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공판장에 자폐스펙트럼장애 피해아동 이해하는 사람 없었다...익명의 장애아동 어머니 공판참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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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투고]공판장에 자폐스펙트럼장애 피해아동 이해하는 사람 없었다...익명의 장애아동 어머니 공판참관기
  • 편집부
  • 승인 2023.12.11 12:14
  • 수정 2023-12-11 12:14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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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27일 수원지방법원에서 용인 특수교사 아동학대사건(일명 주호민 사건)의 4차 공판이 열렸다. 기자는 다른 취재 일정 때문에 문제의 녹음이 공개된 이 재판을 참관할 수 없었다. 대신 이 공판을 참관한 장애아동의 어머니가 보내온 참관기를 싣는다. 장애아동 부모의 눈으로 바라본 참관기다. 글쓴이의 마음을 그대로 전하기 위해 다소 긴 글을 전재한다. 글쓴이가 자신의 이름을 밝히지 말아 달라고 요청해 무기명으로 게재함을 밝힌다._편집자 주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지난 11월 27일 용인 특수교사 아동학대사건 4차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집을 나섰다. 일찍 출발했음에도 빠듯하게 도착한 법원 앞. 입구에는 촬영진이, 공판장 문 앞에는 기자들이 줄을 길게 서 있었다. 늦게 들어간 나는 비좁게 구석에 서 있다가 바닥에 앉기를 반복했다.

판사의 공판 진행이 시작됐다. 판사는 공판내용과 진행 상황을 설명한 뒤 피고인에게 녹음 공개에 대한 입장을 물었다. 변호인 측에서 전체 녹음 공개를 요구하고는 4차 공판을 앞두고 심적으로 부담을 느낀다는 부분에 피고인의 입장을 직접 듣고 싶다 했다. 특수교사 ㄱ 씨는 변호사들의 선택에 따르겠다고 했고 2시간 40분 정도의 녹음은 그렇게 공판에 참석한 사람들에게 공개됐다.

나는 눈을 감고 들었다. 모든 감각을 총동원해 이곳은 공판장이 아닌 통합학교의 특수학급이라 생각했다. 특수교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부드럽고 온화하며 따뜻한 목소리였다. 하지만 이 목소리는 피해아동을 향한 목소리가 아니었다. 다른 특수교육대상자 아이를 향한 목소리였다. 38분 만에 피해아동에게 처음 꺼낸 특수교사 ㄱ 씨의 목소리는 같은 목소리가 아니었다. 피해아동을 대하는 목소리는 시종일관 날카롭고 짜증나며 고압적이다. 같은 선생님이 한 공간에서 두 아이에게 다른 목소리로 말을 하는 이 상황이 나는 궁금해졌다. 이 싱황은 피해아동에게만 불안했을까? 같은 공간에서 이 목소리를 듣는 장애아동은 괜찮을까? 학교의 상황을 그릴 수 있는 사람이 아니면 이 상황을 누구에게 하는 목소리인지 분별할 수 있을까?

2시간 40분의 녹음 중 10여 분 정도 특수교사 ㄱ 씨가 피해아동에게 지시하는 교육을 하는데 화가 난 듯한 고압적인 말투로 ‘제대로 다시 하라’며 무섭게 계속 다그친다. 단시간에 정확한 발음과 ‘붙은’의 연음 발음을 강요하자 피해아동이 힘들어 소리치는 상황을 두고 특수교사 측 변호사는 이렇게 말했다. “반복해서 연음 읽기를 가르치는데 아이가 한 번을 제대로 읽지 않는 상황이었다.”, “아이는 중간에 ‘봄 여름 가을 겨울’이라고 수업과 전혀 상관없는 내용을 말하며 딴청을 피우기도 했다.”고. 변호하는 내용이 변호사 혼자의 생각인지 특수교사의 의견도 들어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자폐스펙트럼 아동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지점이었다.

이 아이는 발달장애가 있다. 발달장애를 갖고 있다는 것은 여러 발달이 평균에 비해 현저하게 더디고 이는 쉽게 바뀌지 않아 장애진단을 받는 것을 뜻한다. 그래서 일반교육이 아닌 특수한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교육부가 특수교육대상자로 선정을 한다. 특수교육을 배운 특수교사는 장애학생의 다양한 발달과 요구에 맞게 학습 가능한 정도와 이해수준, 효과적인 학습교구나 방법을 알고 있다.

그런데 녹음에 담긴 이 피해아동이 받은 수업은 교사의 일방적인 강요와 윽박지름, 공포심을 유발하는 협박의 말이 가득하다. 이 교육 방법을 적합한 특수교사의 훈육이라고, 전문교사의 고유한 교권이라 할 수 있을까. 변호사는 녹음이 재생되는 중간중간 특수교사를 꽤 여러 번 변호했다. 그 변호를 듣고 있으면 피해아동이 발달에 어려움이 있는 장애아동이 아닌 것 같았다. 자폐스펙트럼 아동에 대한 사전정보나 이해는 변호인 입장에서는 알 필요가 없었거나 알고 싶지 않았던 것일까. 시종일관 변호인은 특수교사의 정당한 훈육 속 발언임을 강변했다.

