인복지법·노인복지법’ 개정안은 장애인 및 노인 학대 사건에 대한 언론 보도가 불필요한 학대 영상의 반복된 노출, 자극적인 표현, 피해자‧주변인 사생활 노출, 단정적‧추측성 보도로 인한 2차 가해 등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어 마련됐다. 개정법은 각각 보건복지부장관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과 협의해 언론의 장애인·노인 학대 보도에 대한 권고기준을 수립하고 그 이행확보 방안을 마련하도록 의무화했다. 또한 보건복지부장관은 방송·신문·잡지 및 인터넷신문 등 언론에 대해 이러한 권고기준을 준수하도록 협조를 요청할 수 있고, 이 경우 언론은 협조 요청을 적극 이행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이어 지난 10월 24일에는 국무회의에서 장애인학대 보도에 대한 권고기준 수립 조항을 신설한 ‘장애인복지법 시행령’ 일부 개정령안이 의결됨으로써, 법 개정안이 실효성을 갖게 됐다. ‘장애인복지법 시행령’ 일부 개정령안은 향후 보건복지부가 장애인학대 보도를 위한 권고기준을 수립하고 그 이행확보 방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협의를 거쳐야 할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을 정하기 위한 것이다. 지난 11월 18일에는 정부와 한국기자협회는 아동학대사건에 대한 언론 보도 권고기준을 마련, 11월부터 활용하기 시작했다.

 

▲12월 8일 장애인자립생활센터(IL센터)를 장애인복지시설에 편입해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긴 ‘장애인복지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IL센터에 대한 관리, 감독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IL센터, 장애인복지시설 편입…관리·감독 강화

장애계 반대한 ‘장애인복지법 개정안’ 국회통과

국회의원실을 점거농성을 이어가며 장애계가 반대했던 장애인자립생활센터(IL센터)를 장애인복지시설에 편입해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긴 ‘장애인복지법’ 개정안이 지난 12월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지난 1월 26일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이 대표 발의한 ‘장애인복지법’ 개정안은 장애인복지시설(제58조)의 한 종류로 ‘장애인자립생활지원시설(자립생활시설)’을 포함하는 것이 주요 내용으로 자립생활시설은 ‘장애인자립생활 역량 강화 및 동료상담, 지역사회의 물리적‧사회적 환경개선 사업, 장애인 인권의 옹호‧증진, 장애인 적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설’로 규정했다. 개정 법안이 공포되면 1년 6개월이 경과한 후부터 시행된다.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는 끊임없이 반대를 해왔던 이번 법안이 장애인자립생활센터의 독립적 지위를 앗아간 경술국치로 규정하며 강력하게 규탄했다. “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장애인복지시설과 같은 재활·전문가·비장애인 중심의 장애인복지서비스 기관과는 태생적으로 다르며, 장애인자립생활센터만의 고유성과 차별성, 장애인자립생활 패러다임을 주 무기로 한국사회 장애인복지의 독자적인 영역을 만들고 성장해왔다.”며 ‘장애인복지법 일부 개정법률안’은 “장애인자립생활센터가 지닌 고유성과 그 간의 역사를 깡그리 무시하며, 센터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개악”이라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이종성 의원은 “전국 260여 곳 장애인자립생활센터가 매년 1, 2억 원의 예산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지원받고 있음에도 그간 관리감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며 정책적 필요성을 주장했다.

 

▲ 정부의 ‘동료지원가 사업’ 페지와 관련, 10월 23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문석영(사진 왼쪽) 피플퍼스트 동료지원가와 정부의 폐지안을 질타한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

 

정부, ‘중증장애인동료지원가사업’ 폐지추진

내년 예산삭감…동료지원가 187명 실직위기

정부가 2023년 23억 원이었던 ‘중증장애인 지역맞춤형 취업 지원사업’ 예산을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서 전액 삭감함으로써 동료지원가 187명이 실직 위기에 놓였다. 이에 발달장애인 27명이 9월 18일 오전 7시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서울지역본부 11층을 점거한 채, ‘중증장애인 지역맞춤형 취업지원사업’ 예산 전액 삭감과 관련, 고용노동부 장관 면담을 요구하며 2시간의 농성을 이어가다 결국 전원 경찰에 연행됐다. ‘중증장애인 지역맞춤형 취업 지원사업(중증장애인 동료지원가사업)’은 2019년 시작된 사업이다. 정부가 책임 있게 중증장애인 노동권을 보장하는 취지로 기획된 사업임에도, 사업 초기 정부의 과도한 실적 강요로 2019년엔 고(故) 설요한 동료지원가가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비극도 있었다.

