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의 병으로 인해 발생하는 정신장애] 성격장애를 넘어서 성격 기능의 건강함을 찾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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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의 병으로 인해 발생하는 정신장애] 성격장애를 넘어서 성격 기능의 건강함을 찾는 길
  • 이창선 기자
  • 승인 2023.12.15 08:55
  • 수정 2023-12-15 14: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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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장애 시리즈 후속편으로 우울, 불안 등 정신상태에 변화를 줄 수 있는 질환 안내 및 성격의 기능을 건강하게 하는 방안을 2회로 기획하였다. 기획특집 기사를 집필하는 이창선 전문기자는 심리학과 치료약학 전공자로서 정신의학 문헌, 특정 정신장애 학술자료, DSM-5와 ICD-10 및 관련 연구들, 이상·임상심리학 분야 자료 분석을 기반으로 기사 내용을 제시한다. (편집국)

성격장애, 치료될까?

그동안 알린 10가지 성격장애들에 대한 진단 기준을 제시했던 DSM-5 연구자들은 성격장애의 공통적인 핵심특징을 이렇게 요약한다. ①자신에 대한 생각, 느낌과 ②대인관계의 ‘전반적인 손상’. 타인과 자신에게 일상에서 고통을 주고받는 손상을 겪지만, 성격장애를 가진 당사자는 자신의 증상이 옆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인식하지 못함이 큰 특징이다.

그러나 치료의 길은 있다고 정신의학은 소개한다. 10가지 성격장애의 변화를 위한 치료의 공통 방법은 문제의 근원이 되는 내면의 그 ‘무엇’을 발견하고 스스로 변화하도록 ‘끈질기게’ 돕는 ‘전문적 대화’인 정신치료이다. 정신의학 박사인 가바드(Gabbard)처럼 성격장애 치료 사례 분석들을 통해 각 장애별로 무엇을 치료과정에서 치료자가 주의해야 치료의 중단 가능성을 줄이며, 어떻게 진행함이 치료 성공을 위해 효과적인지 제안하는 연구들이 알려져 왔다. 한 마디로 변화의 희망은 있다.

문제는 참여이다. 치료자들에게도 성격장애의 치료는 어렵다는 인식이 있다. 치료자가 견뎌야 할 것이 크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타인에 대한 전반적인 불신이 주 특징인 편집성 성격장애 치료자는 비난과 의심의 반복된 공세를 격분하거나 절망하지 않고 견뎌야 한다. 필수이다. 잘 견디면 마침내 치료자에게 편집성 성격장애 당사자는 어렵게, 또 어렵게 자신에 대해 점차 더 많은 것을 보여주고, 이로써 치료자는 그들의 감정에 이름을 붙일 수 있게 되고, 함께 공유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느낌과 현실을 구별하도록 도울 수 있게 된다. 이는 편집성 치료의 중요한 성공 요인이다. 다른 성격장애들도 그들의 임상 특징별로 치료자들이 주의하고 인내해야 할 어려운 사항이 있다. 그러나 치료연구들이 매우 강조하는 중요한 태도인 ‘진심으로 존중하며 억지로 변화시키려 하지 않는’ 과정 속에서, 함께 웃을 결과를 낼 수 있다.

 

정체성ㆍ자신을 이끄는 태도ㆍ공감ㆍ친밀감

“순간순간 갑자기 반항하는 마음이 막 생겨요. 이유 없이 사람들이 막 미워지고 나도 모르게 화가 막 나요. 나도 그런 게 좀 없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는데 그게 어렸을 때부터 되게 많이 있었거든요. 갑자기 화가 나서 너무 참을 수 없으면 내가 어쩔 줄 모르는 경지에서 당황할 때가 많거든요. 사람들하고 어울리다가도 갑자기 소외감이 싹 들면서 나만 탁 떨어져 나온 느낌이 들거든요. 저 사람들은 내 얘기를 안 듣고 있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되고” 경계성 성격장애로 어려움을 겪는 분의 이야기에서, ①자신에 대한 생각, 느낌과 ②대인관계는 서로 연결되어 상호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영역임을 다시 볼 수 있다.

