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책 소개] 미스터리 소설에서 만나는 시대의 화두 ‘돌봄’_『돌봄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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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책 소개] 미스터리 소설에서 만나는 시대의 화두 ‘돌봄’_『돌봄살인』
  • 정은경 기자
  • 승인 2023.12.06 17:06
  • 수정 2023-12-13 11: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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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사에 슈이치(佐江衆一)
옮긴이: 안지나
펴낸날: 2023년 11월 15일
펴낸곳: 이음

“암과 파킨슨병 등을 앓던 아내를 5년 6개월간 간병한 끝에 살해한 60대 남성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해당 남성은 ‘사랑하는 아내를 차마 요양병원에 보낼 수 없었다’고 주장했고, 법원은 남편의 상황을 양형에 참작했다.”

지난 11월 2일 자 《세계일보》에 실린 한 기사의 도입부다. 기사는 암과 그로 인한 파킨슨병, 치매 등을 앓고 있던 아내를 6년간 24시간 돌보던 남편이 아내의 ‘죽고 싶다’는 의사를 존중하고 더이상 갈 곳이 없다는 생각을 해 아내를 질식사시킨 사건을 보도하고 있다. 남편은 아내 살해 후 극단적 선택을 했으나 실패했다. 남편은 4년의 징역형을 받았다.

이제는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은 사건이다. 이른바 ‘간병살인’. 그런데 이 사건과 비슷한 사건을 소재로 다룬, 일본 소설이 있다. 지금으로부터 근 40년 전 출간된 사에 슈이치(佐江衆一)의 『돌봄살인』이다.

『돌봄살인』은 3세대가 함께 사는 가정에서 다츠 할머니가 집에서 죽은 채 발견되는 살인 사건으로 시작한다. 다츠는 치매를 앓아 가족들의 돌봄을 받고 있었으며, 노인과 아이들이 한집에서 함께 지내던 이 단란한 가족은 이웃들의 부러움을 샀다. 그런데 이 집안에서 살인이 벌어졌고, 다츠 할머니의 남편 료사쿠는 자신이 아내를 죽였다며 경찰에게 자백한다. 치매에 걸린 아내를 돌보다가 끝내 살인을 저지른 고령의 료사쿠의 이야기에서 오늘의 대한민국 사회가 겹쳐져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저 한 편의 미스터리소설에 불과한 이 책이, 흥미진진하게 읽어내려가면 되는 이 소설이 던지는 화두는 바로 ‘더 길어진 삶’에서 우리가 지금 마주하는 질병과 돌봄, 그리고 가족돌봄청년 문제와 같은 새로운 문제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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