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동료지원가 없어지면 우린 다시 집에 갇히게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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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인물]“동료지원가 없어지면 우린 다시 집에 갇히게 돼요”
  • 정은경 기자
  • 승인 2023.12.05 13:36
  • 수정 2023-12-13 11:0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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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노동자 사진전 수상자 장애인 동료지원가 김성현 씨

겨울바람이 매서운 부평역 교통광장 한쪽, 15점의 사진이 줄지어 서 있다. 그 한쪽에는 짐을 싣는 캐리어에 올라탄 키 작은 이와 전동휠체어를 탄 사람, 그리고 몇 명의 여성들이 책상에 리플릿 등을 놓고 “장애인 노동자 사진 보고 가세요!”를 외치고 있는 이곳은 인천 민들레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주최, 주관한 장애인 노동자 사진전 “I Am Here” 현장이다. 전시된 15점의 사진은 장애인 노동자들이 직업 전선에 일을 하고 있는 모습을 담고 있다.

그중 이번 전시를 기획하게 된 이유를 오롯이 담고 있는 사진의 주인공 김성현(23) 씨를 만났다. 부평역에 도착했다는 전화 뒤에도 한참 만에 나타난 그는 휠체어를 이용하는 뇌병변장애 청년이다. 현재 인천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에서 동료지원가로 일하고 있다.

“사진이요? 제가 직접 찍은 셀카에요. 자조모임 지원을 나갔다 와서 보고서를 쓰고 있는데, 갑자기 내년에는 이 일도 없어질지 모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럼 기록이라도 해놔야지 싶어서, 한 손으로 들고 찍었습니다.”

출품된 다른 사진들이 대부분 주변인들이 찍어준 사진인 것을 감안하면 김성현 씨의 사진에는 더 진한 절박함이 묻어 있다.

“내년에는 예산삭감으로 동료지원가가 사라질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동료지원가 직무가 사라지면 현재 동료지원가로 일하고 있는 200명의 장애인들은 다시 집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이들의 절박함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이 사진전을 기획한 민들레장애인자립생활센터 이다영 활동가의 말이다.

▲김성현 씨의 사진 작품. 동료지원가로서 자조모임을 지원하러 나갔다 온 후 보고서를 작성하는 자신의 모습을 찍은 셀카다.

이 말을 그대로 이어받기라도 한 듯, 김성현 씨의 사진을 설명하는 팻말에는 “고용노동부 예산폐지로 해고자가 되면 ‘다시 집에 갇혀 있게 돼요… 그 사실이 너무 무서워요”라고 적혀 있다.

김성현 씨에게 지금 하고 있는 동료지원가의 일은 말할 나위 없이 소중하다. 은광학교를 졸업한 그가 너무나 어렵게 구한 일자리이고, 이 일을 하며 자격증을 따서 동료상담가가 되겠다는 꿈을 꾸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를 졸업하고 사무직으로 면접을 보러 간 적이 있어요. 서류까지 다 통과되고 면접을 보러 오라고 해서 갔는데, 저한테 제공해줄 시설이 없다고 그냥 집에 가라는 거예요. 그때 얼마나 실망을 했던지…” 김성현 씨의 경험은 사실 많은 중증장애인들이 겪는 현실이다. 그래서 마련된 것이 중증장애인 맞춤형 일자리 제도다. 그 제도를 따내는 데까지도 지난한 투쟁이 있었다. 그런데 이제 정부의 예산삭감으로 존폐의 위기에 서 있는 것이다. 김성현 씨는 자신의 사진을 통해 이런 현실과 자신의 절박함을 전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당사자로서 제안을 한다면 고용노동부의 예산이 삭감되더라도, 예산의 집행처인 인천시에서 그에 상응하는 장애인 일자리를 확대해주었으면 합니다. 특히 중증장애인 권리중심형 일자리를 더 확대한다면 우리 같은 중증장애인들이 더 많이 일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김성현 씨의 말이다. 중증장애인 권리중심형 일자리란 중증장애인들이 문화예술 활동이나 장애 권리에 대한 캠페인 등 장애인 당사자들의 권리를 생산해내는 직무다.

인터뷰 말미 김성현 씨가 덧붙인 “장애인 일자리가 너무 성과 위주로 평가되어서는 안 된다.”는 말은 장애인 일자리를 보는 사회의 시각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장애인 노동자 사진전 “I Am Here”는 12월 9일까지 부평역 교통광장에서 오프라인으로, 12월말까지 온라인(https://art.onthewall.io/DUvmxjyvBdgPsMlzDJZy)으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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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영 2023-12-09 23:26:05
기자님 장야인노동자에 문제에 귀기울여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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