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칼럼]정부와 지자체는 평화적 집회권리 실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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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칼럼]정부와 지자체는 평화적 집회권리 실현하라
  • 편집부
  • 승인 2023.11.30 10:57
  • 수정 2023-11-30 10: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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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희/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

2023년 10월 17일, 인천시청 앞 인천애(愛)뜰(이하 ‘인천애뜰’) 잔디마당에서 한 집회가 개최되었다. 이는 2019년 인천애뜰이 만들어진 지 약 4년 만에 이루어진 ‘자유로운 집회’였다. 인천시가 인천애뜰을 만들면서 동시에 조례로 ‘집회 또는 시위는 인천애뜰의 잔디마당과 그 경계 내 부지에서 허용되지 않는다’로 규정하였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2023년 9월 26일 헌법재판소가 해당 조례를 위헌으로 결정하면서 인천애뜰은 비로소 집회를 위한 공간이 될 수 있었다.

헌법 제21조는 집회의 자유를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다. 이러한 집회의 자유에는 집회의 시간, 장소, 방법을 자유롭게 선택할 자유가 포함된다. 특히 집회에서 장소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집회는 결국 참가자들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들려주기 위해 개최되는 것이고 따라서 들을 수 있는 사람들의 곁에서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헌법재판소는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다. “헌법은 집회의 장소를 항의의 대상으로부터 분리하는 것을 금지한다.”

그럼에도 인천시는 제대로 된 근거도 없이 시청사 앞 집회를 절대적으로 금지했다. 인천시의 주장은 그곳은 자신들의 소유 부지이기 때문에 이러한 행위도 정당하다는 것이다. 당연히 헌법재판소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문제는 이렇게 정부와 지자체가 자의적으로 집회의 장소를 제한하는 일이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2022년 용산에 만들어진 대통령 집무실 앞 집회이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하 ‘집시법’) 제11조 제3호는 ‘대통령 관저’, 즉 대통령과 그 가족의 숙소 앞 집회를 금지하고 있으나 집무실은 금지 대상으로 하고 있지 않다. 그럼에도 경찰은 자의적으로 법을 해석하며 집무실 앞 집회를 현재까지도 금지해오고 있다. 최근에는 시행령을 개정하여 집무실 앞 도로를 ‘주요 도로’로 설정하고, 주요 도로에서의 집회를 금지할 수 있는 집시법 제12조를 이유로 또 다시 집회를 금지하고 있다.

항의의 대상으로부터 분리를 강요당하는 것은 이동권 투쟁을 하는 장애인권 활동가들이 겪는 일이기도 하다. 2021년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들은 인천시청 맞은 편 구월중학교 정문 앞에서 저상버스 도입을 외치며 집회를 진행했다. 인천시는 2023년 저상버스 도입률이 26.3%로 전국 광역지자체 8곳 중 7위를 차지할 정도로 이동권이 보장되지 않는 지역이다. 그럼에도 이들에 대해 경찰은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집회를 금지한 인천시 고시 위반 등을 이유로 벌금형의 약식처분을 내렸다. 현재 이 사건은 법원의 선고를 앞두고 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지하철 투쟁은 어떠한가. 20년이 넘게 외면되어 온 이동권의 실현을 외치며 장애인권 활동가들이 매일 같이 시위를 하고 있으나 이에 대한 경찰의 대응은 인권침해적인 탄압으로 일관되고 있다. 최근에는 장애인 활동가를 현행범으로 체포하고 편의시설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호송차량으로 이송하였다. 심지어 활동가를 지원하는 활동보조인까지 체포하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

“당사국은 평화적 집회의 권리 행사에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하고, 동 권리에 대한 제한은 규약 제21조와 비례성 및 필요성의 원칙을 엄격히 준수하도록 보장해야 한다.” 유엔 자유권위원회는 지난 11월 3일 한국정부의 제5차 보고서에 대한 최종견해에서 위와 같이 권고하였다. 한국정부는 2026년까지 위 권고에 대한 이행상황을 유엔에 보고해야 한다. 유엔의 이 같은 권고가 충실히 이행될지 시민들은 지켜볼 것이다. 소수자를 위한 기본권이자 민주주의를 위한 헌법적 결단이라 할 수 있는 평화적 집회의 권리는 지금 당장, 온전히 실현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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