만약 이 피해아동이 비장애아동이었으면 어땠을까. 비장애아동에게 이렇게 교사가 이야기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자신의 상황을 귀 기울여 들어주는 보호자가 있다면 수업 시간의 두려움과 힘듦을 터놓고 이야기했을 수도 있다. 같은 반 아이들도 이 상황에 같이 노출되니 자신이 혼나지 않아도 비슷한 두려움을 느낀 상황의 불안을 호소했을 수 있다. 그러나 일반학교의 특수학급은 비장애아동이 한 명도 없는, 자신이 처한 상황을 언어로 일관성 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 아이들이 거의 없다. 그래서 부모들이 특수교사에게 많은 상황을 의지한다. 자신을 보호하기 어려운 장애아이의 대변인이 되어주기를 바라면서 신뢰하고 의지한다.

판사는 아무 대화도 없는 녹음 부분을 들어야 하냐 물었고, 변호사는 주변 소음이나 집중하는 부분이 있어 아이에게 영향이 있으니 중요하다 했다. 정말 그 대화가 빠진 시간의 녹음을 듣는 것은 중요했다. 중간중간 자주 길게 이어지는 침묵의 시간 동안 피해아동은 무엇을 했을지, 어떤 마음이었는지 궁금해하는 사람은 그곳에 있는 장애아 부모들 말고 없었을 것이다. 이 피해아동에게 쉬는 시간이 있었는지 궁금해졌다. 꽤 오랜 시간 동안 아이는 의자에 계속 앉아만 있었던 것일까? 다른 특수학급 아동의 화장실 지원은 하면서 이 피해아동에게 화장실에 다녀올 것인지, 가고 싶은지 한번을 묻지 않는다.

또한 교사의 말에 시작과 맺음이 없다. “자~이걸 해 보자, 오늘은 이것을 할 거야. 이거 하고 있어 봐봐~” 이런 말이 하나도 없다. 갑자기 “읽어. 야! 다시!” 그렇게 뜬금없이 말하다가 갑자기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 긴 침묵의 시간 동안 이 피해아동은 무엇을 하며 있었을까.

녹음 거의 끝부분에는 급식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변호사는 아이 부모가 급식을 하지 않고 하교하겠다고 해서 그 상황을 설명한다고 하지만, “너 집에 갈 거야. 학교에서 급식도 못 먹어. 왜인 줄 알아?”라며 이어서 한 말이 검사는 “일반적인 귀가 지도를 하는 과정에서 나온 훈육성 발언이라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특수교사 ㄱ 씨는 판사의 질문에 어느 부분은 기억이 안 난다고 했고, 어느 부분은 사소한 것까지 기억하고 있었다. 녹음 마지막 부분은 피해자를 하교시킬 때의 상황이었는데, 피해아동과 아이를 데리러 온 부모에게 특수교사 ㄱ 씨의 음성이 다른 아이들 대하듯 부드럽다. 이 부분을 놓고 변호인은 학대받는 상황이면 아이가 부모를 만났을 때 어려움을 이야기했을 텐데 안 했다고 학대가 아니라고 변호했다. 장애가 없어도, 심리적으로 위축된 아이가 그렇게 자신을 겁박하고 언성을 높이는 어른이 옆에 서 있는데 누구에게 이를 전할 수 있을까? 변호인이 장애아동뿐만 아니라 모든 아동들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2시에 시작된 공판은 6시가 되어서야 끝났고 녹음 공개를 통해 특수교사 ㄱ 씨 입장 변론이 주로 이루어진 공판이었다. 다음 5차 공판은 12월 18일 오전 10시 10분 수원지방법원에서 이뤄지며 아동학대 담당 공무원과 법원 상담 전문가가 증인으로 나온다.

이 피해아동은 교육기관에서 특수교육대상자를 지원하기 위한 개별화 교육계획 회의를 통해 특수교실로 가게 되었다고 알고 있다. 수업의 과중한 상황이 특수교사에게 스트레스로 적용했다는 점을 알고 있다. 하지만 이 아이를 특수학급으로 데려온 이상, 교실 문에 쓰여 있는 책임자는 특수교사이고 부모는 아이의 안전한 교육을 부탁한다.

장애아동 부모가 특수교사에게 아이를 맡길 땐 그 교사에게 믿음과 존경을 갖춘다. 학교 내에서 우리 아이를 가장 잘 이해해줄 사람이기 때문이다. 특수교사니까, 장애아이들을 오랜 시간 가르쳐왔으니까 이 아이에게 맞는 교육을 하시리라 기대한다. 그런데 때리지 않았다고, 이 정도의 언행은 장애가 있는 아이이니 괜찮은 것이라고, 폭행도 아니었고 교육과 훈육의 모습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돌아오는 공판에는 부모도 교사도 아닌 피해아동의 상태와 상황을 대변할 이가 누구라도 있기를 바란다. 이 사건은 학교와 교육청을 향한 공판이 아니라 한 아이가 받은 교육이 교육인지 학대인지를 논하는 공판이다. 그 논지가 다른 환경과 장애 등의 이유로 희석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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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 2023-12-15 16:12:20
독자투고로 상황을 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김동규 2023-12-13 12:00:09
발달장애가 는 아이는 다른 아이들과는 다를 것인데 변호사는 일반아이와 같은 느낌으로 변호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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