자신에 대한 느낌과 대인관계 모습을 어떻게 키우면 성격장애로 빠지지 않을까? DSM-5 연구자들은 ‘성격 기능 수준’이란 이름으로 성격장애 유발의 핵심 부분과 해당 부분을 평가하는 기준을 알려준다. 정체성, 자신을 이끄는 태도인 자기주도성, 공감, 친밀감이란 네 가지 영역에서 취약해지면 성격장애로 진행되어간다는 것이다. 성격기능 수준 척도는 5가지 수준으로 구분한다. 건강하고 적응적인 모습부터 경도 손상, 중등도 손상, 고도 손상, 극도 손상으로 나누어 각 단계 손상의 특징적인 모습을 제시한다.

예를 들어, 공감의 핵심 모습 중의 하나인 ‘자신의 행동이 남에게 미치는 영향을 인식하는 상태’를 수준별로 보면, 인식 있음(손상 없음)-일관적이지 않음(경도 손상)-자신의 행동이 남에게 미치는 영향을 일반적으로 알지 못하거나 개의치 않거나 비현실적으로 평가함(중등도 손상)-영향을 인식하지 못하거나,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에 대해 종종 당황스러워함(고도 손상)-사회적 상호작용 자체를 혼란스러워하고 지남력을 상실한 상태(극도 손상)이다. 점점 변화하는 핵심 증상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체크리스트1에서 주요 부분을 소개한다.

10개의 성격장애 중에 6가지(반사회성, 회피성, 경계성, 자기애성, 강박성, 조현형) 성격장애는 이 네 가지 영역의 특징적인 모습이 연구되어 전해졌다. 이 기사의 체크리스트2에 일부를 소개한다.

10회기의 성격장애 소개별로 ‘어떻게 이렇게 되었을까?’ 기사를 통해 알린 성격장애 유발 중요한 요인들을 줄일 수 있다면, 예방할 수 있다면 자신에 대한 인식과 공감과 친밀감을 건강한 수준으로 만들어갈 가능성은 매우 높아질 것이다.

성격장애 예방이 어렵다면, 최소한 이 네 가지 영역에서 건강해질 힘을 키울 비결은 있을까? 성격장애 치료를 향해 전진한 성공 요인을 음미하면서, 그 비결을 떠올려 볼 수 있다. 치료요인을 보면 유익이 있다. 내가 지금 성격장애가 아니어도, 서로의 정신건강을 위해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버릴지 가늠해 볼 수 있다. 치료요인은 정신의학에서 주로 치료자의 관점에서 제시된 것이지만, 성격장애를 가진 분들의 주변 사람들도 활용해 자신과 상대를 도울 수 있다. 성격장애의 변화를 돕는다는 것은 곧 자신의 내적 건강의 힘을 기르는 길과 통하기 때문이다.

 

각 성격장애의 변화의 힘

①편집성 성격장애의 정신치료에서는 ‘치료자의 솔직함’이 중요하게 평가된다. 편집성의 변화에서는 친밀한 관계 유지와 신뢰와 인내가 핵심 문제이기 때문이다. 편집성 성격장애를 대할 때 이들의 불신을 증가시킬 위험을 배제하기 위해 지나치게 따뜻하지 않으면서도, 솔직하고, 관계는 꾸준히 유지하는 태도가 이들의 변화를 돕는 힘이 된다.

②조현성 성격장애의 치료는 편집성 성격장애와 유사한 면이 많다.

③조현형 성격장애의 정신치료는 조현성 성격장애 치료와 유사하지만, 그보다 더욱 세심하게 접근해야 한다. 특히 그들이 보이는 특이한 활동이나 생각에 대해 폄하하지 않음이 중요하다. 남을 ‘판단’하지 않으면서 함께 동행할 수 있는 마음은 정신건강을 이뤄낼 토양이다.

