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장연 ‘지하철행동’ 원천봉쇄하겠단 공권력 폭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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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전장연 ‘지하철행동’ 원천봉쇄하겠단 공권력 폭압
  • 편집부
  • 승인 2023.11.30 10:55
  • 수정 2023-11-30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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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시위 중단’ 선언 이후 56일 만에 재개한 지하철 행동을 두고, 서울교통공사(공사)가 원천봉쇄한다며 아예 이들의 지하철 역사 진입을 차단하고 지하철을 무정차 통과시키겠다는 등 극단적인 대응책을 쏟아냈다. 이 같은 공사의 강경 대응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전장연의 지하철 행동 재개를 두고 “사회적 테러”라며 강경한 대처를 예고한 뒤에 나왔다. 서울시도 보도자료를 통해 “선량한 시민의 이동권 보장을 위해 위법·부당한 대중교통 방해 행위를 먼저 중단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장애인의 이동권 보장을 책임져야 할 시장과 서울시가 이들의 정당한 행동을 ‘사회적 테러’로 매도하고 지하철 행동 장애인은 ‘선량한 시민’이 아니라는 듯한 차별인식이 놀랍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공사는 전장연의 행동 재개에 따라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전장연이 고의로 열차를 지연시킬 수 없도록 ‘역사 진입 차단’과 ‘진입 시 승강장 안전문 개폐 중단 등 승차 제한’은 물론 ‘모든 불법행위에 법적 조치’를 하겠다는 3단계 강경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이를 위해 공사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을 근거로 지하철 모든 역사와 열차 내에서 집회·시위를 금지·제한하기 위한 시설보호를 요청했다고 한다. 그러나 경찰은 전장연의 ‘실내 시위’는 집시법상 신고 대상인 옥외 집회가 아니라서 해당 조항을 적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국가적 차원에서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해 노력해야 할 판에, 공사가 오히려 ‘선량한 시민’ 불편을 핑계로 불법을 동원해 저지하겠다니 온당치 않다.

전장연은 “지난 9월 윤석열 정부가 2024년 예산을 편성할 때 장애인 이동권이 반영된 예산을 요구했지만 응답이 없”었다며 지하철 탑승 시위 재개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전장연의 요구예산에 비해 터무니없이 삭감된 국회 각 상임위원회 예산안이라도 기획재정부와 국민의힘이 반영을 약속한다면 12월 1일로 예정된 ‘제56차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를 유보하고, 약속이 실현되면 이를 멈출 것”이라고도 했다. 전장연은 개정 교통약자법 시행령이 지난 7월 19일부터 시행됨에 따라 특별교통수단 광역이동지원에 대한 특별교통차량 1대당 16시간 운행 등 장애인이동권 보장 관련 예산 3,350억 원 반영을 요구하고 있다. 허나, ‘약자복지’를 내세우는 현 정부 들어 정부와 지자체는 장애인예산을 오히려 대폭 삭감했다.

기본권으로서 이동권은 인권의 최고가치인 존엄성 확보를 위한 중요한 가치다. 이러한 이동권 보장을 위해 1997년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에 관한 법률’과 2005년에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이 제정됐다. 이 법령에 따라, 서울시는 2015년 ‘장애인 이동권 증진을 위한 서울시 선언’을 통해 2022년까지 서울시 지하철 역사에 엘리베이터를 100% 설치하고 2025년까지 시내 저상버스를 100%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서울시는 이런 약속을 저버리는 것도 모자라 공사는 전장연을 상대로 5차례 형사 고소와 3차례 손해배상 청구를 제기했다. 서울 혜화역에서 항의 시위하던 박경석 전장연 대표는 경찰에 체포되는 과정에서 부상당해 병원에 이송돼야 했다. 약자인 장애인을 상대로 공권력이 할 짓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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