고용노동부는 중증장애인 동료지원사업 예산 전액 삭감 이유에 대해 “2019년 사업이 신설된 이후 제도개선을 비롯해 사업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매년 예산집행이 저조하고 보건복지부의 장애인자립생활센터 지원 내 동료상담과 유사 중복을 고려해 2024년 사업 종료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보건복지부 소관의 장애인자립생활센터 사업을 끌어와 고용노동부의 동료지원가 사업을 비교하는 것은 해고를 위한 끼워 맞추기식 해명”이라고 반박했다.

이 같은 장애계의 반발과 여론 고조에 따라 장애인동료지원가 사업 예산은 23억 전액 삭감에서 5억이 삭감된 16억 편성으로 결정됐지만, 이번 예산 삭감 사태는 정부의 중증장애인 일자리에 대한 시각의 어떤지를 보여주는 시금석이다.

 

▲ 10월 12일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 인천시사회복지사협회 등 인천지역 시민·사회·노동·사회복지 44개 단체는 ‘고 김경현 조합원 직장 내 괴롭힘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을 위한 인천지역대책위원회(대책위)’를 발족하고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유정복 인천시장 면담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사회복지사 직장내 괴롭힘으로 극단적 선택

대책위, 인천시 진상규명-책임자 처벌 요청

장애인활동지원기관에서 근무하던 50대 팀장이 직장 내 괴롭힘을 받았다는 유서를 남긴 채 극단적 선택을 했다. 유족에 따르면 인천 연수구 장애인활동지원기관 팀장인 고 김경현(52·여) 씨는 추석 연휴를 마치고 출근한 10월 4일 오전 10시경 근무지인 연수구 8층 건물에서 투신해 숨졌다. 김경현 씨는 자신이 근무하던 단체의 대표와 이사로부터 지속적으로 괴롭힘을 받았다는 내용과 함께 “그만할 때가 된 것 같아요. 너무 지치고 힘들고 피곤하네요”라고 적은 유서를 남겼다.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 인천시사회복지사협회 등 인천지역 시민·사회·노동·사회복지 44개 단체는 ‘고 김경현 조합원 직장 내 괴롭힘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을 위한 인천지역대책위원회’를 발족하고 “인천시는 법인 승인을 취소하고 연수구는 장애인활동지원기관 지정을 철회하라”면서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증언에 따르면 (사)좋은친구들은 사무실 내 CCTV를 통한 직원 감시, 하루에도 두세 번씩 불려가서 20~30분씩 업무지시라는 명목의 인격 모독이 자행됐다. 활동지원기관 운영위원회를 거수기로 전락시켰고 활동지원 시간이 월 100시간이 넘지 않으면 돈이 안 된다며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를 받을 권리를 박탈하는 등 반인권적 행태가 드러났다.

장애계에서 김경현 씨는 노무현 정부 당시 유시민 복지부장관 앞에서 “증장애인에게 활동보조인은 있으면 좋고 없으면 나쁜 그런 문제가 아니다. 사느냐 죽느냐 생존이 걸린 문제”라며,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제도화는 시설에서 학대당하고, 가족에게 죽임당하고, 가족에게 사회에 짐이 될까 봐 스스로를 죽여야 했던 중중장애인들이 죽음의 고통에서 벗어나 인간답게, 자기답게 살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임을 강조했던 용기 있는 사람으로 기억되고 있다.

 

▲12월 21일부터 시행하는 장애인 콜택시 광역 간 이동은 실질적으로는 그 실효성에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일단 수도권 중심으로 서비스가 시작된다. 