④반사회성 성격장애는 치료를 시작하기 전에 엄격한 한계와 규칙 설정이 매우 중요하다. 이들이 겉으로는 침착하고 믿을 만한 사람으로 보이지만, 마음속이 드러나려 할 때는 긴장하고 적개심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타인과 가까워짐을 두려워하고 도피하려는 그들의 욕구를 극복하게 도우려면 솔직하도록 격려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치료자는 처벌이 아닌 통제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사회적으로 고립되는 것과 인과응보에 대해 직면하게 돕고, 점차 그들의 공험감과 우울, 불안이 드러나게 하고 표현하도록 돕는 것이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통제와 처벌을 그들이 구별하도록 시도하는 과정에 도달하고, 사회적으로 격리되는 것과 복수를 당하는 것이 다른 것임을 구별하는 시도에도 이를 수 있다. 한마디로 거칠고 위협적인 그들의 모습을 보더라도 떨어져 나가지 않는 관계를 지켜주고, ‘엄격함 속의 사랑’을 체험할 기회가 누적되게 돕는 것이다. 이 치료방안은 내가 치료자가 아니어도, 미움을 유발하는 이들을 볼 때, 그들의 행동 안쪽에 둥지를 튼 아픈 마음을 한 번이라도 생각하는 여유, 관용이 온 사회의 정신건강에 유익함을 시사하기도 한다.

⑤경계성 성격장애 치료에서는 비난이나 거절당함에 대한 과민함을 줄여감을 돕는 행동치료기법, 자신과 상대의 생각과 감정이 처리되는 과정을 이해하는 능력을 높여주는 ‘마음 헤아리기 치료’가 주목받고 있다. 이들의 대인관계가 좋아지도록 도울 때 자신의 행동이 남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알 수 있게 돕는 사회기술 훈련도 유용하다. 이러한 치료들이 목표로 한 상태가 바로 우리가 일상에서 지킬 ‘건강함’이다.

⑥연극성 성격장애에서는 이들이 자신의 진정한 감정을 알지 못하기에, 감정을 명료하게 해주는 것이 치료 과정에서 중요하다. 또한 주목받으려는 과도한 욕구로 인해 삶에서 적응하지 못하는 것과, 깊이가 없이 얄팍하기 그지없는 표면적인 인간관계 문제에서 성찰과 인식 수준을 높이도록 돕는 것이 정신치료의 주요 과정이다.

⑦자기애성 성격장애 치료는 내면에 뿌리박힌 ‘병든 자기애’를 포기함이 핵심 목표인데, 아직 최선의 치료방법에 대해서는 연구가 부족하다. 다만 다른 사람과 함께 생각하고 함께 느껴가는 방법을 배울 수 있게 집단상담을 하면서, 타인에 대한 공감 반응을 발달시키는 치료방법을 임상가들이 제안하고 있다. 자기애성 성격장애는 사소한 지적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부당한 요구가 많다고 불평하는 특징이 있는 점을 치료자들은 유념하고 있다.

⑧회피성 성격장애는 거절에 예민하기에 치료 동맹을 효과적으로 맺고 유지하려는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 또한 이들이 거부에 대한 두려움을 가진 것을 수용하는 태도를 보여줌이 필요하다. 자신의 의사를 전달하는 훈련이나 집단치료를 통해 거절에 대한 지나친 예민함을 줄이는 것이 치료의 방안이다.

⑨의존성 성격장애는 학대받았던 경험 등이 더욱 많다. 자신의 행동을 이해하고,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려는 태도를 기르는 인지행동치료, 사회기술 훈련, 집단상담 등이 활용되고 있다. 의존성 성격장애는 주변 사람들이 이들에게 불편감을 느껴 피할 때, 더욱 상처를 받는 유형이다. 치료자가 아니더라도 상대의 약점을 수용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은 남도 지키고 자신도 건강한 성격 기능을 갖는 비결이 된다.

⑩강박성 성격장애 치료에서는 억압된 그들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줌이 초점이다. 이들은 자신의 문제를 직면하지 않고 지식으로 다루려고만 하며, 무미건조한 지적인 토론을 벌이려는 경향이 있기에 이들의 토론에 말려들지 않으면서 눌린 감정을 안전하게 표현하도록 돕는 것이다. 이처럼 정서를 표현하는 경험이 서로에게 안전하다는 것은 건강한 정신을 만드는 토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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