 

장애인콜택시, 24시간 운영·광역 이동 가능

‘운영비 국비 지원’ 등 법령개정 12월 시행

12월 21일부터 휠체어를 이용하는 중증장애인의 이동지원을 개선하기 위해 인천시 등 수도권 지역 24시간 광역 이동서비스가 운영에 들어갔다. 장애인콜택시는 그간 운영비용 및 기준을 시군별로 전담하고 있어 운영범위, 운영시간, 이용대상 등이 달라 서비스가 불편하고 광역 이동이 제한됐다. 그러나 앞으로는 장애인콜택시 운영비 일부를 국비로 지원(2023년 238억 원, 6개월분)하며, 법령상 운영기준이 마련돼 전국 어디서나 24시간 광역 간 이동(인근 특·광역시, 도 등)이 가능해진다. 또한 8개 도에 광역이동지원센터가 설치돼 교통약자가 보다 편리하게 이용접수, 배차 및 광역 간 환승·연계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장애인콜택시 광역 이동 시, 지역 간 이동 자격에 따른 혼선이 없도록 이용 대상을 ‘중증보행장애인’으로 일원화하고, 그 외 교통약자(고령자 등)는 조례로 정하는 경우에 해당 시·군 관내 위주로 이용할 수 있도록 개편됐다.

하지만, 시행 결정만 났을 뿐 실질적인 운영에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인천교통공사 교통약자이동지원센터 상담원으로 근무하는 인원은 23명이다. 주중 하루 평균 16.5명, 주말·공휴일 하루 평균 13.5명의 장애인 콜택시 상담사가 근무하고 있다. 이들은 심야와 새벽 언제든 24시간 동안 휠체어 이용 장애인을 위해 특장차량 215대와 휠체어를 이용하지 않는 장애인과 그 밖의 교통약자를 위해 바우처택시 300대의 신청접수와 배차업무를 맡는다. 교통약자이동지원센터의 장애인콜택시의 배차 콜 수는 월평균 3천 건을 넘어선다. 현재 장애인콜택시 대수(215대)를 고려한 콜센터 상담원 적정 인원은 25명이지만, 2명이 부족해 다른 상담원이 이들 업무를 떠안는 실정이다.

 

▲ 서울 충정로의 구세군빌딩 1~3층을 활용해 문을 연 우리나라 최초의 장애예술인 표준공연장 '모두예술극장'의 외관

 

국내최초 장애예술인 표준공연장 ‘모두예술극장’ 개관

서울 충정로 위치…시설-서비스 전 분야 접근성 높여

지난 10월 24일 우리나라 최초의 장애예술인들을 위한 전용 공연장인 ‘모두예술극장’이 개관했다. 2015년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출범과 함께 키워온 장애예술인들의 염원이 마침내 실현된 것. 명칭은 공모로 결정됐는데, ‘누구나(장애·비장애)’, ‘향유’할 수 있고 ‘모든 형태의 예술’이 ‘모이는’ 공간이란 뜻을 담았다. ‘모두예술극장’은 당초 독립 건물 확보란 계획과는 달리 서울시 충정로에 있는 구세군빌딩 1~3층의 아트홀을 리모델링 해서 문을 열었지만 무엇보다 장애-비장애 구분 없이, 창작은 물론 향유에 있어서도 배리어(장벽) 없는 극장이란 점이 돋보인다. 전체 면적은 2014㎡로, 가변형 블랙박스 형태의 무대는 508㎡다. 무대와 객석의 크기, 위치, 구조 등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어 연극뿐만 아니라 무용, 음악, 다원 예술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소화할 수 있다.

공간과 시설, 서비스 등 전 분야에서 창작과 관람(향유)에 대한 접근성 수준을 높이는 데 큰 노력을 기울였다. 첫째, 공간구성 면에서 휠체어석 좌석 수를 상황에 따라 조정할 수 있는 250석 규모의 중극장, 연습실 등은 물론 창작 레지던시와 교육 공간, 소규모 공연과 시연회(쇼케이스)가 가능한 창작 스튜디오, 공연단체의 활동을 편리하게 하기 위한 연습실과 분장실을 갖추고 있다. 둘째, 시설 측면에서 전체 공간을 평평하게 해 장애인 접근성을 높였고, 활동에 제약 없는 무대 조성, 분장실-무대 이동로 확보, 무대 기술 조정실에 휠체어가 접근할 수 있게 했다. 셋째, 서비스 측면에서 시각장애인, 청각장애인, 발달 및 학습장애인 등 장애유형별로 관람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극장 운영 측면에선 하우스매니저, 접근성 매니저를 두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극장 측은 개관과 동시에 무용, 연극, 다원예술 등 국내외 9개 작품을 개관 프로그램으로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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